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종가 기준 1472.9원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4원 오른 1472.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2009년 3월 13일(1483.5)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지난해 12월 30일 기록한 작년 종가 최고치(1472.5원)보다도 높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우려와 한국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전망이 맞물리면서 환율이 크게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높여 다른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세금은 줄여 미국 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4월 2일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 수입물가를 자극해 미국 내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 여기에 이민 문턱을 높이면서 고용시장 노동력 공급이 감소하면 임금 상승까지 더해져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환율은 미국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교역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이를 근거로 한국 경제 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외국인은 공매도 재개 이후 1억5755만 달러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다시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국내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반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전날 104.26에서 103.88로 하락했고, 위안화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원화만 유독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정치적 불확실성 등 국내 요인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환율이 달러당 15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율 불안이 커지면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해 시장안정화 조치로 총 111억79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전년(96억1000만 달러)보다 16.3% 늘어난 수치다. 특히 비상계엄령이 내려졌던 4분기 중에는 37억5500만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다. 당국은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섰지만,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4092억 달러 수준으로, 4000억 달러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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