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이너 ‘누끼토끼’ 최한비 씨

더불어 웹사이트 트렌드도 매순간 바뀌고 있어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선호하는 니즈가 반영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온라인 영역에서 개발자에 뒤쳐져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웹디자이너들이 최근에는 디자인과 더불어 개발자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소위 ‘개자이너’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다. 실력과 센스가 갖춰진 웹디자이너들이 프리 선언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움직임 또한 새로운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10여 년의 회사생활을 뒤로하고 1인 웹사이트 제작 사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최한비 씨 역시 그 중 하나다. 닉네임 ‘누끼토끼’로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를 양성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 중인 그녀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요즘엔 클릭 몇 번만으로도 웹사이트 제작할 수 있는 노코드 웹 빌더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웹디자이너의 역할이 예전에 비해 축소된 건 아닌가요.
“제가 활동 중인 ‘아임웹’이 사실 그런 플랫폼이에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죠.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순 있지만 각자 원하는 방향이 다르고 쉽게 내놓은 서비스도 누군가에겐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웹디자이너나 개발자 같은 전문가를 찾는 분들은 꾸준히 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웹사이트 제작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특별한 웹사이트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그렇죠. 노코드 웹 빌더 서비스에서 전문가들의 능력을 추가하면 훨씬 더 색다른 사이트로 구현 가능하거든요. 저 같은 전문가들은 고객이 원하는 걸 완벽하게 해냄과 동시에 시간도 아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하루에도 ‘F5'를 수백 번 누르는 그녀의 연봉은 ‘억·억·억’ [강홍민의 굿잡]](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859855.1.jpg)
“제 직업은 웹디자이너지만 웹개발·기획 등등 다 맡고 있어요. 프리랜서이자 1인 창업자이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걸 다하는 구조거든요. ‘누끼토끼’라는 이름으로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난 뒤로 아임웹에서 1인 웹사이트 제작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 의뢰를 비롯해 저처럼 프리랜서를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웹사이트 제작 강의도 하고 있어요.”
주로 의뢰하는 고객 연령층은 정해져 있나요.
“20대 청년 창업자부터 60대 은퇴자들까지 고객 연령 폭이 넓고, 기업의뢰부터 국밥집 같은 외식업 등 업종도 다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고객들을 커버하기 위해선 웹사이트 제작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도 중요하죠.”
보통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사실 업무시간은 직장생활 할 때와 큰 차이가 없어요. 보통 9 to 6 또는 10 to 7으로 근무하고, 일이 많을 땐 야근이나 주말근무도 해요. 보통 오전에는 고객 상담을 주로 하는데, 채널톡이나 유선 상담, 비대면 미팅 등으로 진행합니다. 오후에는 웹사이트 디자인 작업에 몰입하고, 오후 4~5시쯤이 되면 잠시 쉬면서 SNS나 유튜브를 통해 요즘 뜨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콘텐츠의 흐름을 연구하기도 해요.
요즘 강의도 병행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하루 반나절 정도는 강의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을 따로 가집니다. 이 모든 걸 저 혼자 하기 때문에 직장인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쁜 것 같긴 해요.(웃음)”
고객이 의뢰할 때 기본 작성 폼이 있나요.
“고객 의뢰서가 있어요. 그렇지만 고객들의 연령대나 경력이 모두 다 달라 의뢰서의 스타일도 다 달라요. “애견숍이나 보쌈집인데 홈페이지가 필요해서요.”라는 의뢰가 가장 많아요. 그런 고객들 대부분 웹사이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도 최소 본인들이 마음에 드는 사이트가 하나씩은 있거든요. 그럼 그 웹사이트 링크(URL)를 받아 참고해서 만들기도 해요.”
보통 의뢰가 들어오면 시간은 어느정도 소요되나요.
“고객과 협의 후 계약서를 쓰고 제작에 들어갑니다. 보통 작업에 들어가면 1차 시한까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소요되고, 고객 피드백을 받아 최종 마무리까지 2주에서 최대 4주 정도 걸려요.”
![하루에도 ‘F5'를 수백 번 누르는 그녀의 연봉은 ‘억·억·억’ [강홍민의 굿잡]](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859861.1.jpg)

“사실 고객 피드백이 오래 걸려요. 저희가 시안을 보내드리면 바로 피드백을 주는 분들이 있는 반면, 늦게 보내주는 분들도 있거든요. 뭐가 더 좋은지 모르거나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해요. 반대로 아주 꼼꼼하게 수정사항을 리스트로 보내 주는 분들도 있고요.(웃음)”
진상 고객들도 있을 것 같아요.
“진상고객이라기 보다 1차 시안을 보냈을 때 묵묵부답인 경우가 간혹 있어요. 고객이 해외에 있다거나 바빠서 깜빡한 경우인데, 두세 달 연락이 안 되다가 갑자기 연락해서 해달라는 경우도 더러 있죠.”
그 경우엔 어떻게 대응하나요.
“웬만하면 좋게 넘어가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저희는 제작 전 선금을 받고 마무리 한 뒤에 잔금을 받는데, 마무리가 안 되면 잔금을 못 받거든요.(웃음) 정말 까다롭거나 소통이 어려운 분들도 간혹 있긴 한데, 그런 분들은 100% 환불해 드리고 다른 전문가를 찾으시라고 권해드려요.”
웹사이트 제작 시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아무래도 예산이죠. 고객이 예산 범위 안에서 표현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 홈페이지 안에서 고객 문의를 받을 건지, SNS나 다른 페이지로 연결 가능하게 할 건지 등의 견적이 나오거든요. 그런 부분을 고객과 잘 협의하는 것도 중요해요,”
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요.
