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장덕진 사회학과 교수 겸 중앙도서관 관장
중도 사회학자의 '2025 대전망'
사회학자인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IMF 이후 한국 사회의 위기를 줄곧 강조해 왔다.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점인 2022~2023을 한국 사회가 가진 구조적 위기를 타파할 ‘골든타임’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친 지금 그는 “언덕을 넘었다”며 사회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내리막길에서도 방향을 바꿀 해법은 있을까. 서울대에서 장 교수를 만나 2024년을 보내는 느낌과 새해 전망을 들어봤다.
-2023년을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지금 어떤가.
“언덕을 넘었다. 골든타임이라는 건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하는 마지막 시점이라는 뜻이다. 그 시기를 지나면 내리막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데 모든 게 다 부정적으로 변했다고만 할 수는 없다. 개선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리막길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언덕을 넘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전반적인 문제다. 근본적인 원인도 결과도 정치에 있다. 사회 전반에서 해결할 방법과 역량이 있는데도 그걸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언덕을 넘어버린 거다. 이제는 내리막으로 내려가고 있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한다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가속이 붙어 더 빠르게 내려갈 것이다. 그러면 아마 상당한 공포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사회 전반을 보면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보다는 억누르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세금 제도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경제의 역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건 인센티브 구조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더글러스 노스의 핵심 명제(*인센티브 구조는 그 경제가 성장할 것인지, 정체할 것인지, 쇠퇴할 것인지를 결정한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 지향적인 사람들에게 보상보다 처벌을 주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률이 낮아지는 방향이 합리적인 예측이다.”
-저성장 시대가 드러낸 문제는 무엇인가.
“오르막 사회에서 내리막 사회로 접어들면 모든 게 갈등이다. 그러니까 갈등이 나타나는 원인은 공포다. 과거에는 관용으로 너그럽게 넘길 수 있던 일도 이제는 싸움이 된다. 도처에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등장하기 좋은 게 정치적으로는 포퓰리즘이다.
개인이 경제적 불평등이나 중산층 붕괴의 구조적 원인을 인식하기란 매우 어렵다. 많은 사람은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을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쉽다. 이는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게 만들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환경을 조성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에서 나타난 이민자에 대한 비난이다. 이민자들은 종종 경제적 불평등이나 일자리 부족의 책임을 떠안게 된다. 그 결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포퓰리즘 정치가 강화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치 지도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
-한국의 갈등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한국은 내리막길로 ‘처음’ 들어섰다. 이게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50~60대다. 이들은 태어나서 평생 오르막 사회에서만 자라왔다. 1966년생인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나라 GDP는 68달러였다. IMF 같은 위기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가파른 오르막을 경험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이 힘들더라도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야’라는 믿음이 있다. 설사 과거로 퇴보한다고 해도 ‘2만 달러 시대에서도 살아봤는데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내리막길의 공포가 뭔지 모른다. 지금 젊은 세대는 다르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일관된 얘기는 공포다. 그들 행동의 근본적인 출발점도 공포다.” -무엇에 대한 공포인가.
“지금의 젊은 세대는 3만 달러 시대에 태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자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앞으로의 삶은 내리막길이다. 중년이 됐을 때 내 부모님보다 더 가난해질 것 같다는 두려움,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걱정, 지금보다 더 나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공포가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해 온 나라다. 경제적으로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제조업 강국 중 하나였다. 일본, 독일, 그리고 한국 이 세 나라가 세계 제조업을 이끌어온 핵심 엔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탈산업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는 곧 제조업이 축소된다는 얘기다. 제조업이 축소된다는 건 사회의 계층 분포로 보면 중산층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이야말로 중산층에 일자리를 제공했던 산업인데 지금 그 엔진이 사라지고 있다.”
-중산층 붕괴가 가져온 영향은.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과거의 성장 엔진이 설사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고령화 속도로 가면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는 시점인 202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부양부담이 확대돼 2050년쯤 거의 일대일 부양 구조가 된다. 젊은 세대는 세금을 두 배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자리는 줄어들고 포퓰리스트적 정치로 세금은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불요불급한 복지 제도는 늘어난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이렇게 돈 내봐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조세를 어떻게 피할지 생각하다 보면 결국 정책 수단도 먹혀들지 않는 시기가 온다.”
-또 다른 위기는 무엇인가.
