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지난 6일 세상을 떠난 '비철금속 업계 거목'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으로 고려아연을 이끌며, 고려아연이 세계 1위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재계에 따르면 장례 첫날인 7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최 명예회장 빈소에는 반기문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오치훈 대한제강 회장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은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최 명예회장의 차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지난해 9월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도 이날 빈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946년생인 장 고문은 1941년생인 최 명예회장과 함께 각각 영풍, 고려아연 경영을 맡으며 영풍그룹 2세 경영체제를 이끌었다.

최 명예회장의 리더십도 재조명 받고 있다. 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 창업주인 최기호 선대 회장의 차남으로, 고려아연을 세계 1위 종합제련사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고려아연이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한 핵심 비결이 '조직력'이라고 강조해왔다. 특정 몇 명의 개인이 아닌 전 임직원이 합심해 만든 성과라는 얘기다.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걸 명예회장, 최창영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걸 명예회장, 최창영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최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창립 40주년 기념 사내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의 장점을 묻는 말에 "누구 하나 큰 영웅이나 대단한 사람이 이룬 것이 아니라 전 직원 모두가 이뤄낸 성과라는 얘기다. 나는 개인보다는 조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플레이어도 좋지만 탄탄한 조직력이 우선이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고려아연이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최 명예회장은 "바위 몇 개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흙가루 하나하나로 다져놓은 모양일 것"이라고 답했다.

고려아연이 '자원 불모지' 한국에서 아연과 연, 동 등 기초금속부터 안티모니와 인듐,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과 금과 은 등 귀금속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가 필요로 하는 금속을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한 건 개인이 아닌 수천 명의 임직원이 똘똘 뭉쳐 만든 성과라는 게 최 명예회장의 생각이었다.

최 명예회장은 "모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기 업무를 잘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열심히 일해서 이렇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주니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며 사내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8월 25일(현지 시간)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8월 25일(현지 시간)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최 명예회장과 전 임직원이 합심해 만든 탄탄한 조직력이 적대적 M&A라는 외풍에도 고려아연이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이라는 위상을 공고히 하며 국가경제와 안보에 기여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돼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 매출액 7조6582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고, 최근 정부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에 전략광물 게르마늄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다른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며 중국의 수출통제로 불안정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이라는 최 명예회장의 경영철학 위에서 최윤범 회장과 전 임직원은 지난 50년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100년 기업으로 나가기 위해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 명예회장은 "우리가 '글로벌 1위'다 하는 생각은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이룰 것도 많다. 100년 가는 회사가 위대한 회사라고 하니 나도 위대한 회사의 일원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노력하기에 달려있다"라고 당부한 바 있다.

최 명예회장의 장례는 7일부터 나흘간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맡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8시 열린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