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문수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챗GPT 시대 지나 ‘현대차의 시간’ 온다…반도체 다음은 ‘현대차 쇼티지’”
차세대 모빌리티, 피지컬 AI, 로보틱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현대자동차그룹에는 두 개의 싱크탱크가 있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와 중장기 전략을 담당하는 ‘HMG경영연구원’과 자본시장과 최전선에서 호흡하며 투자자의 관점에 선 시장 밀착형 싱크탱크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다.

그룹의 피지컬 AI 및 로보틱스 혁신과 자본시장의 요구가 만나는 이 치열한 접점에서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의 새로운 수장으로 자동차 전문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선임됐다. 신임 장문수(44) 센터장은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 석사, 성균관대 기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유진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을 거치며 17년간 자동차 섹터를 파고든 베테랑 분석가이자 증권가 최연소 센터장이다.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깊은 통찰과 자본시장에 날카로운 감각을 겸비한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 센터장의 취임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격변하는 시점에서 리서치센터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4일 기자와 만난 장 센터장은 “지금까지 챗GPT(LLM 모델)의 시간이었다면 피지컬 AI를 구축하기 위한 훌륭한 하드웨어, 즉 현대차의 시간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취임 소회와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전임 센터장님이 리서치센터를 잘 일궈놓으셨기에 후임으로서 부담이 컸다. 현직 센터장 중 최연소이다 보니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회사에서 큰 결정을 내린 만큼 높은 책임감과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강한 리서치센터를 만들고자 한다.”

주변이나 시장의 반응은 어땠나.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젊은 리서치센터장으로서 색다른 시도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격려도 받았다. 특히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사업 모델 변화와 미래 투자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그룹 내부와 자본시장, 고객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리서치센터로 성장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자동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현대차 주가는 왜 지지부진한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주가가 과열됐던 데 따른 반작용이고 두 번째는 지금 시장에 여유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한 종목을 다시 많이 담기보다 시야를 넓히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모멘텀이 중요하다. CEO 인베스터데이에서도 로봇이나 새만금 투자처럼 시장을 자극할 만한 내용이 강하게 나왔다면 주가 측면에서 유리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시장이 1차적으로 실망한 것은 맞다.”

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은 아닌가.

“시장이 원했던 정보가 아니었을 뿐 내용의 진전은 있었다. 테슬라나 GM 발표를 보면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성장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그 시점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이게 지속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결국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부분이 약해지면 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가 장기 가이던스를 상향하면서 미래 투자가 재무적으로 감당 가능한 범위라는 점을 보여준 것은 의미가 있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8년 초 양산을 계획한다면 적어도 2027년 말에는 시험 설비를 돌려야 한다. 땅을 다지는 데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연말에는 삽을 떠야 한다. 발표가 늦어지는 것이지 방향이 틀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가 자율주행을 구현해 나가는 단계를 다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포티투닷, AVP본부, 미국 모셔널 등을 통해 로드맵을 밟아가고 있다. 올해 연말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페이스카 출시를 통한 한국형 자율주행 시범 주행을 시작으로 2027년 말~2028년 초 양산될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의 마무리 담금질에 들어간다. 해외에서는 모셔널이 연말 로봇택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 방식의 변화와 양산 플랫폼의 결합이다. 국내에서는 2027년 AI 기반 레벨4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을 본격화한다. 미국 역시 자율주행법 개정(Self Drive)으로 완성차 업체의 레벨4 생산 제한이 연간 1500대에서 10만 대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다.

기존 룰 베이스(Rule-base) 연역적 방식은 코딩과 센서 비용이 급증해 한계가 명확하지만 최근 선호되는 엔드투엔드(End-to-End) 귀납적 방식은 센서와 규격이 표준화된 상태에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성능이 진화한다. 2028년부터 표준화된 차량이 대거 확산 전개되면 글로벌 거대 양산 볼륨을 가진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이 축적하는 주행 데이터의 기울기는 기존 선발 주자들을 가파르게 압도하게 된다. 자율주행 기술력은 단순히 알고리즘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와 양산 제조 능력이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제조업의 중요성인가.

“그렇다. 웨이모 같은 자율주행 기업도 결국 대량 양산 및 레벨4 상용화 경험을 갖춘 제조 파트너가 필수적이다. 현대차가 웨이모의 파트너로 낙점된 것처럼 현대차와 기아 모두 자율주행 법안 개정과 시장 개편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생성형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뛰어난 LLM 모델을 만드는 곳에 시선이 쏠렸다.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가 존재했기 때문에 결과물을 받아볼 하드웨어에는 아무런 병목(걸림돌)이 없었다. 그러다 에이전트 AI로 넘어가면서는 보유한 데이터와 잘 호환되어 업무를 풀어내는 애플리케이션과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 데이터센터가 시장의 병목이 됐다.

