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던 다보스포럼 불참하고 취임식 참석
김승연 회장 때부터 이어온 한화 가문 '美 정계 인맥' 주목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3년 4월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3년 4월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재계 트럼프 인맥으로 주목받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초청장을 받고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다. 김 부회장이 이달 20~24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처음으로 불참한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다보스포럼에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이번 취임식은 원래 의사당 앞 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극한파로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면서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툰다)로 장소가 바뀌었고, 초청받은 이들은 의사당의 내 또 다른 홀인 노예해방의 홀이나 인근 체육관 '캐피털 원 아레나' 등에서 취임식을 지켜봤다.

김 부회장은 취임식 당일 저녁 워싱턴DC의 중앙역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열린 '스타라이트' 무도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취임식에 참석하려던 것 같다"며 "현지에서 비즈니스 미팅 등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스타라이트 무도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3개 무도회 중 하나로 트럼프 측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한 소수정예 정·재계 인사만 초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각별한 친분을 갖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부부도 이 무도회에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취임식 전날 워싱턴DC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린 캔들라이트 만찬에도 참석해 미국 신 행정부 및 정재계 인사들과 소통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03년 한미교류협회 회장 자격으로 당시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회에 참석한 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과 만난 모습. 사진=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03년 한미교류협회 회장 자격으로 당시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회에 참석한 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과 만난 모습. 사진=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미국통'으로 손꼽힌다. 한화가(家)는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이 깊다. 김 회장은 2000년 한미교류협회 초대의장에 오른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회장 등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2006년 민간 기업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민간 외교단체인 유엔한국협회 회장에 올랐으며, 부시 가문과 집안끼리 교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김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장남 조지 P 부시가 2023년 한화오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조지 P 부시의 아내인 어맨다 부시는 2020년부터 3년간 한화솔루션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17년 1월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김승연 회장이 국내 10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트럼프 1기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애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의 친분이 초청으로 이어졌는데 김 회장은 당시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김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한화그룹 주력 사업이기도 한 한국 방산·조선업계가 수혜주로 꼽히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은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향후 사업 시너지를 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그간 여러차례 한국 조선업계에 협력을 시사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국내 조선업계와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국 기업 중 최초로 미국 조선소(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그룹 조선해양계열사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소 중 유일하게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두 건 연속으로 따내고 선제적으로 미국 MRO 시장에 진입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