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의 편집권 침해 갈수록 심각···대학 언론 독립성 지켜줄 제도 마련되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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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남의정 대학생 기자] 대학 언론은 1970~80년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민주주의에 앞장서왔다. <숭대시보>의 기사에 따르면, <숭대시보>는 1983년, 검열로 인해 3차례 배부가 중지됐고 기사가 삭제됐을 뿐만 아니라 한 학생 기자가 강제 입영되기도 했다. <숭대시보> 474호에서는 473호 신문이 화형당하고 편집국장이 강제구금조치 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88호(1987. 5. 18)에서는 학내 상주 경찰이 최루탄으로 신문사 창문을 깬 일을 기록했으며, 491호(1987. 8. 3)에서는 6ㆍ10 항쟁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학 언론은 민주화운동에서 나아가, 과거 약자였던 노동자들의 관점을 조명하기도 했다. <아주대학보>에 따르면, 1984년 ‘대우어패럴 노동쟁의’ 사건에 대해 몇몇 기성 언론은 노동쟁의가 일어나게 된 배경은 보도하지 않은 채, 폭력시위만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아주대학보>는 129호 사설을 통해 노동자들의 희생과 아픔을 보도했다. 또 1988년 ‘현대중공업 파업투쟁’에 대해 기성 신문들이 회사의 손실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아주대학보>는 190호를 통해 노동자들의 파업이 열악한 업무환경에 대한 처우개선이 목적임을 알리기도 했다.

오늘날의 대학 언론은 어떨까. 과거 선배들이 행했던 것처럼 날카로운 펜촉을 보여주고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다음은 그간 알려진 학보사 편집권 침해 사례이다.
△학보사 편집권 침해 사례(매거진 한경 ‘“최근에 학보 본 적 있나요?” 존재감 없어져가는 학내 신문 위기’)
△학보사 편집권 침해 사례(매거진 한경 ‘“최근에 학보 본 적 있나요?” 존재감 없어져가는 학내 신문 위기’)
2013년 배재정 의원실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 언론인의 35%는 기사를 검열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만난 서울권 대학학보사 기자 출신 16명 중 7명이 기사 검열은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경잡앤조이에서 진행한 학보사 기자 출신 대상으로 기사 검열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한경잡앤조이에서 진행한 학보사 기자 출신 대상으로 기사 검열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누구로부터 기사 검열을 당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학교 관계자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교수가 뒤를 이었다. 기사 검열 사례로는 ▲ 학교 내부 사정으로 기사 아이템을 제한 ▲ 학과 이전으로 학습권이 침해된 학생들의 상황을 기사에 실었으나, 해당 교수가 전화로 수정을 요구 ▲ 홍보팀에서 1면 탑 뉴스 교체를 지시 ▲ 교내 셔틀버스 기사가 직접적일 것을 우려해 교내 관계자가 검열 ▲ 학교 기숙사 관련 기사를 작성하려 했으나 학교 관계자가 검열 등이 있었다. 대처 방식으로는 ▲ 기사 작성을 포기 ▲ 어쩔 수 없이 반영 ▲ 수정 없이 기사 발행 ▲ 기사 일부 및 제목 수정 등이 있었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차종관 대학알리 전 대표는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학보사 기사 검열 및 취재권 침해 사례가 1년에 7건 정도 된다”며 “학교 명예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거나, 학교의 겁박에 순응해 이를 알리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언론 탄압에 대응하지 않고 편히 활동을 마무리하려는 대학언론인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보의 편집, 자율권 보장을 위해서는 구조적, 경제적 독립 필요
A대학 학보사 편집장은 “학보의 편집, 자율권을 완전히 보장되기 위해서는 학보사의 구조적, 경제적 독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학교에서 최대한 간섭할 여지를 줄어야 학보사가 더 당당하게 검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학 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관심을 기반으로 학보가 제 역할을 했을 때, 예산 감축 반대나 경제적, 구조적 독립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숭대시보 강석찬 전 편집국장은 “학보사의 편집권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은 방송법이 있고, 신문은 신문법으로 보호받는다. 그러나, 대학 언론은 아무런 안전망이 없다”며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2020년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 성과공유회에서 발표하는 차종관 전 대표(사진제공=차종관 전 대표)
△2020년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 성과공유회에서 발표하는 차종관 전 대표(사진제공=차종관 전 대표)
“대학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어”
차종관 대학알리 전 대표


대학 언론 편집권 침해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독립 언론이다. 대학알리는 학교에서 소속된 학보사라는 한계를 넘어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집권을 가지고 언론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창간됐다. 대학알리를 재창간 한 차종관(단국대 저널리즘 · 졸업)전 대표를 만나 대학 언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대학 언론인 겸 전 대학알리 대표 차종관입니다. ‘대학사회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대학사회를 넘어 한국사회의 병폐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대학 언론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학교의 편집권 침해에 맞서 문제를 알릴 수 있는 언론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17년 모교에 독립 언론 <단대알리>를 창간했습니다. 이어 2019년 5월 비영리독립언론 <대학알리>를 재창간하고 대학별 독립언론 를 운영했습니다. 2023년 2월에 퇴임하고 현재는 이사회 인수인계 중입니다.”

대학알리 재창간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된 건가요.
“대학독립언론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절, 2013년 5월 26일에 대학언론협동조합이 창립되었고, 그해 11월 20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독립언론 <외대알리>가 창간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대학에 <세종알리>, <한림알리> 등 독립언론 N대알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2018년, 독립언론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해 <외대알리>를 제외한 모든 알리가 폐간 수순에 이릅니다. 저는 대학사회에 유일하게 남은 독립언론인 알리를 살리기 위해, 구성원을 모아 재창간 TF를 구성했죠.
재창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NPO지원센터의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 다음세대재단과 사랑의열매의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N대 알리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몰두할 수 있었죠.”