‘피지컬 AI’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 피지컬 AI는 인풋과 아웃풋의 차원이 전혀 달라진다. 자율주행이나 로봇 동작을 구현하려면 실체 있는 주행 데이터와 센싱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로봇과 차량이 있어야 제대로 된 데이터 수집(인풋)도 가능하고 AI의 결과물(아웃풋)도 구현해낼 수 있다. 인풋과 아웃풋을 내는 도구가 공교롭게도 모두 로봇인 셈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코딩은 AI가 대체해주지만 물리적인 하드웨어를 만들고 대량 양산하며 내구성을 갖추는 제조 영역은 AI가 대신해줄 수 없다. 과거에는 제조업이 올드한 산업으로 치부됐지만 피지컬 AI 시대에 진입하면서 바로 이 제조업이 가장 심각한 병목이자 핵심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주가는 시장의 병목이 어디로 옮겨가느냐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시점의 문제일 뿐 ‘챗GPT의 시간’이 있었듯 거대 양산 제조 플랫폼을 쥔 ‘현대차의 시간’이 올 수 있다. 그때는 반도체 쇼티지가 아닌 현대차의 쇼티지가 아닐까.”

현대차에 우호적이란 반론도 나올 것 같다.

“누가 이야기했느냐보다 방향이 맞는지를 봐야 한다. 제가 제시하는 근거와 방향성이 맞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투자는 결국 투자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기대감이 하반기 선반영될까.

“지금 시장 자체에 미래 기대감까지 반영할 여유나 여력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기술주 전반이 강하게 힘을 받지 못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단기 모멘텀들이 현실화되어 수치로 증명되는 것에 훨씬 더 목말라 있다. 현재 보유한 반도체나 자동차, 로봇 등 기존 사업들의 실적과 이슈가 제대로 해결되느냐에 온전히 몰입해 있는 단계다. 자율주행이라는 긴 호흡의 기대감까지 열어두고 동반 상승을 이끌 만큼의 분위기는 아니다.”

최근 중국에 다녀왔는데.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콘퍼런스(WRC) 2026’에 다녀왔다. 로봇이 춤추고 덤블링하며 순간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실제 활용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한다. 촉각센서나 정교한 로봇 손 같은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무엇보다 놀란 건 로봇의 부품 밸류체인 규모였다. 양산에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중국 로봇 시장을 낙관하는 투자자도 많은데.

“시장 태동기에는 수많은 기업이 등장하지만 저는 지금 업체 가운데 90%는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살아남은 10%가 시장의 100%를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혁신 기업이 또 등장해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 로봇은 한 기업을 골라 끝까지 가져가는 시장이라기보다 산업의 방향과 트렌드를 계속 따라가야 하는 시장이다.”

중국 부품사들 약진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점이 발판이 됐다. 부품 기업들이 지속 성장을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사업을 수평 확장했기 때문이다. 로봇이 현장에서 24시간 일하려면 단순 시연을 넘어 높은 내구성과 품질, 대량생산 능력이 필수적인데 이 조건들을 완벽히 만족하는 공급망이 바로 자동차 전동화 밸류체인에서 온 것이다.”

글로벌 시장은 어떤가.

“중국의 약진을 보고만 있을 미국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행정명령 및 중국산 도킹 시스템과 휴머노이드 로봇 수입 금지 등 강력한 규제를 가시화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로봇 업체들이다. 그동안 양산에 대한 고민 없이 중국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는데 2027~2028년 대량 양산을 앞두고 급히 자국 및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유럽 공급망마저 약화된 상태에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한국뿐이다. 로보틱스 대량 양산과 품질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이미 미국 현지에 공장을 내고 진출해 있는 ‘한국의 자동차 전동화 밸류체인’이 핵심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한국의 기회’다.”

장문수표 리서치센터가 궁금하다.

“애널리스트로서의 목표가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다면 센터장으로서의 목표는 ‘대체 불가능한 리서치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오직 우리를 통해서만 새로운 주제와 깊이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섹터의 한계를 넘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지향한다. 박현욱 기업분석팀장, 이화진 투자전략팀장과 함께 서로 활발히 소통하며 효율적으로 시너지 내는 매력적인 센터를 만들겠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