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8000원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코인 투자까지 재테크 열풍으로 뜨거웠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통해 투자 관련 영상을 들여다보는 직장인이 적지 않았고 ‘영끌’과 ‘빚투’로 자산을 만들어가는 젊은 세대에 대한 기사도 쏟아졌다. 단기간에 거액을 벌어 조기은퇴를 했다는 직장인의 성공담이 이어지는가 하면, 무턱대고 투자의 길로 들어섰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는 이들의 고백도 적지 않았다. 모든 이야기의 이면에는 투자만이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운아 저자의 ‘돈은 모든 것을 바꾼다’는 이런 현실의 명암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유혹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삶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낸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투자의 기술보다 돈을 대하는 태도다. 저자는 ‘투자를 위한 관리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돈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먼저 흔히 하는 착각부터 바로잡자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지만 그것은 결심이 아니라 막연한 바람일 뿐이다. ‘목표는 핏빛처럼 구체적이고 선명해야 하며 그 목표를 실행할 수 있는 습관과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뻔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이 대목을 풀어내는 방식에는 특별함이 있다.
한때 펀드, 변액보험, 파생상품 등 유행하는 금융상품에 무턱대고 가입했다가 손실을 봤던 저자는 ‘재테크를 쇼핑하듯 하는 것’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자기 자신은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백화점에서 옷을 사는 것보다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투자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투자하는 상품 자체에는 잘못된 게 없다. 그 상품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지 고민 없이 서명부터 해버린 투자자의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하는 투자 중 많은 부분이 ‘착각’에서 시작된다. 아는 것에 투자했다고 믿지만 사실은 ‘괜찮을 거야’ 혹은 ‘잘될 거야’라는 ‘자기 암시’에 기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 역시 손실을 본 이후에야 뼈아픈 깨달음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투자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큰 부를 획득한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투자는 짧게, 재테크는 길게’라는 선명한 원칙을 세우고 실천한 덕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투자는 시장의 흐름을 포착해 적절한 선택을 하는 단기적인 활동에 가깝지만 그 수익을 지키고 키워내는 과정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시장의 기회를 잡아 단기적으로 성과를 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성과를 허공에 날리지 않고 생활의 기반을 다지는 자산 관리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습관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단기와 장기의 균형,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돈의 힘’인 것이다.
이 책에도 뚜렷한 투자 기법과 종목 선별의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어떤 주식을 사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저자는 자신의 성공 사례를 들어가며 세세히 알려준다. 아마도 많은 독자가 그 부분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게 부를 쌓는 과정은 ‘살을 에는 겨울에도 반복되는 러닝’에 가깝다. 당장 성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체력이 달라져 있듯, 돈 역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자산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돈은 모든 것을 바꾼다’는 제목처럼 돈의 위력을 과장하지 않는다. 투자 열풍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이 책은 돈은 모든 것을 바꾸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투자 세계에는 화려한 성공담이 난무한다. 하지만 뚜렷한 원칙과 태도 없이 성공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윤효진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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