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미국 전역에 약 27만5000에이커(약 1113㎢)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25만에이커가 농지로 알려졌다. 제프 베이조스 역시 미국 내 약 46만2000에이커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마크 저커버그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 약 4000에이커 규모의 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자산가들이 농지에 눈을 돌리는 배경으로는 제한된 공급과 안정적인 수익성이 꼽힌다. 농지는 경작 가능한 토지가 한정돼 있어 공급을 임의로 늘리기 어렵고, 농작물 생산이나 임대를 통해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상업용 빌딩과 아파트 등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와 공실 부담에 직면한 가운데 식량이라는 필수재를 생산하는 농지는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실물자산으로 거론된다.
농지 시장 자체의 규모도 상당하다. 미국 농지의 총 가치는 약 4조3000억달러(약 5910조원)로 추산된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농지가격은 에이커당 약 4350달러로 전년보다 4.3% 상승했다. 이처럼 농지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식량에 대한 수요가 지속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물가가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과 임대료가 함께 오를 가능성이 있어 농지를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실물자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농지의 장점은 포트폴리오 분산 측면에서도 부각된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에 집중된 자산을 실물자산으로 나눌 수 있고 경기 변동이나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도 일정 부분 방어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전문 부동산 기업 피플스컴퍼니의 스티브 브루어 대표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원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농지는 훌륭한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형 자본의 농지 매입 확대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한정된 농지를 두고 경쟁하면 토지가격이 오르고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토지 확보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규 농업인이나 경작 규모를 확대하려는 농가가 농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미국 전체 농지의 약 40%는 농민이나 농업 경영자에게 임대돼 경작되고 있다.
자산가들의 농지 투자는 농지가 단순한 농업 생산 기반을 넘어 장기 투자와 자산 분산을 위한 실물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향후 식량 수요와 제한된 토지 공급이 농지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규모 자본 유입이 농업 현장과 토지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