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요 둔화로 생산시설을 줄이는 자동차업계와 방위비 증가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산업계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다.
폭스바겐은 7일(현지 시간)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이스라엘계 투자사 아우렐리우스 캐피털과 독일 니더작센주에 넘기는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공장은 2027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 뒤 안보·방위 분야 전문센터로 전환될 예정이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이 공장에는 현재 약 1800명이 근무하며, 노조는 2029년까지 약 1400명의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거래에 동의했다.
첫 방산 프로젝트는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과의 협력이다. 오스나브뤼크에서 방공시스템 관련 부품 생산이 추진된다. 라파엘은 아이언돔 개발·생산업체다. 구체적인 생산 품목과 물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車 생산 줄이고, 방산 생산능력은 늘리고
폭스바겐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 높은 비용, 생산능력 과잉에 대응해 독일 내 생산시설을 줄이고 있다. 오스나브뤼크도 자동차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공장이다.
반면 유럽 방산업계는 생산라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방위청(EDA)에 따르면 EU 27개국 국방비는 2025년 4180억유로에서 2026년 4540억유로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1년과 비교하면 75.3% 늘어난다.
국방비가 늘면서 탄약과 방공체계, 장갑차 등 주요 무기체계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문제가 커지고 있다. 방산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자동차 공장에는 대형 생산공간과 금속가공·용접·조립·자동화 설비가 갖춰져 있고 숙련인력도 확보돼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남는 생산시설을 방산업계가 생산 확대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유사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자동차 관련 생산시설을 방산 부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설비와 인력을 방산 공급망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철도공장도 방산 생산기지로 바뀌고 있다. 독일·프랑스 합작 방산업체 KNDS는 알스톰의 괴를리츠 철도차량 공장을 인수해 전차·장갑차 생산시설로 전환했다. 레오파르트2 전차와 복서 장갑차 관련 부품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와 철도, 방산은 생산 제품이 다르지만 제조 과정에는 겹치는 부분이 있다. 금속가공과 용접, 조립, 자동화, 품질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공장의 생산설비와 숙련인력을 활용해 방산 생산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유럽 방산시장, ‘수입시장’에서 ‘생산기지’로
한국 방산업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의 국방비 증가는 K9 자주포와 천무, 장갑차 등 한국 무기체계의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유럽 각국이 자체 생산능력과 공급망 확보에 나서면서 완제품 수출 이후의 현지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EU는 최대 1500억유로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는 ‘유럽안보행동(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를 가동했다. SAFE는 유럽 안에서 방산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무게를 둔 정책이다. 조달 대상의 부품 비용 가운데 최소 65%가 EU·우크라이나·적격 유럽 국가에서 발생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별도 지원에도 나섰다. EU 집행위는 올해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에 15억유로를 배정했고, 이 가운데 7억유로 이상을 미사일·탄약·대드론 체계 등 핵심 방산품 생산 확대에 투입한다. 민군 겸용 중공업 시설을 방산 증산에 활용하는 항목도 포함됐다.
한국 방산업체에도 현지 생산과 부품 공급망 참여가 수주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폴란드는 2022년 이후 국내 및 중부유럽 업체에 대한 방산 조달을 약 4배 늘렸고, 2026년에는 핵심 국방비로 530억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현지 업체와 공동생산·기술이전 등을 통해 자체 생산기반을 키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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