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 투자 절제 통했다…15개월 만에 시총 1위 탈환
애플이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전략으로 시장의 재평가를 받으며 15개월 만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AI 설비투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선택적 투자 전략이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시장에 따르면 나스닥에 상장된 애플의 주가는 전날보다 약 1% 오른 336.91달러로 정규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애플 시가총액은 4조9480억달러(약 7260조원)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15개월 만에 되찾았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방의 날' 상호관세 정책으로 인한 우려와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가 겹치면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다. 이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MS는 약 두 달 만에 다시 엔비디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6월부터 시가총액 1위를 유지했던 엔비디아는 전날 주가가 약 5% 하락한 196.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도 올해 5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 5조7000억달러에서 감소해 어제 4조7560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22%, 이달 들어서만 19% 이상 상승하며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 종목 가운데 가장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알파벳은 약 4% 오르는 데 그쳤고, 테슬라는 약 30%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AI 투자 경쟁에 뛰어들면서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자제한 전략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이 우즈 프리덤캐피털마켓 수석시장전략가는 "애플은 AI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과도한 AI 설비투자의 함정을 피했다"고 말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과 달리 애플은 외부 AI 모델과 기존 기기 생태계를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구글의 제미나이를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에 연동하고, 브로드컴·TSMC와 협력해 자체 AI 서버 칩을 개발하는 등 필요한 AI에 선택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알파스페이스에 따르면 애플의 자본지출은 최근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반면 알파벳은 지난주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이유로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다시 높였다. 테슬라도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둘러싸고는 AI 산업의 '순환 금융'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순환 금융은 기업들이 서로 투자한 자금을 기반으로 다시 상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를 말한다. 전날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임차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2500억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AI 반도체 공급업체인 엔비디아가 주요 고객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고객사는 다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구조가 실제보다 AI 수요를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29일, 아마존은 30일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세 기업 모두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자본지출이 수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애플도 30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대규모 설비투자 확대나 수익성 훼손 없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