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국 스포츠 선교사(유니온 스포츠 대표)

김민국 유니온 스포츠 대표.
김민국 유니온 스포츠 대표.
“스테판 커리(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나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선수들 대부분이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미국 국제 선교기관)출신이에요. 어릴 적부터 믿음 안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한 후 그 선한 영향력을 또 누군가에게 전파하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죠.”

FCA는 1954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 스포츠 선교기관으로, 스포츠와 신앙을 연결해 스포츠인들이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믿음의 울타리를 마련해주는 비영리단체다. 현재 100여 개국 이상 진출해 있는 FCA는 2000년대 후반 한국에도 들어와 지부가 운영되고 있다.

7년 간 FCA에서 필드 디렉터(현장 총괄)로 활동한 김민국 유니온 스포츠 대표는 한국 문화에 맞는 스포츠 선교 프로그램을 고안해 냈다. 단순히 스포츠 활동을 넘어 경기장과 훈련 현장을 통해 선한 사회적 영향력과 더불어 신앙적 가치 확산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국형 스포츠 선교 모델이다.

신앙+스포츠 결합한 임팩트 스타트업 ‘유니온 스포츠’
올 초 설립된 유니온 스포츠는 ▲프로·엘리트 선수 케어 프로그램 ▲교회 학교 프로그램 ▲소외계층 케어 프로그램 ▲인터내셔널 프로그램 총 4단계의 사역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우선 스포츠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프로·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케어 프로그램은 치열한 성적 및 자기관리가 생명인 프로·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영적·심리적 케어를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이영표·스테판 커리·커쇼'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강홍민의 굿잡]
특히 이 분야는 스포츠 선교의 출발점인 미국에서는 문화로 자리 잡혀 있지만 한국은 불모지인
상황이다. 프로·엘리트 선수 및 구단(팀) 내 신앙을 가진 선수들을 파악하고, 그들을 마중물 삼아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신앙을 파악하는 것부터 구단을 설득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인 셈이다.

“프로선수들은 시즌이 시작되면 평일·주말이 없이 경기를 준비하고 임해야 하거든요. 종교가 있는 선수들이 예배할 곳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 예배를 드리고 싶지만 구단에 요청하기도, 혼자서 예배를 준비하지 못하는 상황이 경기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요. 이런 고민을 하는 프로선수들을 찾고 구단을 설득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저희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죠.”

프로선수들에게 예배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영적인 영역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단순히 성경말씀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의 멘탈 관리, 그리고 프로선수들이 겪는 정서적·심리적 고통을 나누고 해결하는 것이 스포츠 선교 안에 모두 담겨져 있다는 뜻이다.

현재 유니온스포츠는 황재균·배제성 KT위즈 선수를 비롯해 김형진(경남FC), 한가람(안양FC), 정민기(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등 다양한 종목 및 선수들을 현장에서 영적으로 인도하고 있다.
"'이영표·스테판 커리·커쇼'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강홍민의 굿잡]
"'이영표·스테판 커리·커쇼'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강홍민의 굿잡]
유니온 스포츠의 활동 모습(김민국 대표 제공)
유니온 스포츠의 활동 모습(김민국 대표 제공)
이 같은 스포츠 선교의 결실은 믿음만 좋아서, 또는 운동을 잘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와 선수 개개인의 고민을 잘 파악하고 해소할 수 있는 공감과 치유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늘 경쟁 속에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더군다나 부상을 당하거나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은 심리적 불안감이 굉장히 크거든요. 스포츠 선교는 종목 종목마다 그 문화와 이해관계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선수들에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믿음의 지지대가 돼줘야 하니까요.”

소외계층·국제 난민 대상으로 스포츠 사역 시작

‘교회 학교 프로그램’은 믿음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동을 통해 교회 생활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소외계층 케어 프로그램’과 ‘인터내셔널 프로그램’ 역시 국내에서는 첫 시도로 개척해야 할 프로그램 중 하나다.

