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ETF 종목들은 아직 상장되지 않은 스페이스X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공지능(AI)은 최근 수년간 시장을 관통하고 있는 독보적인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전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시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AI의 뒤를 이어 시장을 끌고 나갈 만한 영역이 무언인가에 대한 답이다.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팅, 광통신, 모빌리티 등 다양한 선택지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영역은 역시 ‘우주’라고 생각된다.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우주 ETF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부분도 이를 증명해주는 현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우주 테마주에 돈 몰린다
우주 테마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를 넘어 국방 수요부터 민간 상업 시장의 성장이 더해지며 관련 기업들의 실적으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등 군사적 갈등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위성 정보, 네트워크 중심의 수요가 우주 기업들의 수주 모멘텀으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1만 기 이상의 저궤도 위성망과 글로벌 가입자 1000만 명 이상의 고객 기반을 확보하며 우주 인프라의 상업화 가능성과 전략적 활용 가치를 동시에 입증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경제 인프라’로 자리한 우주산업은 최근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단순한 탐사의 대상이 아닌 국가의 핵심 안보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우주 예산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며 적극적인 정책 기반 가운데 산업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중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최근 아르테미스 2호의 달 궤도 유인 비행에 이어 2028년 달 착륙(아르테미스 4호)과 민간 우주산업에 대한 500억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방위산업, 통신산업과 결합된 우주 기술이 경기 변동에 강한 전략적 인프라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 내 변화와 진전 외에도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슈는 역시 스페이스X의 상장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페이스X는 오는 6월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이미 4월 초에 SEC에 상장 신청서(S-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평가액은 1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 중인데 스페이스X는 xAI와의 연초 합병 이후 기업가치를 1조7500억달러에서 2조달러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처럼 성공적으로 상장 절차가 마무리 될 경우 스페이스X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주식시장 내 톱 6~7위 위치에 바로 자리하게 될 전망이다.
AI 밸류체인의 기술주 및 인프라 포트폴리오에 집중돼 있던 시장의 관심이 우주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 산업의 유행은 ETF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주 테마 ETF 종목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자금 유입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이 커지고 있다. ETF들에 대한 매수세 유입 증가 흐름은 관련 종목들에 수급 기반의 주가 안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에 상장돼 있는 대표적인 우주 테마 ETF들로는 ARKX, UFO, ROKT가 있다. ARKX(ARK Space & Defense Innovation ETF)는 캐시 우드의 ARK인베스트가 운용하는 액티브 운용 ETF다. 우주 탐사 및 방위 혁신 테마에 속하는 기업들에 80% 이상을 투자하며 장기 자본 성장을 추구한다. 현시점의 상위 보유 종목은 엘스리해리스테크놀로지, 크라토스디펜스, 로켓랩, 테라다인 등의 기업들로, 우주산업 외에도 드론 제조 및 항공산업에 대한 익스포저도 함께 가져간다.
UFO(Procure Space ETF)는 우주 기술, 위성통신, 위성 기반 이미지, 로켓 제조 등에 관여하는 기업들에 투자한다. 세 ETF 가운데 가장 우주산업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UFO는 대형 방산주보다 고성장 우주 특화 기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산업 특성상 변동성과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로켓을 의미하는 티커 ROKT(SPDR S&P Kensho Final Frontiers ETF)의 경우 우주 탐사에 더해 심해 탐사 분야까지 포함하는 부분이 ARKX, UFO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 되겠다. 이로 인해 오셔니어링인터내셔널(Oceaneering International)과 같은 기업들도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
◆ETF로 우주에 투자
ETF를 활용한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전략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ETF 종목들은 아직 상장되지 않은 스페이스X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XOVR, RONB, NASA와 같은 종목들이 거래되고 있다.
먼저 XOVR(ERShares Private-Public Crossover ETF)의 경우 증시에 상장된 혁신 기업들과 비상장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함께 편입하는 크로스오버 전략의 액티브 ETF이다. 스페이스X 주식으로 구성된 SPV 지분을 편입하는 방식이다. 최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현금화 난이도와 제재 우려가 부각된 영향이 함께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 구조상 가장 높은 스페이스X 비중을 구축하고 있는 ETF 종목이다.
RONB(Baron First Principles ETF)는 장기 성장주 투자로 유명한 론 바론의 바론캐피털이 운용하는 액티브 ETF다. 높은 성장 잠재력,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강력한 경영진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테슬라, MSCI, 쇼피파이, 하얏트, 가트너 등이 주요 편입 종목들이다. 스페이스X를 클래스(Class) A 및 Class C 주식으로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합산 시 8% 수준으로 포트폴리오 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NASA(Tema Space Innovators ETF)는 지난 3월 말 상장된 신규 ETF이다. NASA 운용사 Tema는 “스페이스X 없는 우주 ETF는 엔비디아 없는 반도체 ETF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는 투자 철학을 내세우며 스페이스X를 SPV 형태로 편입하여 포트폴리오의 핵심 보유 종목으로 선점하였다. NASA라는 티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스페이스X 외에도 로켓랩, 플래닛랩스, 인튜이티브머신스,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기업들을 편입 중인 순수 우주 테마 ETF 종목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우주 테마 ETF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1Q 미국우주항공테크’부터 올해 3월에 상장된 ‘KODEX 미국우주항공’, 4월에 상장된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와 ‘TIGER 미국우주테크’, ‘SOL 미국우주항공TOP10’ 등 최근 우주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포트폴리오의 ETF들이 연이어 상장되고 있다.
과거 상장돼 있던 우주 관련 ETF들이 방산 기업 비중이 높게 구성되어 있었던 반면, 새롭게 등장 중인 우주 테마 ETF들은 로켓랩이나 AST스페이스모바일, 에코스타와 같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좀 더 직접적인 우주 비즈니스 기업들의 ETF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ETF들의 경우 법적 구조상 비상장 기업이나 SPV와 같이 기초자산의 가격 산정과 유동화 난이도가 높은 투자 대상의 편입이 어렵다. 이는 스페이스X가 한국 ETF 종목에는 편입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다만 최근 상장된 대부분의 우주 테마 ETF들은 리밸런싱 시기 설정과 개별 기준의 조항을 통해 스페이스X가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할 경우 즉각적인 편입이 가능한 조건들을 포함해 놓고 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시장 일각에서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 수준에 대한 의구심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 다른 우주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IPO 진행 시 국내 투자자들의 접근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들을 생각해본다면 ETF를 활용한 접근 방법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대안을 제공하는 ETF의 장점이 다시 한번 부각되는 구간이며 스페이스X 단일 종목에 대한 상장 기대감과 더불어 우주산업 전반의 성장 흐름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ETF의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해외주식분석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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