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회장은 29일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강당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오늘의 효성은 아버지의 시대 변화를 읽는 혜안과 강철 같은 도전 정신으로 미래를 선점한 결과 이룬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아버지께서는 '위기는 언제든 닥쳐오고 그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다"며 "생전 한일 관계와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셨을 때는 더 나아가 한미일 3국이 머리를 맞대고 같이 걱정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조 명예회장이 중국을 예의주시했다고 소개하며 "아버지께서 매년 공학도 500만 명을 배출하는 중국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공학도들의 연구 열정에 감탄하시며 중국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뛰어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전망하셨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불확실성은 날로 커져만 갔다"면서 "끝없는 격랑 속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할 때 아버지의 빈자리가 뼈에 사무치게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년 효성을 차돌같이 단단한 회사, 어떤 위기에도 생존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함께 한미일 경제안보동맹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효성을 반세기 동안 이끌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29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특히 조 명예회장은 일찍부터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술경영을 강조 또 강조했다.
조 명예회장이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중 처음 기술연구소를 세워 원천 기술 개발해 집중한 것은 한국 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다. 기술연구소에서 탄생한 스판덱스가 대표적이다.
당초 스판덱스 제조 기술은 미국과 독일, 일본 등만 보유하고 있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효성은 조 명예회장의 독려 아래 개발에 매달린 끝에 199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 스판덱스는 201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처음 등극한 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밖에 효성은 철을 대체하는 미래 신소재 탄소섬유를 국내 최초로, 나일론의 뒤를 잇는 혁신적인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조 명예회장은 중국과 베트남 시장의 성장을 예견해 과감히 진출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 효성은 현재 중국과 베트남에서 활발한 생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효성의 글로벌 경영은 유럽, 미주, 남미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조 명예회장은 2007∼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으며 그룹 경영 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아울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2000∼2009년), 한일경제협회장(2005∼2014년) 등을 역임하며 한국 경제를 리드하는 ‘민간외교관’으로도 손꼽힌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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