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I 속도 조절 논의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발단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었다. 아모데이 CEO는 최근 AI 기술의 가파른 발전 속도를 감안해 안전장치를 마련할 때까지 최첨단 모델 개발을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도 이에 공감하면서 관련 논의가 확산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논의가 AI 산업의 투자 속도까지 늦출 수 있다는 우려로 번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AI 모델의 대형화는 데이터센터 증설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려왔다. 시장에서는 개발 속도가 늦춰질 경우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역시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졌고 이러한 우려는 반도체주 약세로 이어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05% 하락한 2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6.35% 급락한 169만7000원까지 밀렸다. 두 종목의 약세 속에 코스피 지수 역시 3.26% 내린 6684.37로 장을 마감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과 미 금리 인상 우려에 AI 속도 조절론이 더해지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주가가 출렁인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AI 속도 조절론이 부각된 뒤 미국 나스닥지수는 장중 0.8%까지 하락했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다. 반면 일부 소프트웨어주는 상승했다. AI 투자 속도가 둔화할 경우 막대한 설비투자에 의존하는 반도체·하드웨어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I 개발 속도 조절이 곧바로 투자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실제로 대규모 AI 투자 계획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초 AI 관련 지출이 2027년까지 1조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기업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사가 투자를 이어가는 동안 개별 기업이 자발적으로 개발 속도를 늦추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갈린다. 일각에서는 AI 개발 지연이 인프라 투자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지만 최근의 주가 하락을 시장의 과잉 반응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투자 증가세가 완만해질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수요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중 AI 패권 경쟁 역시 변수다. 미국 기업들이 개발 속도를 늦추는 사이 중국이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속도 조절 논의가 실제 개자발 전략 변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AI 개발 속도 조절 논의가 실제 투자 계획 변화로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향후 빅테크의 자본지출(CAPEX)과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반도체주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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