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커리어케어 씨드림 본부장 인터뷰

[비즈니스 포커스]
이현승 커리어케어 씨드림 본부장(전무). 사진=이승재 기자
이현승 커리어케어 씨드림 본부장(전무). 사진=이승재 기자
“기업들은 C레벨에게 엔드투엔드로 일을 해보고
그 과정에서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요구한다”



인공지능(AI)이 임원의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기업이 임원을 평가하고 영입하는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전략·기획·연구·지원 등 여러 부서를 거치며 조직 전체를 이해하는 ‘똑똑한 제너럴리스트’가 강점을 가졌다. AI가 정보 검색과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빠르게 수행하면서 이제는 직접 문제를 풀고 결과를 만들어낸 ‘도메인 전문가’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기업의 86%가 AI·정보처리 기술의 영향을 받고 근로자 10명 중 6명가량이 재교육이나 기술 향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의 인재 전략도 ‘외부 S급 인재 영입’에서 ‘내부 인력의 재교육·재배치’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커리어케어의 개인 맞춤형 커리어 전략 자문사업 ‘씨드림’을 총괄하는 이현승 전략자문 본부장(전무)은 “이제는 S급 인재를 데려오는 게 트렌드도 아니고 예전처럼 검색해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찾지도 않는다”며 “어떤 도메인에서 엔드투엔드로 일을 해봤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C레벨의 역할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과거 대기업 임원에게 중요한 것은 조직관리였다. 직원 개개인을 파악하고 보고받으며 조직을 움직이는 능력이 필요했다. ‘재고를 모두 팔아봤다’, ‘적자 회사를 살려봤다’ 같은 과거의 성공 경험도 임원의 자산이었다. AI가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환경에서는 임원이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다. 대신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고, AI가 제시한 정보의 오류를 걸러내며,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 실행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결국 관리자가 ‘부하 조직’을 통솔하는 방식에서 구성원을 설득하고 연결하는 ‘인플루언서’형 리더십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전 수출을 추진한다면 기술뿐 아니라 사이버보안이나 인증 등 사업 과정에서 문제가 될 요소를 미리 찾아야 한다. 보고서에 올라온 문제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임원의 역할이 되고 있다.”

-기존의 ‘스마트한 제너럴리스트’는 경쟁력을 잃게 되나.

“앞으로 가치가 높은 인재는 크게 두 유형이다. 하나는 특정 분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해본 도메인 전문가’, 다른 하나는 조직 사이의 빈틈을 찾아내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일을 완성하는 ‘연결자’다. 공채 출신이냐 아니냐는 핵심이 아니다. 문제는 공채 이후의 경력 구조다. 대기업에서는 여러 부서를 순환하며 조직과 업무를 폭넓게 경험하는 대신 특정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기회가 적은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 출신 임원이 중견기업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영입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회사 이름만으로 시장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아니다. 공채형 제너럴리스트라도 특정 사업에서 직접 성과를 냈다면 시장가치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전략기획을 오래 했더라도 보고서를 만들고 계획을 세우는 데 그쳤다면 외부 시장에서 전문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S급 인재’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나.

“과거에는 학벌, 대기업 경력, 직급, 유명 기업 출신 여부가 인재의 품질을 판단하는 강력한 신호였다. 이제는 간판보다 실제로 무엇을 해봤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한 국내 완성차 대기업은 내연기관 분야에서 엔진 개발 등 특정 영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한 인력들을 전기차·수소차 등 새로운 분야로 전환하기 위해 재교육하고 있다. 약 170명을 선별해 재교육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엔진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라면 기계·전기·소재에 대한 지식과 생산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전기차나 수소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객과 조직을 이해하고 있는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는 편이 외부에서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다. 10년 이상 한 분야에서 실제 성과를 냈다면 경력을 폐기하기보다 재교육을 통해 확장할 가능성을 먼저 찾아야 한다. AI가 오히려 숙련 인력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이유다.

핵심은 기존 경력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기존 경험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모바일 보안과 클라우드 보안 경험을 사이버보안으로 확장하는 식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나이와 직급도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특정 분야에서 검증된 경험이 있다면 젊은 전문가가 CEO가 될 수도 있고 전문성을 가진 고령 CEO가 계속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인터뷰하는 이현승 커리어케어 씨드림 본부장. 사진=이승재 기자
인터뷰하는 이현승 커리어케어 씨드림 본부장. 사진=이승재 기자
-‘도메인 전문가’와 단순한 지식 보유자는 어떻게 구분하나.

“가장 명확한 기준은 ‘무엇을 공부했는가’보다 ‘무엇을 해봤는가’다. 책을 읽고 보고서를 쓰고 강연했다고 해서 도메인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상담 과정에서 금융회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연구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뒤 책을 내고 강연까지 한 임원의 사례가 있었다. 경력만 보면 전문성이 상당해 보였지만 실제 사업이나 서비스에 스테이블코인을 구현해본 경험은 없었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검토한 뒤 실제 카드 후불 결제 시스템 등에 적용해 서비스를 만들어봤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엔드투엔드로 일을 해보고 그 과정에서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시장가치는 어떻게 확인해야 하나.

“지난 10~20년의 경력을 직함이 아니라 ‘커리어 키워드’로 다시 써봐야 한다. 전력 분야라면 HVDC나 해외 사업, 특정 국가 인증처럼 자신이 실제로 다뤄본 업무를 찾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를 공부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직접 만든 결과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났던 사람·기관까지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기 경력을 이렇게 다시 쓰면 시장이 요구하는 역량과 자기 경험 사이의 간극도 보인다.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고 기존 경험과 연결할 분야를 찾는 것이 커리어 전환의 출발점이다.”

-대기업 C레벨 임원 이후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가장 크게 열리는 시장 중 하나가 사모펀드(PE)다. 대기업이 신사업을 직접 만드는 것과 달리 PE는 이미 기술과 사업 기반을 갖춘 회사를 인수한 뒤 가치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는 이름값보다 해당 산업을 실제로 아는 CEO가 필요하다. 반도체 장비, 의료기기, 폐기물·에너지 등 특정 분야 회사를 인수했다면 그 산업을 잘 아는 사람이 CEO가 돼야 한다. 실제 현장에 내려가 작업복을 입고 라인부터 봐야 하는 자리다.

과거처럼 ‘내가 어느 대기업에서 임원이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확실한 도메인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중견기업이나 PE 포트폴리오 회사의 CEO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AI 시대 임원 커리어의 핵심은 ‘도메인·연결·실행’이다. 특정 분야에서 실제 성과를 만들고,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며, 그 경험을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보여줘야 한다. AI가 지식과 정보의 격차를 줄일수록 임원의 시장가치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무엇을 실제로 해봤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