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채권운용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김 부회장은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메리츠금융에 합류했다. 각자 대표이사로 최희문 부회장과 함께 중소형 증권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을 업계 최상위권 회사로 변모시키며 뛰어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손해보험업계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를 8년 만에 업계 2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현재 김 부회장은 그룹 전반을 이끌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4년 당기순이익 2조3334억원을 기록하며 비은행 금융지주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NH농협금융지주(순이익 2조4537억원)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시장 금리인하 및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한 수익 극대화, 주요 계열사의 본업 경쟁력 강화 노력으로 2년 연속 2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이익 체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의 눈부신 성과에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결단과 신임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원 메리츠’로의 전환이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4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조 회장이 승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대주주 지분율 50% 이하’를 감수하면서도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쳤다.
원 메리츠 이후 메리츠금융은 효율 경영을 극대화했다. 기존 체제에선 계열사 임직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에 제약이 따랐다면 지배구조 개편 후에는 대부분의 권한을 계열사에 맡기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유기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메리츠금융은 주주환원 정책에도 힘쓰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평가지표인 총주주수익률(TSR)은 지난해 78.3%를 기록, 업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TSR은 주가수익률과 배당소득을 포함한 개념으로 일정 기간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총 수익률을 뜻한다. 메리츠금융은 TSR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투자 수익률과 자사주 매입 수익률, 현금배당 수익률을 비교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적인 자본배치 전략을 짜고 있다.
주주환원율은 2023년 51.2%, 2024년 53.1%다. 약속한 50% 이상을 성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3월과 9월 각 5000억원(총 1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공지했고 올해 1월 말까지 825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오는 9월에도 매입을 추진한다.
메리츠금융은 매입한 자사주는 100%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자본금을 줄여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끌어올린다. 시장에선 메리츠금융의 방식을 두고 ‘미국 월가 스타일 기업’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메리츠식 주주환원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4년 한 해 동안 주가가 70%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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