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추석 황금 연휴를 맞은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하반기 주요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내주로 다가온 대통령의 체코 순방을 앞두고 해외 출장 준비로 분주한 연휴를 보낼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19~22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4대 그룹 총수들이 대통령의 해외 출장에 동행하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도 함께 한다.

체코는 유럽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한국과는 1990년 수교 이래 꾸준히 경제협력을 확대해 왔다. 현재 현대차를 비롯해 100개 이상 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은 2023년 말 기준으로 독일, 일본, 미국에 이어 체코의 4위 투자국이다. 이번 교류를 계기로 양국 기업인들은 원전 협력 강화를 비롯해 미래차, 배터리, 수소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양국 경제계는 철도와 도로, 병원 등 인프라 재건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과 우크라이나 진출 경험과 네트워크 등이 풍부한 체코 기업 간 협력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추석 연휴를 이용해 유럽 지역 사업장을 둘러본 뒤 체코 경제사절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990년 8월 삼성물산이 프라하지점을 설립하면서 현지 사업을 시작했다. 1992년 2월 체코 국영기업 칼렉스와 합작법인 '삼성 슬로바키아'를 설립해 냉장고를 연간 46만대씩 생산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체코에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3월 22일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을 찾아 현장 직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3월 22일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을 찾아 현장 직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방문 기간 대한상의가 체코상의 등과 함께 개최하는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을 주재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체코와 직접적인 사업 관계를 맺고 있진 않지만 배터리, 반도체, 수소 등의 분야에서 향후 사업 협력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K는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소형모듈원전(SMR) 연구 등에 협업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는 리튬 자원이 풍부한 체코와 협력을 통해 원자재 수급부터 배터리 핵심 부품, 완제품까지 유럽 배터리 시장을 공략할 생태계를 완성할 수도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체코 방문에서 현지 공장을 둘러볼 것으로 관측된다. 체코 노소비체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공장이 위치해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현지 사업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 LG전자는 1992년 프라하에 판매지점을 설립하고 이후 30여년 동안 가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LG가 2018년 인수한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 ZKW이 체코 현지에 생산법인과 연구개발(R&D)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전장부품 사업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배터리 사업 협력 가능성도 점쳐진다. 체코 정부가 자국 내 배터리 공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운데 현지 투자를 결정했던 폭스바겐은 지난해 말 건설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체코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에 현지 배터리 공장 설립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5월 15일 체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증기터빈 생산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두산그룹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5월 15일 체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증기터빈 생산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두산그룹
포스코그룹은 수소 프로젝트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1월 광양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과 연계해 블루수소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산된 수소를 2029년부터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경남 하동, 전남 여수 등 인근 수요처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할 수 있다. 두산은 팀코리아의 체코 원전 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두산이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고 시공을 맡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4조원의 사업비 중 최소 8조원 이상 규모의 주기기 등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전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 펌프를 포함한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고 원전에 들어가는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