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이러한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내 기업은 우수한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는 경쟁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AI·로봇·자동화·데이터 기반 업무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종이 문서, 반복 보고, 불필요한 회의와 대면 업무를 줄여야 한다. 특히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수단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생산성 혁신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사체계 역시 학력과 연공서열 중심에서 직무 역량과 성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경험 많은 인력과 젊은 디지털 인력을 결합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더 많은 사람이 일하는 경제’보다 적은 인력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의 혁신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사업마다 정부가 직접 사업을 설계하기보다 규제를 없애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AI, 로봇, 드론, 자율 제조, 우주항공 등 신산업에 대해서는 사전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규제샌드박스와 실증 특례를 확대하고, 기술개발 지원도 단순한 연구비 지급보다 사업화·수출·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는 성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전략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가 방위산업이다. 2023년 세계 국방비는 약 2조4430억달러에 달했으며 한국의 국방비도 약 479억달러로 세계의 2% 수준이었다. 방산은 이제 단순히 무기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AI·반도체·로봇·우주·드론·조선·소프트웨어가 결합되는 대표적인 첨단 융합산업이다. 따라서 K-방산의 목표도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디펜스 테크 강국’으로의 전환이어야 한다. 방위사업청 역시 2024년 방산수출 96억달러에서 2030년 200억달러, 세계 시장점유율 2.2%에서 6%, 방산고용 5만2000명에서 8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목표를 대기업 몇 곳의 수출실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 대학, 연구기관, 군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 방산 혁신 생태계로 달성하는 것이다. 특히 군을 새로운 기술의 최대 테스트베드로 활용해야 한다. 민간에서 개발된 AI, 드론, 로봇, 무인체계, 보안, 국방 반도체 기술을 군이 신속하게 시험하고 실제 전력화할 수 있도록 획득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방산 기업의 기술개발 기간과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성공한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수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높은 교육 수준만으로 국가경쟁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교육받은 인재가 기술·자본·조직과 결합하여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느냐이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ICT와 함께 세계적인 제조 기반을 갖고 있고, 최근 K-방산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의 국가전략은 분명해야 한다. 기업은 AI와 디지털전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정부는 규제를 혁신하며, 대학은 산업 현장형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방산은 이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인구 감소 시대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능력을 얼마나 높은 가치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K-방산을 그 전환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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