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8000호가 최선” 주장도
오세훈 시장,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필요성 강조

22일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를 둘러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를 둘러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핵심지역에 총 6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1·29대책’(도심 주택공급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대해 서울시가 연이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가 6800가구 공급을 계획한 태릉CC 부지에 대해 ‘태릉·강릉’ 인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유산 외곽 경계로부터 100m 이내)과 13%가량이 겹친다고 30일 밝혔다.

태릉과 강릉은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으로 이 일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세계유산지구 범위와 거의 유사하게 설정됐다는 설명이다. 세계유산지구와 일부라도 겹치거나 접하는 곳에서 개발사업을 하려면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더불어 서울시는 “세운4구역은 종묘 세계유산지구 밖에 위치하여 세계유산 특별법상 HIA 의무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민석 총리와 국가유산청 등이 141m 높이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반대했던 것을 의식한 듯한 내용이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전날 긴급 브리핑에서 이미 같은 내용을 설명한 바 있다. 김 부시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가구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최대 40%이내의 적정 주거비율 관리를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최대 8000호까지 얘기했다”며 “이마저도 학교 부지확보 등 문제가 해결되면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9대책 발표 전부터 정부의 시내 유휴부지 내 주택공급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오 시장은 신정동 재개발구역을 방문한 28일 “정비사업장(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이미 확정된 미래로, 이주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 정부 임기 내 가시적인 공급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주비 대출을 단순 가계대출이 아니라 필수적인 사업비로 봐야한다”면서 민간 공급을 위한 규제 완화를 재차 요청했다.

이는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첨단 업무·상업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오 시장의 비전과 수도권 집값 급등으로 신속한 주택 공급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정부 입장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갈등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이 30일 ‘피지컬 AI 선도도시’ 비전을 발표하며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로봇친화·첨단물류도시를 구현한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알려진 박주민, 박홍근 의원은 “용산에 2만호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택 공급 예정부지가 위치한 용산구와 노원구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주민들은 집단 정보공개청구와 서명운동에 나섰다. 자치구들도 일제히 1·29대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용산구는 “정부는 어떠한 공식 협의도 거치지 않았으며 기반시설 대책 없는 물량 중심 접근은 전형적인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유감을 표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