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0대 CEO]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수석부회장은 HD현대그룹을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기술 중심의 혁신 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차세대 리더다.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를 거치며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추진하며 실무 능력을 입증했다.

2024년 11월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수소와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로봇 등 신사업을 직접 챙기며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3년 CES에서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제시했다. 2024년 CES 기조연설에서는 무인·자율화, 디지털 트윈, 친환경 및 전동화 등 미래 기술 중심의 산업 생태계 구축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밝히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 수석부회장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미래 친환경 선박의 원천기술 확보다. 2022년 차세대 원자로 혁신기업인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을 주도했다. HD현대는 2024년 테라파워와 함께 소형모듈 원자로(SMR) 핵심 설비 개발에 나섰으며,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3월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를 만나 소형모듈 원자로 분야에서의 양사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글로벌 수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HD하이드로젠 설립, 핀란드 수소연료전지 기업 컨비온을 인수했다.

그의 리더십은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혁신으로도 이어진다. 팔란티어와의 협업을 통해 조선소 전체를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하는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12월 FOS 프로젝트의 1단계 목표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 구현된 조선소를 통해 현장 정보들을 디지털 데이터로 가시화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어 FOS 2단계인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 구축에 돌입했고, 오는 2030년까지 FOS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팔란티어의 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 ‘파운드리’를 FOS 프로젝트에 활용, 첨단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의 핵심인 디지털 트윈을 전 공정에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2월 팔란티어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팔란티어와 함께 AI, 디지털 트윈 등 혁신 기술을 통해 새로운 수준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3월에는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대표와 만나 현재 진행 중인 AI 조선소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방산 분야에서 양사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양사간 협력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사람이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경영 철학 아래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2022년 12월 HD현대그룹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HD현대는 자녀 유치원 교육비 연간 1800만원 지원, 0~5세 대상 보육시설 ‘드림보트’ 운영 등 임직원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