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자사 AI ‘그록(Grok)’을 활용한 실시간 자동 번역에 쏟아붓는 GPU 연산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억 명의 타임라인을 실시간으로 읽고 번역하는 작업은 엄청난 서버 부하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머스크가 이 ‘청구서’를 받아 든 이유는 무엇일까.
최하위권 머물던 X, 영향력 확대?X는 한동안 이용자층이 고착화되며 ‘정체된 플랫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머스크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이용자가 한국어로만 글을 써도 전 세계 적임자에게 배달된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플랫폼을 떠났던 정치 지도자, 셀럽, 전문가 등 이른바 ‘빅마우스’들이 다시 X로 모여들게 된다. 이는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와 이용자 수 급증으로 이어진다.
상업적인 관점에서도 이 실험은 남는 장사다. 언어 장벽이 사라져 해외 콘텐츠가 한국어 사용자의 피드에 쏟아지면, 사용자의 체류 시간과 참여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광고 노출 기회의 증가와 크리에이터 수익화로 이어지며 플랫폼의 전체 가치를 높인다. 특히 일본에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전 세계 콘텐츠의 ‘글로벌 리치(도달 범위)’를 극대화함으로써, X를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콘텐츠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글로벌 아고라, 빅마우스의 귀환? 각국 리더들은 자국 언어로 소통하면서도 글로벌 여론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전무후무한 스피커를 갖게 된다. 국경 없는 정치 영향력 확대라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X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지구적 여론 형성의 ‘독점적 광장’ 지위를 탈환하게 된다. (*머스크는 대표적인 ‘빅마우스’다.)
일론 머스크 X AI 분야 최고, 후발주자 xAI 최고의 AI를 향하여머스크는 누구보다 AI에 진심이다. 오픈AI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그는 이제 그록으로 AI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꿈꾼다. 그는 xAI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AI를 만들며(그는 ‘진실을 추구’하는 AI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오픈AI, 구글 제미나이, 앤스로픽 등 경쟁사들을 앞지르려 하고 있다. 실제 xAI 측은 그록이 수학·과학·코딩·창의적 작업에서 경쟁 모델을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2026년 안에 AGI(인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AI)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여러 번 밝혔다. xAI가 그 중심에 서서 “인류를 위한 AI”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2025년 구글 번역에서 xAI의 ‘그록’으로 엔진을 전면 교체한 것도 목표를 위한 과정이다. 외부 API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자체 자원을 사용함으로써 비용 통제력을 갖췄고, 동시에 전 세계 수억 명이 쏟아내는 다국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그록에게 학습시킬 수 있게 됐다. 전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교차 토론하며 생산하는 ‘다국어 대화 데이터(Corpus)’는 AI 학습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다. 한국인의 글에 미국인이 반박하고 일본인이 동조하며 만들어지는 ‘글로벌 맥락’은 그록의 추론 능력을 타사 AI보다 압도적으로 높여줄 독점적 데이터가 된다. 머스크에게 이번 서비스는 그록의 번역·추천·멀티모달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실전 테스트베드’이자, AGI(인공 일반 지능) 선점을 위한 거대한 데이터 채굴 작업인 셈이다.
X챗부터 X머니까지… 에브리싱 앱머스크의 야심은 X를 “애브리싱 앱(Everything App)”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위챗’을 롤모델로 삼아, X를 하나의 앱에서 거의 모든 디지털 생활을 해결하는 슈퍼 앱으로 만들려 한다. 최근 출시된 X Chat(메시징)과 X Money(결제)는 에브리싱 앱을 위한 두 기둥이 될 전망이다. 한 앱 안에서 소통 → 거래 → 결제 → 엔터테인먼트 → AI 도움까지 모두 해결한다면, X 생태계에 사용자를 가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플랫폼 지배력을 장기적으로 공고화하는 것은 물론 수익 다각화를 위한 전략이다. 오랜 목표… ‘디지털 타운 스퀘어’머스크가 X를 인수한 궁극적인 목표는 SNS 운영을 넘어, X를 인류의 타운 스퀘어로 만들겠다는 장기 비전에 있다. 그는 X를 “지구의 그룹 채팅(group chat of Earth)”, “인류의 디지털 공공 광장”, “인류의 집단 마음(collective mind of humanity)”으로 정의한다. 언어라는 최후의 장벽을 제거해 전 세계의 지식과 의견이 실시간으로 충돌하고 융합되는 ‘글로벌 광장’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쉽게 말하자면, 전세계판 ‘아고라’다.
그는 “잘만 되면 이것이 인류의 집단 지성이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즉, X가 소셜미디어를 넘어 인류 전체가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하나의 거대한 뇌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니키타 비어는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문화 교류가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일론 머스크도 “오랜 목표였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