“계층 간 연대다. 아까 말한 2022~2023년 나는 그 시기를 골든타임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골든타임을 놓치고 나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전통적인 의미의 복지국가는 이제 한국에서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복지국가의 핵심은 단순히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다. 그것은 수단일 뿐 복지국가의 핵심은 계층 간 연대다. 연대 의식이 있어야 복지국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는 그런 연대 의식이 거의 없다. 지금 고소득층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율을 내고 있다. 만약 연대 의식이 있다면 이걸 견딜 수 있고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계층 간 연대 의식이 소위 ‘1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복지국가가 가능할 리 없다. 더구나 인구 구조와 산업 구조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계층 간 연대라는 의미의 복지국가는 이제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적 모델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나.
“사람들을 바람 부는 광야에 혼자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기존의 복지국가, 특히 유럽식 복지국가는 제조업에 기반한 모델이다. 그 시기에는 자고 일어나면 제조업이 성장했고 중산층이 늘었으며 세금을 낼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 환경에서 복지국가가 가능했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 상황에 있다. 자고 일어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세금을 낼 사람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복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이건 물고기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불가능한 얘기다.
기존 모델의 끝자락에 매달리는 대신 새로운 모델의 선두에 서는 게 낫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 높은 대안이 과학 기반의 복지다. 사회적 연대?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이런 부분에서는 잘 못한다. 그런데 과학기술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사회적 연대가 부족한 사회에서도 과학이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
-과학 기반 복지란 무엇인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인을 가지고 있고 조만간 사망자 수도 세계에서 가장 많아질 거다. 많은 노인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말년을 보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금까지는 이런 과정이 대부분 가족의 몫이었다. 하지만 요즘 자녀들은 그 역할을 할 생각이 없다. 학생들과 얘기해 보면 결혼할 가능성도 낮지만 결혼한다고 해도 배우자의 부모님은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고 말한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결혼 후 가정을 이루면 자신의 부모조차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의 마지막은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로운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기술은 이런 사회적 관계의 부재를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이 사회적 관계망 안에 머물도록 돕는 기술이다.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시 발견하고 누군가가 바로 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도 가능하다. 이렇게 기술이 친밀한 사회적 관계의 일정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공포 사회에서 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과학기술이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는 사회적 자본, 사회적 관계, 신뢰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완전히 메말라 버렸다는 게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지금의 과학기술은 이 간격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의 답이 과학이라고 보나.
“한국인들이 사회적 연대가 부족하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비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가진 강점도 있다.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초고령화로 가는 것이 우리의 위험 요인이라면 이걸 성장 동력으로 바꿀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또는 ‘어떻게 말년을 편안하게 보낼 것인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 이걸 산업으로 만든다면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에 설 수도 있다. 지금도 K-의료가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 않나. 외국의 부자나 아랍 왕족들이 치료받기 위해 한국에 온다. 이제는 낫기 위해서가 아니라, 품위 있고 고통 없이 죽기 위해 한국을 찾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걸 하나의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우리가 기회를 잘 잡으면.”
-과학 기반 복지로 가는 데 허들은 무엇인가.
“경제 주체와 정부, 학계 모두 협력해야 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첫째 허들이 영역 간 협업 부족이다. 예컨대 과기정통부와 복지부처럼 협업이 필수적인 부처 간의 조율은 제도적 장벽과 비효율로 인해 원활하지 않다.
또한 이러한 협업을 총괄할 대통령실이나 주요 기관의 리더가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효과적인 정책 실행이 더욱 어렵다. 학계와 정부 간 비효율적인 협력 구조도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동시에 그 활용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낸 사례다. 예를 들어 질병청 데이터를 학문적으로 활용하려 해도 복잡한 정보공개법, 제한적인 연구 환경, 낮은 인센티브 등이 걸림돌이 됐다.
학자들이 헌신적으로 연구에 몰두했음에도 정부의 지원과 감사는 거의 없었다. 이는 학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막고 과학기술 역량을 사회에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해외로의 인재 유출도 문제다. 연구비 지원 부족과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국내 학자들이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내 과학기술 역량의 잠재적 손실이다.”
