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넥스트 아이디어 포럼 개최
'사람을 이해하고 삶을 설계하는 두 가지 방법'
올해 주제는 ‘사람을 이해하고 삶을 설계하는 두 가지 방법’이다. 과학과 예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연사로는 손혜주 중앙대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와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 집과 치매의 연관성…공간의 재발견 ‘뉴로테리어’“치매는 70대의 사건이 아니라 40대부터 흐르는 강물입니다.”
첫 세션은 손혜주 교수가 담당했다. 주제는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넥스트 아이디어, 뉴로테리어’. 치매 예방을 병원이나 치료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집과 일상의 공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손 교수는 뇌의학과 공간 디자인을 결합한 ‘뉴로테리어’를 제시했다.
주거 환경은 소득과 별개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39개 추적 연구에서 약 150만 명을 관찰한 결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의 치매 위험은 1.4배 높았다. 뉴질랜드에서는 저소득층 약 1300가구의 소득은 그대로 둔 채 주택 단열만 개선했는데 건강이 좋아지고 1차 의료기관 이용도 줄었다.
손 교수는 “집은 단순히 부를 반영하는 자산이 아니라 빈부의 격차가 건강의 격차로 번지는 것을 완충하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치매를 예방할 중요한 시기는 4050세대다. 알츠하이머병은 진단 훨씬 이전부터 뇌에 아밀로이드와 타우 등 관련 물질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같은 양의 아밀로이드가 쌓여도 개인의 ‘저항성’과 ‘회복탄력성’에 따라 치매로 진행되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인지적 활력은 떨어지고 환경 의존도는 높아진다. 반면 고령기에 갑자기 집을 바꾸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손 교수가 4050세대를 주거 개조의 ‘골든타임’으로 꼽은 이유다. 건강할 때부터 미래의 뇌에 맞춰 공간을 설계하는 ‘선제적 인지 건강 디자인’이 중요하다.
뉴로테리어의 첫 번째 원칙은 ‘비움’이다. 나이가 들면 불필요한 감각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약해져 복잡한 공간이 인지 부담이 될 수 있다. 리모컨의 불필요한 버튼을 가리거나 계절에 맞는 옷만 옷장에 남기는 게 대표적이다.
공간의 밝기와 색도 중요하다. 벽과 바닥은 밝기 차이를 충분히 두고 바닥끼리는 차이를 줄여야 한다. 빨강·주황처럼 따뜻하고 선명한 색은 문 손잡이나 계단 등 반드시 인식해야 하는 곳에 활용할 수 있다. 복잡한 패턴은 시각적 부담을 줄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조명의 역할도 크다. 아침에는 밝은 빛으로 뇌에 낮이라는 신호를 주고 저녁에는 3000K 이하의 따뜻한 조명을 사용해 생체 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
고령자와 치매 환자의 집에서는 화장실 변기나 손잡이를 배경과 대비되는 색으로 만들고 야간 이동 조명을 설치해야 한다. 수도꼭지, 스위치 등은 익숙하고 단순한 형태가 좋다.
손 교수는 뉴로테리어를 병원·기업 공간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첫 적용 사례로 중앙대병원 PET/CT 검사실을 뉴로테리어 원칙에 따라 리모델링 중이며 10월 공개한다.
손 교수는 “뉴로테리어는 큰돈이 드는 거창한 공사가 아니라 늙고 변화하는 뇌를 이해한 선택의 문제”라며 “초고령화사회의 프리미엄은 뇌가 끝까지 누리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성수영 기자가 500년 전 거장 화가들의 평판 관리법을 설명했다. ‘이름은 어떻게 자산이 되는가’를 주제로 카라바조·베르니니·렘브란트의 삶을 소개했다. 세 사람 모두 천재적인 재능으로 성공했지만 사고와 스캔들, 몰락을 겪었다. 성 기자는 이들의 서로 다른 궤적을 통해 평판과 위기 이후의 대응이 이름의 가치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인물은 카라바조다. 길거리에서 만난 노동자와 노숙자 등을 모델로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다. 순간을 포착한 듯한 표현과 빛과 어둠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테네브리즘’으로 당대의 슈퍼스타가 됐다.
문제는 사생활이었다. 성공한 뒤에도 명예훼손과 폭행 등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후원자들의 비호를 받았지만 1606년 싸움 끝에 사람을 죽이면서 로마를 떠나야 했다. 나폴리와 몰타에서도 다시 성공했지만 또 폭행 사건을 일으켰다.
말년에는 자신의 젊은 얼굴을 다윗으로, 당시 얼굴을 잘린 골리앗의 머리로 표현한 ‘다윗과 골리앗’을 그렸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새롭게 살겠다는 반성의 의미였다. 교황의 사면 결정이 내려졌지만 로마로 돌아가기 전 세상을 떠났다. 성 기자는 카라바조가 생전 너무 많은 적을 만든 탓에 사후 오랫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력만으로 이름이 지속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두 번째는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베르니니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아폴론과 다프네’ 등이 대표작이다. 대리석을 실제 살과 천처럼 표현하며 명성을 얻었다.
베르니니 역시 성격이 불같고 충동적이었다. 애인과 자신의 동생 사이를 의심해 동생을 심하게 폭행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종탑을 올리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까지 발생하며 명성이 흔들렸다.
그러나 다시 작품으로 교황과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82세까지 활동하며 로마 곳곳에 조각과 분수, 건축물을 남겼다. 카라바조가 반복되는 사고로 명성을 지속시키지 못했다면 베르니니는 큰 위기 뒤에도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이름을 지켰다.
마지막은 렘브란트다. ‘야경’,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등으로 성공한 그는 자신의 이름 ‘렘브란트’만으로 작품에 서명할 만큼 자신감이 강했다.
하지만 진귀한 물건을 수집하는 데 큰돈을 지출했고 아내가 사망한 뒤 여성관계와 소송 등 사생활 문제까지 겹치면서 평판을 잃었다. 후원자들의 주문도 줄면서 경제적으로 몰락했다.
성 기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 상당수는 이 시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유대인 신부’, ‘돌아온 탕자’, ‘말년의 자화상’ 등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실패와 잘못을 인정한 뒤 이를 더 높은 차원의 예술로 승화한 사례다.
세 거장은 비슷한 재능을 갖고도 다른 결말을 맞았다. 카라바조는 반복되는 사고로 자신의 편을 잃었고 베르니니는 위기를 성과로 돌파했다. 렘브란트는 몰락을 경험했지만 실패를 작품으로 승화했다. 성 기자는 “결국 이름을 자산으로 만드는 것은 재능만이 아니다”며 “실패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이름의 수명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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