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5명 중 4명, 챗GPT 사용 경험 있어
과제 형평성 논란 의견 대립 ‘반반’
가이드라인이 효과 보려면 교수가 챗GPT 활용법 배워야
서울의 모 대학 커뮤니티에는 ‘챗GPT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가 없다’, ‘과제의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는 챗GPT’ 등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다른 사람들 다 챗GPT 쓰는 거 혼자 해보겠다고 애쓰다가 B학점을 맞았다. 진짜 어이가 없다’라는 불만을 글이 있기도 했다.
윤서연(국민대 2) 씨는 “글쓰기 조별 과제를 수행할 때 몇몇이 챗GPT 답변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해 최종적으로 종합해야 하는 사람이 글을 전부 다시 수정했던 일이 있었다”고 경험을 전했다.
대학가, 챗GPT 활용 찬반 각각 56%, 44%
본지에서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과제 수행에 챗GPT를 이용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가 78%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용 빈도를 묻는 질문에는 ‘보통이다’ 32.5%, ‘자주 사용한다’가 28.2%로 나타났다. 챗GPT를 활용한 과제의 형평성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56%, ‘형평성에 어긋난다’ 44%로 찬반 의견이 비등했다. 챗GPT 사용을 찬성하는 의견은 ‘더 많은 정보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과제의 질이 향상된다’, ‘아직 챗GPT의 답변이 부정확하고 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번 결과에서도 ‘챗GPT의 답변을 대개 수정한다’가 60.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에 모두가 사용하면 형평성 문제는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은 ‘챗GPT를 사용한 사람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의 노력이 분명히 다르다’, ‘과제는 개인의 창작물이어야 하는데 챗GPT가 본인의 역량에 벗어난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챗GPT 부정행위 색출 쉽지 않아
챗GPT로 인해 고충을 겪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교수 역시 챗GPT 부정행위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 4월 서울 모 대학의 프로그래밍 수업에서는 챗GPT 이용한 부정행위가 신고됐다. 한 학생이 익명으로 대학 커뮤니티에 누군가 실기시험 때 챗GPT로 코드 만드는 것을 목격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챗GPT에게 만들고 싶은 코드의 특정 기능을 설명하면 챗GPT가 손쉽게 코드를 작성해주기에 챗GPT 사용은 금지돼 있었다. 학생들은 ‘재시험 보자’, ‘정당하게 시험 본 사람은 뭐가 되냐’ 등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교수는 대학 커뮤니티에 입장글을 올렸다. 글에는 ‘수업 특성상 실기 평가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부정행위를 막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학점이 걸린 문제인데 부정행위를 차단하지 못해 죄송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레포트 제출 과제에 챗GPT 사용을 허용하되 챗GPT에 물은 질문을 각주로 달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교수는 “미리 말을 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챗GPT를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챗GPT에 질문한 내용을 전부 제출하게 해 질문을 얼마나 정치하게 했는가를 평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챗GPT 가이드라인 제정, 대학마다 입장 달라
올바른 챗GPT 사용을 위해 많은 대학에서는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 올해 3월 국내 대학 최초로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고려대는 “기술의 확산을 막기보다 합리적으로 AI를 수용해 능동적인 학습을 유도하고자 한다”고 제정 이유를 발표했다. 또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AI 윤리교육 및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경험적 데이터 수집(인터뷰, 설문조사) 등을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이드라인 마련에 회의적이었던 서울대는 “수업은 교수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가이드라인 제정 계획은 여전히 없다”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아직 챗GPT에 대한 조치가 없는 서울시립대의 박훈 교무처장은 “타 학교의 사례를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서둘러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은 없다”며 “학습자의 챗GPT 활용 권리 보장에 초점을 맞출지, 과제물에 대한 형평성 문제에 맞출지 교내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교수가 챗GPT 사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Turnitin, Copykiller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이드라인도 좋지만 교수가 시행할 줄 알아야
다만 일각에서는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행하려 하더라도 정작 챗GPT의 활용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중원 교수는 “가이드라인에서는 챗GPT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내지 말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교수가 그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결책으로 교수법 강의 활용과 교수 간 소통 커뮤니티 마련을 제시했다. 그는 “교수법 강의 내용에 챗GPT 활용 사례와 적용법을 포함시키고 수강 의무화나 인센티브 부여 등의 방법으로 활성화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편하게 서로의 강의 방법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교수들이 챗GPT를 활용하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조은정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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