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늪에 빠진 40만가구” 집 팔아도 못 갚는다
국내에서 채무상환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가 40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 되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더욱 심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고위험가구는 38만6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3.2%에 해당하며, 이들의 총 금융부채 규모는 72조3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하 DSR) 40% 초과 ▲자산대비 부채비율(이하 DTA) 100% 초과인 가구를 고위험가구로 분류했다.
이들 가구는 소득 대비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고 있으며, 보유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2023년(3.5%) 대비 고위험가구 비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2022년(2.6%)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최근 7년간 평균(3.1%)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고위험가구의 중윗값 기준 DSR은 75.0%, DTA는 150.2%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들 가구는 소득과 자산 측면에서 채무상환 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고위험가구의 재무지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수도권의 DSR과 DTA 중윗값은 각각 70.9%, 149.7%로 수도권(78.3%, 151.8%)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비수도권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고위험가구의 18.5%를 차지해 수도권(5.1%) 대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층의 소득 감소가 채무상환에 미치는 영향을 시사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위험가구 비율은 비수도권 5.4%, 수도권 4.3%였다. 하지만 올해 말에는 각각 5.6%, 4.0%로 비수도권의 증가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고위험가구의 채무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비수도권의 경제성장이 수도권보다 둔화된 가운데,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지방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 부담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