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에서부터) 남혜정 교수(토론자), 오문성 교수(토론자), 홍기용 교수(토론자), 김갑순 교수(좌장, 조세정책학회장), 최원석 교수(납세자연합회 회장), 노정란 교수(발제자), 하상도 교수(토론자)가 제34차 조세정책세미나 진행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조세정책학회)
(사진 좌에서부터) 남혜정 교수(토론자), 오문성 교수(토론자), 홍기용 교수(토론자), 김갑순 교수(좌장, 조세정책학회장), 최원석 교수(납세자연합회 회장), 노정란 교수(발제자), 하상도 교수(토론자)가 제34차 조세정책세미나 진행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조세정책학회)
명지대 노정란 교수가 제34차 조세정책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조세정책학회)
명지대 노정란 교수가 제34차 조세정책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조세정책학회)
한국조세정책학회(회장 김갑순)와 한국납세자연합회(회장 최원석)는 지난 9월 7일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 무엇을 따져야 하는가?'를 논제로 삼아 제34차 조세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하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행사는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 무엇을 따져야 하는가? - 건강효과·부담귀착·재정구조를 중심으로 -"를 메인 주제로 지정해, 근래 정계와 보건계에서 논의가 심화되고 있는 가당음료 설탕부담금(sugar levy) 도입 건을 조세·재정적 관점에서 종합 점검하기 위해 개최됐다.

개회사에 나선 김갑순 한국조세정책학회장(동국대 교수)은 "설탕부담금과 같은 일률적 가격 규제는 외형적 선의의 이면에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세 역진성과 예산 통제를 우회하는 재정 투명성 저해 등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미 시장에서 자율적인 당류 저감 노력이 작동하고 있는 만큼 가격 통제보다는 비가격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주최자인 최원석 한국납세자연합회장(서울시립대 교수) 역시 환영사에서 "WHO·OECD의 권고와 해외 사례, 국회 발의 법안 등 국내외 동향이 활발한 시점에서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이 과연 바람직한지 다각도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시의적절하다"며 "오늘 세미나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노정란 명지대 교수는 「가당음료 설탕부담금의 실효성 및 정책적 한계」를 주제로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24년) 9개년 원자료 실증분석 및 부담귀착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노 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담금이 없는 상태에서도 1인당 일평균 가당음료 섭취량은 2016년 116.9g에서 2024년 87.0g으로 25.6% 감소했으며, 총당류 섭취 내 비중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는 제로음료 및 저당제품 확산 등 시장 자율 조정을 통한 당류 저감이 이미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반면 부담금을 부과할 경우 역진성과 특정 계층 집중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대비 부담률은 1분위(저소득층)가 5분위(고소득층)보다 약 8.4배 높아 심각한 소득 역진성을 보였으며, 연령·소득 교차분석 결과 청년 저소득층과 청소년층에 부담이 집중되는 정책적 역설이 확인됐다.

재정정치학적 관점에서의 딜레마도 함께 언급됐다. 설탕부담금이 조세가 아닌 국민건강증진기금 형태의 부담금(준조세)으로 귀착될 경우, 국회의 예산 통제를 우회하고 국민의 조세 저항을 피하는 재정환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비 감소로 건강 목적을 달성하면 기금 수입이 줄어들고, 기금 수입이 유지되면 건강 개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발제에 대한 패널 토론에는 김갑순 교수(동국대학교 / 본 학회 회장)를 좌장으로, 하상도 교수(중앙대학교 /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회장), 남혜정 교수(동국대학교 /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오문성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 본 학회 이사장), 홍기용 교수(인천대학교 /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가 참여하여 식품·보건, 조세, 납세자 권익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펼쳤다.

하상도 교수는 토론에서 "OECD 기준 한국 성인 비만율은 5.1%로 최저 수준이며, 국민 당류 섭취량은 감소하는 반면 신체활동 부족(한국 성인 61% 미달) 등 비만 원인은 복합적이다"라며 "총열량 감소 실증 및 부작용 검증 없이 세금이나 부담금이라는 쉬운 규제부터 꺼내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시장의 자율적 당류 저감 변화를 돕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혜정 교수는 "가당음료 소비 감소 추세 속에서 대체음료 소비로 인한 풍선효과 및 해외 실증사례의 가격 전가율 분석 등 다각적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며 "단순 화폐적 역진성 외에도 건강개선 편익 등 후생 효과를 함께 종합 검토하고, 비가격 정책과의 병행 체계가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오문성 교수는 "가격 인상이 건강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부담은 저소득층과 청년층에 역진적으로 집중된다"며 "시장 실패의 존재 여부와 조세가 아닌 부담금 방식의 타당성까지 검증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홍기용 교수는 "현재 국회 발의안 중 가격규제(부담금) 방식(김선민·이수진안)은 풍선효과로 인한 건강개선 미입증, 청년·저소득층 부담 귀착, 준조세에 따른 재정통제 약화라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34차 조세정책세미나 참가자들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가당음료 설탕부담금'과 같은 일률적 가격 규제는 조세 역진성, 시장 왜곡, 재정 통제 약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섣부른 부담금 도입에 앞서 ▲알권리 보장 ▲청소년·청년 대상 맞춤형 건강교육 ▲기업의 자발적 제로·저당 제품 개발 유인 등 비가격적·시장친화적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함을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한국조세정책학회는 "설탕부담금은 건강정책과 조세정책이 교차하는 사안인 만큼, 도입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그 효과와 부담의 실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이번 세미나가 합리적인 제도 설계를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hyein5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