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주식시장 투명화를 위해 이 같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 합병이나 분할로 피해를 입는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충실 의무 대상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계에선 경영진을 겨냥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기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기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친기업’, ‘실용주의’를 가치로 내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작 재계에 타격을 입히는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즉시 건의하기로 했다. 여당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권 침해 가능성을 가중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여당 내에서도 상법 개정안을 놓고 이해관계가 묘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간 상법 개정에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최 대행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힘을 싣고 있는 상태다. 정부·여당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내놨다.
반면 현 정권의 금융정책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여당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건의에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재차 강조하며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
그는 “개정안에는 ‘총주주’나 ‘전체 주주’와 관련한 다소 모호한 규범들이 포함돼 있어 현재 형태의 상법이 통과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다”며 “현재 국회에 올라온 상법 개정안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부작용 등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상법을 바꿔야 한다고 줄곧 얘기해 오다 지난해 11월부터 정부 입장에 발 맞추고 재계 볼멘소리를 반영해 자본시장법부터 개정하자는 쪽으로 선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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