“수 년 전 아프가니스탄 미라클 작전 당시 난민으로 한국에 온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어요.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낸 친구들인데, 지금은 축구를 통해 굉장히 밝아졌죠. 아프가니스탄 난민 축구팀을 만들어 올 10월 즈음 대회 출전도 앞두고 있어요. 더불어 소외계층에 있는 친구들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고, 말씀도 전하는 게 저희 유니온 스포츠가 할 일입니다.(웃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축구선수’ 꿈 접고 ‘스포츠 선교사’로
유년시절 그는 축구 실력 하나로 학교에서는 물론, 동네에서도 유명했다. 날쌘 움직임과 탁월한 실력으로 또래 친구들에 비해 실력이 월등했던 그는 주변의 기대에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조금씩 키워 나갔다. 하지만 그의 실력에 비해 주변 여건이 뒷받침 돼 주지 않았다.

“6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신 뒤로 어머니께서 홀로 식당일을 하시면서 3남매를 키우셨어요. 어머니께서 늘 밤늦게야 집에 오셔서 전 기댈 곳이 축구밖에 없어 정말 축구만 했었어요. 언젠가 학교 축구부 감독님이 부르시더니 축구부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하셨어요. 너무 하고 싶었지만 축구를 하려면 합숙비가 필요하다는 얘기에 포기했죠. 돈을 낼 형편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중학교 축구부 테스트를 한번 받아보라는 감독님의 제안에 군포중 특기생으로 들어가게 된 거죠.”
"'이영표·스테판 커리·커쇼'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강홍민의 굿잡]
군포중, 안양공고까지 이어진 그의 축구 인연은 그리 길지 않았다. 축구화 하나 맘 편히 살 수 없었던 집안 형편이 어린 마음에도 계속 운동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늘 한 켠에 있었다. 열일곱, 인생 전부였던 축구와의 이별 뒤 그의 사춘기는 늦게, 모질게도 찾아왔다.

“당시엔 더 이상 축구를 못한다는 생각이 절 참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싸움도 하고, 나쁜 일에도 휘말리면서 경찰서도 참 많이 갔었죠. 그러다 우연히 교회 아저씨들이 만든 축구팀을 만났어요. 그분들과 한 두 번 같이 축구를 하면서 친해졌고, 교회라는 곳도 알게 됐죠.”

김 대표에게 뿌려진 작은 믿음의 씨는 쉼 없이 커 나갔다. 교회 청년부 회장을 맡게 된 김 대표는 우연히 찾은 청소년 임시 보호 시설에 봉사를 나가면서 지금의 꿈을 키웠다. 그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축구를 통해 세상을 비춰주고 믿음을 전파했다. 그 무렵 FCA 선교사 훈련 제안을 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스포츠 선교사의 꿈에 뛰어 들었다.

수년 간 FCA 스텝으로 일해 온 그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스포츠 선교가 아닌, 단체의 성장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었다.

“사실 스포츠 선교를 이어가기 위해선 후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기업이나 크리스천들의 물질적인 후원이 단체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FCA에 근무하던 어느 날, 문득 제 스스로가 후원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텝에서 팀장, 디렉터 책임자까지 고속승진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내부에서는 일 잘하는 스텝이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년 7월, 김민국 대표는 안정적이고 촉망받는 디렉터의 자리를 뒤로하고 유니온 스포츠로 독립을 선언했다. 힘겹게 얻은 조그마한 사무실엔 중고거래로 집기를 채웠다. 사무실 월세 외에도 일당백을 담당 중인 직원들의 월급이 끊이지 않기 위해 그는 이곳저곳 불러 주는 곳은 물론, 꼭 불러 주지 않는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글로벌 단체의 경력을 거름삼아 사회·교육적 가치를 만드는 임팩트 스타트업을 모토로 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와 신앙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함으로서 스포츠 시장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꿈꾸고 있다.

“사실 미국처럼 스포츠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스타플레이어예요. 누구나 좋아하고 존경하는 스타가 구심점 역할을 해주거든요. 한국에서는 이영표 선수의 역할이 컸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FCA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영표 선수가 힘을 많이 실어줬어요. 저와 중·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저를 참 많이 예뻐해 주세요.(웃음) 앞으로 제 2, 제3의 이영표 선수가 나올 수 있게 믿음의 네트워킹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이영표 선수와 함께 (김민국 대표 제공)
이영표 선수와 함께 (김민국 대표 제공)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