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청결제는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사랑니 발치·잇몸수술·임플란트 시술 뒤 단기간 쓰는 ‘전문 소독액’이다. 항생제·소독제·스테로이드 성분이 복합돼 살균력이 강해 의사 지시에 따라 1~2주 정도만 쓰는 게 원칙이다. 과용하면 상처 회복을 늦추거나 유익균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구강청결제다. 대개 소독 성분과 함께 자일리톨, 그리고 제품에 따라 5~18% 수준의 알코올을 포함한다. 알코올이 자극과 휘발감, 살균 효과를 주지만 타액 분비를 억제해 입마름을 악화시킬 수 있고 사용 직후 음주측정기에 반응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체 사용’과 ‘과다 사용’이다. 살균 성분(예: 클로르헥시딘, 염화세틸피리디늄 등)은 유해균을 줄이지만 산화질소 생성을 돕는 유익균까지 함께 쓸어낸다. 구강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면 전신 대사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또한 소독제 장기 사용은 세균은 줄고 진균이 늘어 ‘혀 변색’이나 일명 ‘검은 털혀’ 같은 불편을 부를 수 있다. “열심히 가글했더니 혀가 이상해졌다”는 하소연의 배경이다.
가장 큰 오해는 이거다. “가글만 잘하면 치석·치태가 사라진다.” 치태(플라크)는 세균이 만든 끈끈한 바이오필름이다. 물로 헹군다고, 소독액을 붓는다고 떨어지지 않는다. 기계적 마찰, 곧 칫솔모와 치실·치간칫솔이 닿아야 분해된다. 가글은 냄새 원인 물질을 일시 희석하고 세균 활성을 낮춰 ‘보조 효과’를 줄 뿐이다. 본진(칫솔질)을 빼고 지원사격(가글)만 쏘는 전술은 전장(입안)을 지키지 못한다.
그렇다고 구강청결제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시술 직후 감염 예방, 입 냄새 관리, 잇몸 염증 완화 등 ‘정확한 목적·기간·방법’ 안에서는 충분히 유용하다. 관건은 순서와 균형이다. 먼저 칫솔질과 치실로 플라크를 제거하고 필요할 때 보조적으로 가글을 더하는 것이 정석이다. 자극이 크다면 무알코올 제품을 선택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중단 후 전문가를 찾는 ‘브레이크’도 준비하자. 구강은 장기전이다. 단기 상쾌감에 현혹되기보다 작지만 꾸준한 루틴이 승패를 가른다.
생활 속 실천은 단순하다. 식사 후 3분 이내에 하루 2회 이상, 불소 치약으로 2~3분 꼼꼼히 칫솔질하고 칫솔이 닿지 않는 부위는 치실과 치간칫솔로 청소한다. 가글은 필요할 때만 제품 사용법을 엄격히 따르되 자극이 크면 무알코올 제품으로 바꾼다. 시술 후 소독액은 의사가 지시한 기간에 한해 사용하고 혀 변색이나 작열감, 과도한 구강 건조가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상담한다. 아울러 6개월마다 정기 검진과 스케일링으로 구강 상태를 점검한다.
결국 답은 ‘가글 대신’이 아니라 ‘가글 플러스’다. 칫솔질을 중심에 두고 청결제는 목적과 상황에 맞춰 보조로 쓸 때 비로소 입안의 건강과 상쾌함을 함께 얻을 수 있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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