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이 사회공헌을 만나다...초록우산과 이순환거버넌스의 협력 사례
초록우산, 폐전자제품 재활용 자원순환 프로그램 '모두비움'을 사회공헌과 연결
버려지는 전자제품이 새로운 자원이 되고, 그 자원이 아이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선순환 고리 조성

폐자원 순환, 비움이 나눔이 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순환경제는 우리의 미래다. 그러나 소비자는 매년 새로운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전자 폐기물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자제품에는 금·은·구리·희토류 등 고부가가치 자원이 포함돼 있지만 상당수는 적절한 회수·재활용 체계를 거치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소각·매립된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순환경제 활성화 추진계획을 통해 전기·전자제품 회수·재활용 의무대상 품목을 기존 50개에서 전 품목으로 확대하며 기존 선형경제를 순환경제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순환거버넌스(E-순환거버넌스)는 순환경제 흐름에 발맞춰 폐전자제품 재활용을 기반으로 ESG 가치를 실천하는 자원순환 프로그램 ‘모두비움’을 운영하는 중이다. 모두비움은 2020년 대형 폐전자제품의 회수·재활용 체계를 구축하면서 시작돼 현재는 폐가전 전반으로 자리 잡았다. 초록우산은 이순환거버넌스의 협력 파트너로서 이 자원순환 과정을 사회공헌과 연결 짓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순환거버넌스, 영구자석 회수 시범사업 시작

이순환거버넌스는 지난 5월 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환경공단·한국금속재활용협회와 ‘폐컴퓨터 내 하드디스크 영구자석 회수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간 9만 5000대의 폐컴퓨터에서 영구자석 2톤을 확보해 희토류 금속을 추출하는 국내 자원순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네오디뮴은 대표적인 희토류 금속 중 하나로 강력한 자성을 제공하여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광학기기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 활용된다. 그동안 폐기물로 처리되던 네오디뮴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해외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국내 핵심자원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순환거버넌스가 국가적 회수 시범사업의 실행 파트너로 함께하는 배경에는 그간 운영해 온 ‘모두비움’ 프로그램이 있다. 모두비움을 통해 축적한 폐컴퓨터 확보와 회수 경험이 시범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 컴퓨터, 특히 하드디스크가 포함된 전산기기는 정보보안 이슈 때문에 처리 절차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자원순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내부 정보가 저장된 기기를 안심하고 외부로 반출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순환거버넌스는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현장 천공 서비스와 물리적 파쇄 방법으로 정보 유출 우려를 낮춰 왔다. 철저히 검증된 회수·재활용 과정을 제공해 이용자들의 신뢰를 쌓아 온 것이 모두비움 프로그램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처럼 기업과 기관이 불용 전자제품을 보다 안심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자 지난 8월부터 프로그램명을 ‘불용 전자제품 모두비움’으로 변경했다. 2020년 시작된 모두비움이 폐전자제품 자원순환을 통한 ESG 경영 실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순환거버넌스는 오랜 파트너인 초록우산과 함께 폐전자제품 자원순환 활동을 통해 조성된 자원순환기금으로 취약계층 아동과 미래세대를 지원하며, 자원순환의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확장해 왔다.
영구자석 회수의 일환으로 폐컴퓨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초록우산 제공
영구자석 회수의 일환으로 폐컴퓨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초록우산 제공
폐배터리를 안전운반 보관 키트에 담아 운반하고 있다. 사진=초록우산 제공
폐배터리를 안전운반 보관 키트에 담아 운반하고 있다. 사진=초록우산 제공
초록우산, 환경가치와 사회적 가치 연결

초록우산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의 다양한 지역사회 및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이순환거버넌스와의 협력 역시 이러한 활동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폐전자제품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원순환기금이 환경보호를 넘어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게 다시 전달될 수 있도록 사업을 연계하고, 현장의 필요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육시설 및 공동생활가정 아동들을 위한 노후 가전 교체 지원, 디지털 교육 접근성이 낮은 아동을 위한 스마트기기 지원, 에너지 빈곤가정을 위한 냉난방용품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오래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생활에 필수적인 가전제품을 교체하거나 학습에 필요한 스마트기기를 지원함으로써 아동들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교육을 받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의 경우 다수의 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특성상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의 사용 빈도가 높고 노후화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데, 자원순환을 통해 마련된 기금이 이러한 생활환경 개선에 활용되면서 폐전자제품의 새로운 가치가 다시 아동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연결하는 활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래세대가 환경과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테마 숲 조성 등 환경교육 연계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자원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만들어진 기금이 현재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미래세대가 환경의 가치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반으로도 활용된다.

