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100일 전 S&P500 수익률 고작 1.7%
끝나고 200일 지나자 평균 18.2% 뛰어
AI·반도체·전력망은 누가 이겨도 정책 수혜

8월 30일 미국 연방 의회 의사당. 몇 시간 뒤 연방정부는 셧다운됐다 사진=연합뉴스
8월 30일 미국 연방 의회 의사당. 몇 시간 뒤 연방정부는 셧다운됐다 사진=연합뉴스
美 증시, 선거 끝나자 평균 18% 뛰었다…두 달 전부터 노려볼 종목은[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거 승자를 예측해 주식을 사고파는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어느 정당이 승리했느냐보다 선거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하원 탈환 가능성 커져
유안타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변수로 미국 장기금리와 국제유가, 재정정책, 선거 이후 불확실성 해소 등을 꼽았다. 이번 선거 구도는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중간선거와 닮았다. 현재 공화당은 대통령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2018년에도 같은 구도에서 선거가 치러졌지만 민주당이 하원에서 41석을 추가하며 분점정부가 됐다.
이번에는 공화당 상황이 당시보다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018년 8월 40%였지만 지난 7월에는 34% 수준에 그쳤다. 의회 투표 의향도 민주당 43%, 공화당 37%로 민주당이 앞선다. 시장에서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배경이다.
최근에는 상원 선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에 공화당 우위로 평가된 아이오와와 텍사스마저 접전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장악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 승리가 곧바로 증시 악재라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모두 폐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세와 통상, 이민, 외교·군사정책 등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크다. 대중국 정책이나 관세정책이 곧바로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오히려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재정정책이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는 기업 실적과 경제성장에 긍정적이지만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국채 발행이 늘면 장기금리가 오르고 주식의 밸류에이션에는 부담이 된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통과된 OBBBA로 2025~2034년 미국 연방정부의 누적 적자가 약 4조20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다고 이미 확정된 재정적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추가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추가 재정 확대가 제한되면 국채 공급 부담이 줄고 장기금리 상승 압력도 완화될 수 있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이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론조사보다 유가·장기금리 봐야
선거까지 남은 두 달 동안에는 정치 뉴스보다 국제유가가 증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48%는 이번 중간선거의 최우선 이슈로 ‘생활비’를 꼽았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소비자가 매일 체감할 수 있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상으로 물가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유가 상승은 증시에도 부담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가격과 물가가 상승한다. Fed의 금리인하 기대는 약해지고 장기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다시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중간선거 전까지 S&P500과 나스닥지수의 방향을 판단하려면 여론조사보다 국제유가와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게 유안타증권의 분석이다.

◆과거엔 선거 직후가 매수 기회
과거 중간선거 전후의 증시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1990년 이후 아홉 차례 중간선거를 분석한 결과 선거 100일 전까지 S&P500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1.7%에 그쳤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거 이후 15일간 평균 수익률은 1.8%로 아홉 차례 중 일곱 차례 상승했다. 기간을 늘리면 상승폭은 더 커졌다. 선거 후 200일 평균 수익률은 18.2%, 300일 수익률은 21.4%였다. 증시 변동성을 보여주는 VIX지수도 선거 이후 하락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특정 정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선거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요구했던 위험 프리미엄이 선거 이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국 주식을 모두 매도하기보다 선거 전 변동성을 감수하고 이후 불확실성 해소 국면을 노리는 전략이 과거 통계상 유리했던 셈이다.
다만 올해는 과거 평균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변수가 적지 않다. 국제유가와 Fed 통화정책, 미국 재정적자와 장기채 공급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유가와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과거처럼 증시가 곧바로 반등하기 어려울 수 있다.

◆AI·반도체·전력망 ‘초당적 수혜’
업종 선택에서는 ‘누가 이겨도 필요한 산업’을 고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AI와 반도체다. AI 투자는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HBM·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막대한 전력이 들어간다. 변압기와 전선, 발전설비, 원전·소형모듈원전(SMR),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으로 투자 사이클이 확산한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견제와 전력망 확충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야다. 공화당은 국가안보와 중국 견제를, 민주당은 전력망 현대화와 친환경 전환을 강조한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전력망 투자를 확대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춘다는 방향은 비슷하다.
반면 헬스케어와 친환경 등은 선거 결과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복지예산과 보조금, 세제 혜택처럼 의회 승인이 필요한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배터리도 민주당 승리만으로 안심하기 어렵다. 관세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크다. 의회가 민주당으로 넘어가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 장기금리가 안정되면 달러 강세 압력이 낮아지고 원·달러 환율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대로 선거 이후에도 미국 금리와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외국인의 추세적인 순매수 복귀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길지 민주당이 이길지 예측하기보다는 거시경제 환경을 예의 주시하라고 조언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거 전에는 유가와 미국 장기금리를 살피고 선거 결과를 예측해 섣부르게 매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선거 이후에는 VIX와 장기금리가 함께 안정되는지를 확인한 뒤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