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전문가 메디테라, 입지 분석서 발간
"규제 심해도 자신에게 맞는 상급지는 반드시 있다"

<메디테라의 셀프 입지력>
<메디테라의 셀프 입지력>
메디테라의 셀프 입지력
정은숙(메디테라) 지음| 한국경제신문| 2만2000원

내 집 마련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어디를 살까’부터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늘 남에게 구한다. 유튜브의 전문가가 짚어주는 추천 지역, 고액의 투자 컨설팅, 지역과 단지를 ‘찍어주는’ 강의가 그것이다.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넘쳐나는 정보를 걸러내고 검증할 자기만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메디테라의 셀프 입지력’은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의뢰인의 사례가 그 증거다. 부동산 공부에 엄두를 내지 못한 한 40대 직장인이 700만원짜리 컨설팅에 자산을 맡겨 여섯 채를 사들였지만 3년이 지난 뒤 그의 손에 남은 것은 단 한 채도 오르지 않은 목록뿐이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 2017년 이후 규제는 촘촘해졌고 시장은 가격 상승을 노리는 ‘자산 시장’과 생활 편의성을 따르는 ‘거주 시장’으로 쪼개졌다. 서울 안에서도 옥석이 갈리고 강남 3구 안에서조차 우열이 뒤집힌다. 돈만 있으면 통하던, 누구에게나 좋은 단지가 존재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다. 저자 정은숙(메디테라)은 10여 년간 중개 현장에서 실수요자와 마주 앉아 상담해온 전문가다. 그가 내놓는 해법은 명쾌하다. 좋은 지역을 찍어주는 대신 좋은 지역을 가려낼 눈을 독자에게 옮겨 심겠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셀프 입지력’이란 시장의 흐름과 수요자의 선호를 읽어 부동산의 가치를 가늠하고 그 판단을 다시 내 자산 규모와 생활 조건에 대입해 결론을 내리는 능력이다. 가치 판단과 자기 조건 대입, 이 두 단계를 모두 거쳐야 비로소 ‘나에게 맞는 집’이 나온다. 첫 단계를 위해 저자는 인구, 부동산 정책, 일자리, 교통편의성, 인프라, 호재와 악재라는 여섯 가지 입지 가치 요소를 세우고 앞으로 비중이 커질 기후와 주택 설계를 미래 요소로 덧붙인 ‘6+2 전략’을 제시한다. “역세권이 좋다”, “초품아가 좋다” 같은 조언이 왜 번번이 어긋났는지 그 이유가 여기서 분명해진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 조각 난 기준으로는 결코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실용적인 대목은 이론을 곧바로 손에 쥐여준다는 점이다. ‘특별 코너’에서는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대출 가능액을 계산하고 내 예산에 맞는 후보 단지 리스트를 걸러낸 뒤 임장 예약까지 연결하는 과정을 화면 단위로 안내한다. 전문가의 분석 과정을 독자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하나의 절차로 정리해낸 것이다. 부동산 매수의 9단계 흐름도 역시 “절대 집부터 먼저 보러 가지 말라”는 저자의 원칙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한다.

3부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강남구 세곡동과 과천시 부림동 중 어디가 더 비싼 곳일까. 2015년 두 지역의 매매 평단가 차이는 444만원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3403만원으로 벌어졌다. 그것도 강남이 밀린 결과다. ‘강남이라면 무조건’이라는 통념이 무너지는 이 사례는 왜 동 단위까지 스스로 따져봐야 하는지를 단숨에 납득시켜준다. 저자는 한강벨트에서 논의를 멈추지 않는다. 규제지역 확대가 낳은 풍선효과, 2027년을 기점으로 갈리는 서울과 경기의 공급 곡선을 근거로 내 자산이 닿는 범위 안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설 지역, 즉 ‘퓨처 스팟’을 골라내는 훈련으로 이어간다.

4부의 생애주기 전략은 이 책이 왜 ‘맞춤형’을 강조하는지 보여주는 축이다. 저자는 나이나 결혼, 출산이 아니라 ‘집을 소유하고 있는지’, ‘자산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비독립기부터 노후 준비기까지 다섯 단계를 나눈다. 같은 30대라도 부모 집에 사는 사람과 이미 유주택자인 사람의 전략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에서는 나이가 아니라 자산의 위치가 전략을 결정한다는 관점은 상급지라도 내 상황과 맞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이 책의 일관된 메시지와 정확히 맞물린다.

부록 ‘리얼 임장 노트’는 이 사고법의 실전 검증서다. 마포구·성동구·강동구를 직접 발로 뛴 수강생들의 기록에서 앞선 4개 부의 기준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본문이 다루는 사례의 폭도 넓다. 강남의 초고가 단지는 물론 5억원 이하 경기·인천 단지까지 함께 올려놓고 따지기 때문에 가진 돈이 크지 않은 실수요자도 자기 예산 안에서 선별의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다.

‘메디테라의 셀프 입지력’은 사야 할 곳의 목록을 건네지 않는다. 대신 목록에 기대는 습관을 끊게 하고 넘쳐나는 정보 앞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절차를 손에 쥐여준다. 저자가 끝까지 놓지 않는 전제는 집이 시세 차익의 수단이기 이전에 가족이 살아갈 자리라는 것이다. 시장의 충격은 막을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고를지는 결국 나의 몫이다. 이 책의 쓸모는 답을 주는 데 있지 않고 답을 스스로 검증하게 만드는 데 있다.

최승헌 기자 sh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