“요구사항에 따라 다른데, 1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예요. 당연히 고객 요구사항이 많아지거나 추가 개발이 필요한 경우 비용이 늘어납니다.”
한 달 기준으로 보통 몇 건 정도 만드나요.
“최대 10~15건 정도예요. 근데 모두 신규 제작은 아니고, 웹사이트 리뉴얼도 포함돼 있어요. 기존에 신규 제작 건을 맡겼던 고객들이 리뉴얼이나 유지보수를 맡기는 분들도 많거든요.”
제작 의뢰가 몰리는 시기도 있나요.
“보통 2~3월이나 상반기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나 프로모션 기간에 의뢰가 많이 들어와요.”
얘길 들어보니, 혼자서 하는 일이 굉장히 많겠네요.
“맞아요. 홈페이지 제작부터 고객 상담, 회계 등 모두 저 혼자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죠. 그래도 홈페이지 제작은 AI(인공지능)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쳇GPT부터 코딩·프레임 설계, 맵 구성 등등을 해주는 AI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새로 출시된 프로그램은 무조건 월 유료구독을 해놓고, 어떤 장점이 있고, 작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부터 보는 게 제 일이에요.(웃음)”
![하루에도 ‘F5'를 수백 번 누르는 그녀의 연봉은 ‘억·억·억’ [강홍민의 굿잡]](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859881.1.jpg)
“월 70만 원 정도 드는 것 같아요. 사실 이 AI 프로그램들이 직원 4~5명의 몫을 해주고 있죠.”
AI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군요.
“어느 정도 감은 있어야죠. 그리고 자기 전에 늘 경제 유튜브를 꼭 챙겨 보는 편이에요. 경제 유튜브 채널을 보다 보면 경제의 흐름도 알 수 있고, 어떤 회사의 AI프로그램이 성장할지도 보이거든요. 해외 IT 인플루언서 SNS 채널에서도 종종 팁을 얻고요.”
어떻게 보면, AI 프로그램만 잘 활용해도 웹디자인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진 않아요. 기본적으로 웹디자인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는 갖춰져 있어야 해요. 그리고 디자이너이지만 저처럼 프리랜서로 일을 하려면 자바 등 컴퓨터 언어도 알아야 하고요. 결국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창의적인 부분은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요즘 웹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조건은 꼽자면 뭔가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웹디자인 트렌드를 알고 자신의 작업물에 반영할 줄 알아야 해요. 그리고 고객 또는 기획자가 원하는 방향을 캐치할 수 있는 소통 능력, 기본적은 코딩 지식도 중요하죠.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엔 AI 활용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요즘엔 신입 디자이너 구독 대신에 AI 구독을 선택하는 회사들도 많거든요.
그리고 취업을 하든, 개인사업을 하든 디자이너는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꼭 있어야 합니다. 실제 작업물을 만들어 보지 않았다면 기존 브랜드나 가상의 홈페이지를 내 스타일에 맞게 만들어 보는 거예요.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로 말하니까요.”
프리랜서는 챙겨야 할 일도 더 많고, 영업도 해야 하는데, 회사에 소속돼 있는 게 오히려 나은 거 아닌가요.
“저도 회사생활을 10년 해봤지만 미래를 위해 프리를 선언한 케이스예요. 사실 회사에선 디자이너와 기획자 간 마찰이 굉장히 심해요. 기획자의 의도와 디자이너의 방향이 맞지 않아 그들의 관계성에 관한 책이 나올 정도니까요.(웃음) 프리랜서가 되면 내가 기획을 하고 좀 더 깨어있는 일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도전한 셈이죠.”
프리랜서가 직장생활보다 더 나은가요.
“회사에서의 기획자가 고객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시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통장 잔고를 보며 힘내고 있습니다.(웃음)”
수입은 어느 정도예요.
“매월 들쭉날쭉하긴 한데, 월 매출 3천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1인 기업에서 그 정도 매출이면 고객 컴플레인은 감안해야겠는데요.(웃음) 직업병도 있을 것 같아요.
“홈페이지 작업을 하면서 생긴 버릇인데, F5(새로고침)버튼을 1~2초마다 습관적으로 누르는 버릇이 생겼어요.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고치고, 반영이 됐는지 새로고침을 반복해 누르거든요. 또 그냥 웹서핑 하다가 보이는 홈페이지에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계속 눈에 들어와요. 여백이 맞지 않거나 폰트가 이상하면 손대고 싶은 것도 직업병 중 하나죠.(웃음)”
AI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가까운 미래, 웹디자이너의 영역까지 침범하지 않을까 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웹디자이너의 직업적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제 닉네임이 ‘누끼토끼’가 된 것처럼, 과거에는 누끼(원본 이미지의 배경을 분리하기 위해 피사체의 외곽선을 따는 디자인 용어)작업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지만 요즘엔 AI가 몇 초 만에 해결해 주는 것처럼 반복적인 작업들이 줄어들고 있잖아요. AI가 제 영역을 침범한다는 걱정보다 오히려 작업시간을 단축해줘 디자이너들은 더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AI가 새로운 영감을 주는 역할도 해요. 앞으론 이 AI와 공존해야 하는 삶이 아닐까요.(웃음)”
![하루에도 ‘F5'를 수백 번 누르는 그녀의 연봉은 ‘억·억·억’ [강홍민의 굿잡]](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859898.1.jpg)
[사진 이승재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