결국 모두비움은 폐전자제품을 단순히 ‘버리는 활동’에서 그치지 않는 것이다. 기업과 기관, 개인이 불용 전자제품을 올바르게 배출하면 자원이 다시 생산 과정으로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가치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게 다시 전달된다. 버려지는 전자제품이 새로운 자원이 되고, 그 자원이 다시 아이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ESG 경영에서 강조하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의 가치를 동시에 실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자원순환을 통해 폐기물을 줄이고 핵심자원의 재활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원순환으로 창출된 가치를 사회적 지원으로 연결함으로써 환경과 사회가 분리된 활동이 아닌 하나의 지속가능한 가치사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전자제품의 폐기가 필요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모두비움의 강점이다.
폐자원 순환, 비움이 나눔이 되다
소상공인 진흥공단과 함께 자원순환 협력 모델 구축

이순환거버넌스는 소상공인진흥공단과 함께 또 하나의 자원순환 협력 모델을 만들었다.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에게 점포 철거와 원상복구, 집기, 전자제품 처분은 적지 않은 비용과 수고를 요구한다. 영업 과정에서 사용하던 냉장고, 에어컨, 주방가전 등 전기전자제품은 폐업 순간 또 하나의 처리해야 할 부담이 된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폐업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사업정리를 지원하기 위해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순환거버넌스는 이 서비스와 모두비움 시스템을 연계해 이용자가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폐전자제품을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들은 점포 철거 과정에서 별도로 처리업체나 배출 방법을 알아보는 수고를 덜게 되었고, 이순환거버넌스는 가장 필요한 곳에 적절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정리와 폐기 절차를 공공서비스 체계 안으로 연결했다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월평균 100건 이상 배출 신청이 접수되고 있으며, 이를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150만 원 이상의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모두비움 프로그램에는 금융권의 참여도 활발하다. 금융기관은 자산관리 측면에서 수익성과 건전성 못지않게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금융회사의 사회공헌은 사회로부터 얻은 신뢰를 다시 사회적 가치로 돌려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이유로 어떤 산업보다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대표적인 전산기기 사용기관이다. 본점과 전국 영업점에서는 PC, 모니터, 프린터, 복합기, 스캐너 등 사무기기뿐 아니라 현금인출기(ATM), 지폐계수기, 태블릿PC 등 다양한 전산기기를 사용한다. 디지털 금융이 확대될수록 기기 사용량도 늘어나고, 내구연한이 지나면 이들 장비는 불용 자산이 된다.

신한금융그룹, 우리은행, 농협금융지주, 아이엠금융지주, 신용협동조합중앙회 등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이 자원순환 협력을 약속하고 매년 모두비움을 통해 전산장비를 폐기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은 전 계열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공문과 인트라넷 등을 통해 모두비움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ESG 성과 평가 항목에 자원순환 실적을 반영하는 등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순환거버넌스는 회수한 장비를 안전하게 운반한 뒤 전문 재활용업체를 통해 재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리,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소재는 다시 새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또한 수거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시스템으로 관리·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제공함으로써 신뢰와 투명성을 중시하는 금융기관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순환거버넌스는 이제 기존 폐가전과 전산기기를 넘어 미래 폐자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모빌리티, 에너지저장장치(ESS),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이차전지 내장제품이 빠르게 늘었고, 초기 보급 제품을 중심으로 사용 종료와 폐기 시점도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폐자원은 기존 폐가전과 달리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경제적·전략적 가치가 높은 핵심자원을 포함하고 있어 안정적인 회수와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순환거버넌스는 모두비움을 통해 쌓아 온 회수체계와 기업, 기관과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폐자원까지 자원순환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불용전자제품을 ‘잘 버리는 방법’을 넘어 버려지는 자원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필요한 곳으로 되돌리는 것. 자원순환을 통해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것이 모두비움이 지향하는 방향이자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다시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돌아갈 때, 자원순환은 단순한 폐기물 관리가 아닌 아이들의 더 나은 삶과 미래를 만드는 ESG 실천이 된다.

유수현 이순환거버넌스 순환경영지원단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