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3.6조 유증' 논란 정면 돌파
김동관, 지배구조 최정점 (주)한화 실질 최대주주
방산·조선, 금융, 유통·로보틱스 중심 계열분리 '촉각'
'사촌경영' SK그룹처럼 '따로 또 같이' 체제 가능성도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결정 등으로 승계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떳떳한 증여'로 비판적 시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인수를 단행하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화는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증여 후 ㈜한화 지분은 한화에너지가 22.16%로 가장 많고, 김 회장 보유 지분은 11.32%로 줄어든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지분은 9.77%,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지분은 각각 5.37%가 된다.
㈜한화 지분이 가장 많은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김동관 부회장 지분이 50%로 가장 많고, 나머지 두 형제의 지분이 각각 25%씩이다.
이 때문에 증여 후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로 늘어나며, 한화에너지 지분을 ㈜한화 지분으로 환산해서 계산하면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 지분이 20.85%로 김 회장(11.32%)을 앞지르게 된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이날 전격 증여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완료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 제기되는 승계와 관련한 각종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하게 해소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은 증여세도 성실히 납부할 계획이다.
지분 증여로 김동관 부회장 등이 내야 할 증여세는 2218억원(3월4일∼31일 평균 종가 기준) 규모다.
2006∼2007년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일부를 증여했을 때 세 아들은 1216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김 회장도 1981년 당시 역대 최대 수준인 277억원을 상속세로 낸 바 있다.
한화그룹은 "과세 기준 가격은 한 달 후인 4월 30일 기준 전후 각각 2개월 주가 평균 가격으로 결정된다"며 "이에 따라 주가가 낮은 시점에 증여를 결정했다거나 주식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만큼 한화에너지 상장으로 세 형제가 지분에 따라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향후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도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장악력을 강화하며 빠르게 계열 분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을,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계열분리를 구상할 수 있는 관측이다.
다만 각자의 주력 사업을 이끌며 형제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촌경영 체제인 SK그룹의 ㈜SK와 SK디스커버리, SK네트웍스처럼 ㈜한화와 이들 기업이 지분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경영권 승계 논란이 일단락된 만큼 한화그룹은 당초 계획대로 본연의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장기적으로 약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7조4000억원은 향후 영업 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외 지상 방산, 조선해양, 해양 방산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분야의 톱티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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