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이 말라간다”…독일 경제 ‘역성장’ 경고등
유럽 내륙 물류의 핵심 동맥인 독일 라인강의 수위가 폭염과 가뭄으로 급격히 낮아지면서 독일 산업계와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운 차질로 수송 운임이 폭등하고 주요 제조업체의 생산 차질이 가시화되면서 기후 이상에 따른 유럽 공급망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양상이다.

28일(현지시간) 독일 수로항만청(WSV)은 가뭄으로 인해 라인강의 핵심 병목 구간인 카우브 지점의 수심이 급격히 낮아져 화물선 운항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우브 지점의 수위는 28일 기준 30㎝ 안팎까지 떨어진 데 이어 주말께 20~2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라인강 수위 역대 최저치였던 2018년 10월의 25㎝와 유사하거나 이를 밑도는 수준이다.

수위 하락으로 선박의 흘수(선체가 물속에 잠기는 깊이) 제한이 강화되면서 라인강을 통과하는 화물선들은 적재량을 대폭 줄여 운항하고 있다. 현재 카우브 구간을 지나는 바지선들은 수심 저하에 따른 좌초 위험으로 인해 평시 대비 15~20% 수준의 화물만 적재한 채 운항 중이다. 적재량 감소로 동일한 물량을 수송하기 위해 더 많은 선박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내륙 수송 운임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t당 45유로 수준이었던 바지선(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독일 카를스루에 구간) 운송비는 최근 t당 120~140유로 수준으로 3배 이상 급등했다.

라인강은 독일 내륙으로 들어오는 석탄, 철광석, 곡물, 석유제품 등 주요 원자재와 에너지 자원의 핵심 수송로다. 물류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유역 내 주요 제조업체들의 원자재 수급과 생산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 스틸은 라인강 저수위에 따른 석탄 및 철광석 수입량 제한으로 공장의 생산량을 조정했다. BASF 등 주요 화학 기업들도 수심이 얕은 전용 바지선을 추가 투입하거나 육상 수송 비중을 늘리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대체 수송 수단의 부재도 문제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독일 내 도로와 철도망이 이미 포화된 가운데 라인강 동쪽 제방의 화물 철도 노선마저 보수 공사로 통제되면서 수운 감소분을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하던 독일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 키엘 세계경제연구소(IfW)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라인강 저수위 사태가 독일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대 0.1~0.2%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통 3분기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가 0.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운 마비가 독일 경제를 정체나 역성장으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일 내륙 물류 지연과 운임 상승은 유럽 현지에 생산 거점이나 고객사를 둔 국내 화학·소재 기업들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현지 생산량 변화에 따른 수급 상황과 원자재 가격 흐름을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