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6.29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6.29 / 사진=연합뉴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추석 연휴에도 글로벌 현장과 국내 경영 구상에 시간을 할애하며 하반기 사업 전략을 가다듬는다.

미중 통상 갈등과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 등 경영 변수가 어느 때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외로 향하는 총수들은 현지 네트워크 확대와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기고, 국내에 머무는 총수들은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 투자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미국을 찾은 뒤 영국 런던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뉴욕에서는 코리아소사이어티 갈라 디너에 참석해 글로벌 인사들과 교류하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런던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 전시를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다.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협력뿐 아니라 문화·외교 네트워크까지 넓히는 일정이다.

삼성의 하반기 핵심 과제로 반도체 경쟁력 회복과 AI 사업 확대가 꼽히는 만큼 글로벌 파트너십을 얼마나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한·멕시코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해 양국 기업 간 협력 확대를 모색한다.

멕시코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생산·공급망 거점이라는 점에서 SK의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순방 이후에는 뉴욕으로 이동해 코리아소사이어티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면서 AI·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SK의 하반기 전략이다.
이재용은 미국, 최태원·구광모는 멕시코…총수들의 '추석 경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 일정 대신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집중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조정과 중국 업체들의 경쟁,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사업의 투자 우선순위를 점검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사업 성과를 확인한 뒤 내년 투자와 생산·판매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연휴 기간이 사실상 ‘2027년 경영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은 미국, 최태원·구광모는 멕시코…총수들의 '추석 경영'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번 연휴 글로벌 AI 동맹을 북미 사업 확대로 연결하는 행보를 이어간다.

구 회장은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CEO와 만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AI 전환(AX),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도 로봇·AI 팩토리·모빌리티 분야 협력을 추진했다.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는 AI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축으로 규정하며 빠른 실행을 주문했다.

빅테크와의 협력을 LG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의 제조·배터리·전장 역량과 결합해 ‘원 LG’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드는 것이 하반기 과제다. 이후 멕시코 순방에도 합류해 북미 생산거점과 공급망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이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에 동행한다. LS가 전력 인프라와 전선 사업을 중심으로 북미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가 미국과 연결되는 생산·공급망 거점이라는 의미가 크다. 현지 경제계와의 접점을 넓히면서 북미 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른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다.
22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오른쪽)이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의 천궁 다기능레이더 시험장을 방문해 현장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22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오른쪽)이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의 천궁 다기능레이더 시험장을 방문해 현장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에서는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국내에서 방산·조선·우주 등 미래 사업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최근 방산을 중심으로 조선과 우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해외 사업 확대와 신사업 실행을 주도하는 가운데 김승연 회장은 그룹의 큰 방향과 중장기 사업 재편을 챙기는 구도다. 하반기에는 방산 수출 확대와 조선 경쟁력 강화, 우주항공 사업의 성장동력 확보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추석 이후 재계의 시선은 3분기 실적과 내년 사업계획에 쏠리는 모습이다. 투자 규모와 사업별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최고경영진 평가와 연말 인사, 조직 개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추석 총수들의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과 AI, 통상 환경 변화 속에서 내년 경영의 방향을 선점하기 위한 사전 점검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