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에 이룬 과학기술의 발전에 이어 이제는 궂은 날을 대비한 지속가능성이 대두되는 시대다. 너도나도 탄소 발생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2030년 넷제로를 목표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탄소 발생을 없애기 위해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기업들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략1: 아예 새 에너지원을 찾는다영국 회사인 파이어플라이 그린퓨얼스는 전 세계 어디서나 무한 공급되는 인간의 배설물로 에너지를 만든다. 그렇다. 인간이 있는 한 100% 지속가능 연료다. 배설물에 고온, 고압을 가하는 공정을 개발하고 부산물은 작물 비료로 사용한다. 화석 연료가 전혀 사용되지 않고 탄소배출량은 기존과 비교할 수도 없이 낮아진다.
일본의 소니는 최대 99%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소재 소플라스(SORPLAS)를 개발했다. 전자제품에 사용된 플라스틱을 다시 재활용하는 비율은 약 30%인데 소플라스는 이 비율을 최대 99%까지 끌어올린다. 기존 플라스틱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약 80% 적다. 소니는 2011년부터 이 소재를 TV, 카메라, 캠코더에 활용해왔다.
해양수소로 길을 뚫는 기업도 있다. 바다에는 바람, 파도, 조류, 해수열, 태양광 등 육상보다 다양한 에너지원이 존재한다. 이를 활용하여 대규모 발전 단지 구축이 가능한데 특히 단지 구축을 위한 주민 수용성도 육상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주거지와는 당연히 원거리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프라의 확장성, 대형화도 육상보다 제한이 없다. 프랑스의 라이페(Lhyfe)는 친환경 수소생산 전문 기업으로 현재까지 유럽 11개국에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했다. 2023년 세계 최초로 해상 부유식 수소 생산플랜트 실증에 성공했다. 해상풍력의 발전 전력을 이용하여 부유식 플랫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미국 아마존과 노르웨이 DNV도 살펴보자. 해조류가 탄소의 주요한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를 활용한 해양 탄소저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DNV는 해조류를 활용해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전환하여 장기간 탄소를 격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DNV는 해조류 탄소저감 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위해 기술적 평가, 표준화 프로세스 개발, 리스크 관리 등 절차도 개발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이 기술의 활성화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아마존은 North Sea Farm1 프로젝트에 150만 유로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해조류 양식장을 조성하여 연간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양식장은 2040년까지 약 100만 헥타르 규모로 확대될 계획이다. 전략3: 이미 주어진 자연환경을 활용한다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훈련에는 엄청난 데이터 분석, 수집,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를 관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최근 큰 이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랙(Racks)으로 가득 찬 곳이다. 데이터를 이용하는 스마트 기기에 쉴 틈 없이 데이터를 전송하고 또 받는다. 우리의 스마트폰이 하루 종일 잠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오류나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는 수차례 안전하게 백업된다. 즉 데이터 운용, 냉방에 24시간 전력이 사용된다는 말이고 24시간 열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가진 노트북을 며칠간 계속 켜두면 어떤가? 노트북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노트북 안에서 과열된 부품들이 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부터 해저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나틱 프로젝트(Natick Project)를 추진했다. 2018년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 해저 36m에 864대의 서버가 있는 데이터센터를 넣었다.
왜 여기일까?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열을 차가운 북해 심해에서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 덕분에 열을 내리기 위해 추가 에너지, 추가 예산, 추가 리소스를 쓸 필요가 없다. 어디 그것뿐인가? 해상에 원래 있는 풍력, 조력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도 있다. 또 해저에서는 육상보다 서버가 갑자기 고장 날 확률이나 예측하지 못한 이슈가 나올 확률도 적다. 왜냐하면 육상은 수많은 다른 기계, 제품, 서비스 등 변수가 많지만 해저 심해는 그럴 일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변수가 적다는 말은 예측 가능하다는 말이고, 이는 인공지능이 정해진 규칙대로 관리, 모니터링하기에 딱 맞는 조건이라는 말이다. 인건비도 절약하고 인공지능 관리의 생생한 테스트 배드로 딱 맞는 환경이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이용하는 것은 메타와 BMW도 지지 않는다. 스웨덴의 룰레오라는 지역은 북극과 불과 96km 떨어져 있다. 일년 내내 서늘하다. 메타와 BMW의 데이터센터가 룰레오에 있다.
데이터센터로부터 나오는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은 여러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데이터센터의 리프레시 주기를 늦추어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나은가, 혹은 차라리 에너지 효율성이 더 높은 최신 장비를 구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한가, 어느 쪽이 탄소배출을 더 많이 줄이는지 연구하기도 했다. 업계의 고민이 단편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의 개발팀, 신규 사업 개발팀, 인프라팀, ESG팀이 협력해 사업 확장과 환경 영향을 종합 고려해서 관리하고 있다.
발문 /
어떤 일의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없다. 이 능력을 터득한 사람들은 모두 타고난 것이 아니라 이 능력이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사람이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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