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韓가계 주가 1만원 오를 때 약 130원(1.3%) 소비
투자자들 사이 "주식 끝은 결국 부동산" 인식 여전히 강해

강남 삼성동 대치동 도곡동 등 전경 / 한경DB
강남 삼성동 대치동 도곡동 등 전경 / 한경DB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가 상승이 미국처럼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주식으로 번 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강한 부동산 쏠림 현상이 증시 상승의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막는다고 우려한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가계는 주가가 1만원 오를 때 약 130원 정도를 소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이득 1.3%만 소비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미국(3.2%), 독일(3.8%), 일본(2.2%)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단 집이 있어야"

특히 무주택 가계에서는 주식 투자로 얻은 수익의 많은 부분이 다시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 약 70%가 부동산 자산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주식의 끝은 결국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주식으로 돈 벌면 집 살 거냐”는 질문에 응답자 80% 이상이 “상황을 봐서 집을 살 것”이라고 답했다. 한 이용자는 “주식으로 3억원을 번 뒤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매수했다”며 “결국 현물이 남는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이유로 국내 증시에 대한 낮은 신뢰를 꼽는다. 실제 한국 주식시장은 오랜 기간 높은 변동성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낮았다. 한은에 따르면 2011~2024년 국내 증시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0.09%로 미국 S&P500(0.53%) 6분의 1 수준이었다. 반면 변동성은 미국보다 높았다.

짧은 증시 상승 기간도 한 가지 원인이다. 한국 증시의 평균 상승 지속 기간은 2.3개월로 미국(3.1개월)보다 짧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을 ‘언제든 다시 꺼질 수 있는 일시적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다. 차익이 발생하면 소비보다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부동산으로 이동시키는 경향이 강해진 셈이다.

부동산, 여전히 거주 공간 넘어 재테크 수단

한국 사회 특유의 부동산 중심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주식 상승이 여행·자동차·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자산 증식의 최종 목표가 여전히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집이 거주 공간을 넘어 자산·계층·노후 안정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도 변동성은 훨씬 낮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이 큰 주식보다 부동산이 더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된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내수 회복을 막을 수 있다. 증시가 상승해도 소비로 연결되지 않으면 경기 부양 효과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이 생산 투자보다 부동산 시장으로 집중되면 가계부채 확대와 자산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이런 기존 인식들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들어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증시 참여가 늘고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만들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국내 증시의 자산효과도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가계 전반의 자산 형성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장기 투자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을 통해 주식 자본이득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