-2024년 의료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의료 개혁이나 의대 정원 증원 같은 정책에는 대통령 주변의 나름의 전문가들이 근거를 바탕으로 조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진정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는 최근 노벨경제학상 받은 경제학자들의 산식을 활용해 기술 발전과 의학 효율성을 고려하면 현재 정원만으로도 20년 후에는 오히려 의사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노동자 100명이 일하더라도 기계가 좋으면 훨씬 더 많은 아웃풋을 만드는 거 아닌가. 의학 분야에서도 노동 투입뿐 아니라 기술 발전이 중요한 변수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의견을 충분히 들을 기회가 있었다면 정원 증원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교육 개혁도 중요한 논쟁거리다.
“마찬가지다. 오랜 연구에서 서울대의 지역 균형 입학생들이 1학년 때는 성적 차이가 있지만 3학년쯤 되면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무슨 얘기냐 하면 입시 기준을 완화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25개 구별로 서울대 입학생 수를 예측하는 연구(김세직 교수의 논문)가 있는데 그 기준이 해당 구의 평균 아파트 거래 가격이었다. 이를 통해 입학생 수를 90%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서울대는 정시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방향을 잡아 왔지만 과거 정치권에서 촉발된 공정성 이슈에 대응하려고 정부는 하루아침에 정시 확대를 지시했다. 이로 인해 다시 울며 겨자먹기로 정시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강남 3구 학부모들만 이득을 보게 됐다. 문제는 대학에 학생 선발 권한을 주지 않는 구조다.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되, 부정이 발견될 경우 권한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학부모 모두 대학을 신뢰하지 않아 논의조차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답은 제쳐놓고 정답이 아닌 것들로만 빙빙 돌다 보니 교육 개혁의 답이 나올 수 없는 거다.”
-탄핵 과정은 어떻게 보았나. 2030세대의 힘을 주목하는데.
“솔직히 잘 모른다. 나는 세대적으로 그들과 너무 멀고 현장에 나가 본 적도 없으니 답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깜짝 놀란 건 예전보다 학회 참석자가 많았다. 이유 중 하나가 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공적인 문제에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서사가 30~40년 전 우리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86세대가 만들어 놓은 인식의 틀은 여전히 강력하다. 88만원 세대부터 MZ세대까지 그 틀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틀은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서사를 만들 기회를 우리가 제대로 주지 못한 건 아닌가 싶다.”
-기대한 바는 무엇이었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제도다. 그 제도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다.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일 뿐 아니라 동시에 제도다. 대통령이 엄중한 잘못을 했을 때 탄핵은 당연히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동시에 ‘탄핵이 최선인가’를 고민하는 움직임도 함께 있어야 한다. 그게 제도에 대한 애정이자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는 탄핵을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운영하기 위해 제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두 번째 목소리는 없었다.”
-2025년 희망은 있는가.
“희망적인 요소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과학자가 맡은 악역 중 하나가 비관적인 부분을 경고하거나 이상 징후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 많은 기대를 걸진 말자’고 하고 싶다. 이상하지 않나. 왜 한국 사람들은 IMF 때도 극복하는 DNA가 있고 박근혜 탄핵 때도, 윤석열 탄핵 때도 극복하는 DNA를 가지고 있나. 그게 우리의 탁월한 능력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하지 않았는데 극복했다고 이름 붙인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잘할 수 있다고 너무 쉽게 맹신하지 말자.”
- 마지막 질문이다. 도서관 관장께 2025 책 추천을 부탁한다.
“책 자체를 추천하기보다는, 책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내가 도서관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중점을 둔 일이 독서를 효율적으로 돕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결과물이 ‘라이크 SNU’다.
서울대 구성원들의 도서 대출 기록, 논문 다운로드 데이터 등을 분석해서 개인화된 책 추천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을 읽으려면 어떤 배경 지식이 필요한지, 그 지식을 쌓기 위해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후 단계적으로 읽어야 할 책까지 전부 추천해 준다.
구글 학술 자료 검색 시스템인 '스칼라' 같은 시스템은 전 세계 누구나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수준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 반면 라이크 SNU는 서울대 최소 학부 1학년 이상의 수준 높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독서 경로를 제공한다. 서울대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내가 보기엔 서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회 기여다.” ≫장덕진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경제사회학, 네트워크 분석, 한국의 산업 및 기업 구조 연구에 특화되어 있으며 특히 경제 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정보화 사회에서의 네트워크와 사회적 자본에 대한 연구로 독창적인 학문적 통찰을 제시해 왔다.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좌우를 막론하며 할 말을 하는 중도 사회학자로도 유명하며 복잡한 사회현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탁월한 학자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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