대학알리를 재창간을 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대학 공동체의 수많은 문제는 대학 구성원에게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를 알릴만한 곳은 대학 언론뿐입니다. 하지만 대학 언론은 대학에 소속된 부속기관으로서 지원받고 있어 제 기능을 하기 어렵습니다. 학생 개인이나 학생회가 문제를 알리려 해도 역부족입니다. 대자보가 뜯기거나 ‘학교 명예에 해를 끼쳤다’며 징계를 받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2항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대학에서 지워졌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학사회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의 편집권 침해에 맞서 문제를 알릴 수 있는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학사회에 유일하게 남은 독립언론인 알리를 살리기 위해 <대학알리>를 재창간한 것입니다.”

현재 대학알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총회와 이사회(임원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임원진은 대표, 부대표, 편집국장, 부국장, 사무국장, 감사로 구성됩니다. 운영위원회와 편집위원회에서 사무국장-편집국장과 N대알리 대표-편집장이 함께 운영과 편집을 논하고 결정합니다. 그 외에도 필진, 알럼나이 등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비정기적으로 자문위원회, 윤리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열립니다. N대알리를 창간하기 위한 프로세스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사무국과 편집국이 본부의 역할을 하며 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활동 및 성장지원비, 프레스키트, 콘텐츠 제작 툴, 네트워킹 및 교육, 공유 오피스 등 다양한 지원을 합니다. 또한, 기자와 편집장 모두의 편집권을 지키기 위한 데스킹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어 기자들이 기사 작성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대학알리는 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후원금이 많지 않지만, 점차 후원자를 늘리고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언젠가 학보사처럼 장학금은 아니더라도 원고료를 지급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간 대학알리가 이뤄낸 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대학알리의 기사에는 알려지지 못한 문제와 목소리가 담깁니다. 실제로 대학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기도 하고요. 외대알리에서는 비리를 저지른 총동아리연합회장의 사퇴, 범법교수의 재계약 저지, 학사제도 변경에 대한 비상학생총회 성사 등을 기사를 통해 이루어냈습니다. 또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던 기숙사 건물의 균열을 5개월 동안 추적 보도해 교내 안전문제에 경종을 울렸고, 모두의 화장실에 대한 여론 형성에도 조력하기도 했습니다. 세종알리는 한 석좌교수의 제자 성희롱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취업을 빌미로 학생을 불러내 성희롱을 한 교수의 이면을 공개했고, 해당 교수는 스스로 사직했습니다. 또한, ‘주간 주명건 – 궁금한 이야기 J’에서는 전 이사장의 비리를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의제를 계속해 환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외에도 총장의 비리, 대학생의 주거권, 총장직선제를 향한 투쟁, 학내 성폭력, 커뮤니티 속 혐오, 여성 청년의 우울 등. 알리기자들은 기성 언론 및 기존 대학 언론과 차별화된 색다른 콘텐츠를 통해 독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대학 언론의 편집권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보사의 편집권 침해는 어느 특정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만 해도 여러 대학 언론이 학교로부터 발행 중단 통보를 받고, 편집권 침해로 인한 백지발행을 하는 등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는 대학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를 통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파수꾼이지만, 총장이 발행인으로 모든 기사의 편집권을 갖는 구조에서, 학보는 제 역할을 해내기 힘듭니다. 학교 본부는 학보가 학교 예산으로 운영된다며 편집권을 침해를 하고도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죠. 이에 맞서 대학언론인들은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악전고투하지만,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이에 불복하면 학교에서는 학보의 예산을 삭감하고, 휴간 조치를 하거나, 기자를 해임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홍보지 노릇만 하며 졸업하는 부끄러움을 갖기 싫다면 이에 맞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언론의 구조적인(행정적, 경제적인)독립이 필요합니다. 대학언론인이 운영권과 편집권을 온전히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 언론법 발의,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위한 국회 토론회 집행, 국정감사를 통해 교육부로부터 대학 언론 편집권 침해 대응 방침을 받아내는 것과 같은 활동을 했습니다. 정치적인 방법으로 언론탄압을 극복하려 한 시도는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 언론 편집권 침해 대응 방침을 받아낸 것은 특별합니다. 이제 탄압이 발생하면 교육부는 해당 대학에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리 감독하게 됩니다. 또한, 대학인권센터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제가 남긴 결실이 대학언론계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대학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모든 사회에 언론이 필요하듯, 대학사회에도 언론이 필요합니다. 대학에 불리한 뉴스는 모두 편집돼 대학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은 해결되기는커녕 조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드러나야 하는 비리는 숨겨지고, 공론의 장에서 토론할 내용은 검열로 삭제됩니다. 탄압으로 인해 대학 언론은 대학생과 청년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대변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사회에는 건강한 문제 제기와 담론 형성이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사회의 문제조차 인식하고 해결해본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은 그대로 사회에 진출하게 됩니다. 대학사회도 바꾸지 못했는데, 어떻게 사회를 바꿀까요. 한국 사회가 어떻게 건강할까요. 대학생이 건강한 시민으로 양성될 수 있으려면, 대학 언론부터 제 기능을 찾아야 합니다. 대학생과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건강한 문제 제기와 담론 형성을 이끌어야 합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