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2024년 부동산 시장은 사회 분위기만큼이나 다사다난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듯하더니 떨어지기도 했고, 지역 건설사들이 무너지며 부동산 침체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강남 아파트는 신고가를 찍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 최근 갑작스러운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시장은 2025년을 맞이하게 됐다.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환경에 처한 수요자들이 우선 상황을 관망하면서 거래는 잠잠해졌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어두운 가운데 한국 부동산의 내일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에서 전문가들은 그나마 시장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중대한 변수를 꼽고 있다. 정치부터 거시경제 지표, 분양권 시세까지 변수들은 다양하다.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10여 년 만에 본격적으로 하락이라는 긴 터널로 들어설지, 지난 2023~2024년과 같이 국지적 양극화 장세를 이어갈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불확실성, 언제 걷히나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기점으로 시작된 정국 불안은 모든 경제·산업 분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2027년 5월까지 무려 약 2년 반의 임기를 남긴 상태에서 결국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내란혐의를 받고 있는 지금, 현 정부는 정책 추진의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2025년 부동산의 향방은? 새해 시장 움직일 변수 5가지[비즈니스 포커스]
부동산이 직면해야 하는 단기적인 충격은 크다. 내수산업이며 정책과 규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미 주택 소비자들은 상황을 관망하며 지갑을 닫았고 남은 물량을 팔아야 하는 미분양 현장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공무원들도 손을 놓으면서 인허가가 지체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권교체’보다 ‘혼란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값이 올랐던 데다 건설경기 침체 문제로 새 정부가 섣불리 강력한 규제책을 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계에선 모든 것이 ‘올스톱’된 지금 상황이 지속되는데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안 좋으니 당분간 분양도 없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윗선에서 섣불리 어떠한 조치를 하지 않도록 지시를 받은 상황이라 정부가 추진하던 사업이나 인허가건들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은 최소 반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 심판을 절차대로 진행하더라도 사건접수일로부터 최장 180일이 걸린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5~6월 중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결국 하반기가 돼서야 새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상반기까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2025년 부동산 시장은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므로 내년 상반기에 매수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그럼에도 지금 같은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면 부동산뿐 아니라 내수경기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 경제 자체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며 “주택공급도 민생에 필요한 문제이므로 필수적인 정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여야가 탄핵 정국에서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협치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다리던 호재 ‘금리인하’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2025년에 희망을 걸었었다. 2024년 연말부터 미국발(發)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한 상태에서 새해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금리인하로 인해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비용이 낮아진다면 주택 수요와 공급 측면이 모두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주춤하게 했던 요인이 2022년 하반기 금리인상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기대감은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에도 선반영이 됐다. 한국은행이 12월 24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0월 실시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시장금리에 미리 반영되면서 2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2025년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 계획과 함께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은행이 1월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전한 대출규제, 언제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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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가 필수다. 2017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대세 상승기’에는 대출을 조여도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없었지만 2022년 하반기 이후로 정부의 대출규제는 부동산 시장의 강력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24년 하반기 대출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둔화된 상태다. 정부는 2024년 9월부터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했다. 스트레스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할 때 금리의 변동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매겨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금융권에 가계부채 연간관리계획을 세우도록 함으로써 사실상의 ‘대출총량제’도 부활한 상태다.

이후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고 수도권까지 미분양이 확산했다. 특히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잔금 및 전세자금 대출이 막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에는 찬물이 끼얹어졌다. 최근 건설업계는 주택수요 회복을 위한 대책으로 대출총량제 폐지와 무주택자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막혔던 대출은 조금씩 풀어지는 분위기다.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올림픽파크 포레온 잔금대출을 풀기 시작했으며 금리도 5% 가까이에서 4%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한 소득요건이 맞벌이 부부 기준 연 1억3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높아진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당분간 정부가 대출규제를 풀면 집값이 다시 오르고 다시 대출을 조이면 집값이 주춤하는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똑똑한 한 채 원하는 수요는 이어질까지난 2~3년간 주택시장 흐름을 상징하는 단어는 ‘양극화’라고 볼 수 있다. 양극화는 크게 지역 양극화와 신축·구축 간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2024년에는 서초구 반포동 새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가 60억원에 실거래된다거나 강남권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현대와 학군으로 유명한 목동신시가지7단지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이 같은 실거래는 결국 실거주 수요가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양천구 목동은 서울시가 지정한 대표적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실거주를 해야만 구청 허가를 받아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 내수경기 불황과 각종 규제 속에서도 필요에 의해 학군지나 서울 핵심 입지로 이동하려는 일명 똘똘한 한 채 수요를 꺾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2025년도 실수요의 움직임으로 인해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서울이면 서울, 광역시면 광역시에서 각자 실수요가 생각하는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되는 현상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에 당선돼 다주택자 규제를 하게 되면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권 ‘마피’, ‘얼죽신’ 멈출까
반면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아파트)이라 불리는 새 아파트 선호현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변수도 주목받고 있다. 입주 시점을 앞둔 일부 아파트 분양권 시세에 일명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끼고 있다. 통상 ‘마피’는 수분양자가 잔금을 지불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거나 시세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급하게 분양권을 시장에 던지면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소재 ‘한화 포레나 미아’,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경기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 등이다. 이들 단지는 최근 2~3년 사이 자재비 및 인건비,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았을 때 높은 가격에 공급됐다. 다만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와 트리우스 광명의 경우 분양수익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후분양 방식을 택하면서 공급가격이 더 비싸진 곳으로 예외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분양업계에선 이들 사례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앞으로 전매제한이 풀리는 다른 단지로 급격히 확산할 수 있을지 우려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새 아파트 시세의 기준인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크게 낮아지면 분양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어서다. 분양권이나 새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그보다 저렴한 구축 아파트 시세도 자연히 하락하게 된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지난 2년 사이 고분양가에 나와 계약이 완료된 아파트의 입주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중”이라며 “이들 단지의 ‘마피’ 분양권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쌓이면 수도권까지 미분양이 발생하고 인근 신축부터 구축까지 시세가 꺾이면서 부동산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