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균형 해소 전망에 철강 ETF 한 달 수익률 20% 육박
대중국 무역 규제도 국내 수혜 요인…증권가 “저점 매수 타이밍”
◆ 철강주, 줄줄이 신고가 경신
7월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제철은 장중 3만74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철근 생산 1위 기업인 이 회사의 주가는 7월 들어 22% 상승했다. 철근은 콘크리트를 보강하는 데 쓰이는 봉강이다. 철근 생산 2위 기업인 동국제강과 한국철강, 환영철강공업 등을 산하에 둔 KISCO홀딩스도 7월 들어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POSCO홀딩스도 23.6% 오르며 주가가 32만원을 돌파했다.
철강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KODEX 철강’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9.25%, 3개월 수익률은 49.30%에 달한다. ‘TIGER 200 철강소재’의 1개월 수익률은 18.31%, 3개월 수익률은 55.40%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철강주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현대제철 목표가를 5만원으로, 다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4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POSCO홀딩스 목표주가도 50만원으로 올렸다. 철강 시황 둔화와 2차전지 소재 부문 투자 부담이 주가에 반영돼 있지만 철강 수익성 개선과 소재 부문 성장성이 커지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감산을 확대하면 철강 업황이 개선되고 이에 따라 관련 기업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며 “이런 과정은 2~3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주가 반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종은 중국발 공급과잉 완화라는 구조적 변화를 맞이했으며 밸류에이션도 저점 수준”이라며 “업황 회복 초기 단계에서 비중 확대에 나설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 중국 감산 본격화에 수급 안정
국내 철강업계는 건자재·가전 수요 둔화와 중국산 저가 물량 증가로 수년간 불황을 겪었다. 현대제철은 2022년 1분기 697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90억원의 손실을 냈다. 철근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유통가격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정부 주도로 철강 감산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은 단기적으로 5000만 톤 규모의 감산 정책을 추진 중이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자발적 감산도 이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설비를 영구적으로 감축하는 구조적 개혁도 예고했다. 지난 6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8655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국내 기업들도 주요 공장의 가동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중국의 공급 축소 움직임은 글로벌 수급을 안정시키며 철강 업황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도 철강 업황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대중국 무역 규제 역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모양새다. 국내 철강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에선 후판과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가 철강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업황 회복을 위해선 중국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3년간 철강 업황 부진의 주요 원인이 부동산 침체에 따른 공급과잉이었기 때문이다. 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거래량 회복은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신규 착공으로 이어지고 이는 철강 수요를 견인했다”며 “2026년 이후 착공 면적이 증가하는 시점부터 철강주 비중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철강주 중 현대제철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봉형강 비중이 높아 업황 회복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판·열연에 대한 반덤핑 규제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작년 4분기부터 두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판매량이 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41만 톤 증가하지만 전기로 부문에서 판가 하락과 원가 상승으로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일회성 비용도 발생해 실적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은 업황 회복 지연에도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략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5000억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미국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 투자가 예정돼 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부터 중국 철강 수출이 줄고 5월부터 시행 중인 중국산 후판 반덤핑 관세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 주도의 미국 전기로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는 현대제철에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으며 중장기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 전기로 프로젝트를 통해 고부가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생산할 경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대한 공급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POSCO홀딩스도 고부가 판재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기술 집약 제품 확대를 통해 철강 부문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점이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은 POSCO홀딩스에 대해 “3분기부터 철강 부문이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기존 36만원에서 3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도 “POSCO홀딩스의 2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7만원을 유지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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