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김기남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교육 분야는 이러닝(e-learning)으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에듀테크 선두 기업인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세계 주도권을 가져올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 대표에게 이러닝의 미래를 물었다.

[big story] 조영탁 휴넷 대표 “코로나19發 위기, 교육 혁명에는 기회”

“불과 몇 년 후면 누구나 개인용 가정교사 로봇을 하나씩 보유하게 될 것이다. 한 달 학원비가 수십만 원인데, 완벽하게 나의 수준을 파악해서 가르쳐 줄 영어교사 로봇이 수십만 원에 판매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데 이 로봇은 영어만 가르치진 않을 것이다. 수학, 과학 가정교사 노릇도 함께할 것이다. 내가 어떤 조건에서 학습효과가 좋은지, 몇 분 정도 집중하면 피곤해하는지 등을 다 파악하고 있어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공부를 도와줄 것이다. 그런 세상이 왔을 때 교육 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2017년 11월 교육 기업 휴넷을 이끄는 조영탁 대표는 책 <행복 컴퍼니 휴넷 스토리>를 출간하며 이 같은 화두를 던진다. 교육과 기술이 결합된 에듀테크의 등장으로 기존 교육 시스템은 파괴되고, 교육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되면서 교육의 모든 것이 뒤바뀔 것이란 이야기다. 그는 생존을 위해 미래 교육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에듀테크 교육 혁명’이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한국 교육에 비상이 걸렸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등교는 중단됐고, 우리 사회는 갑작스러운 비대면 교육을 맞닥뜨려야 했다. 준비 없이 맞은 교육의 온라인 대전환은 혼돈 그 자체였다. 2000년대부터 영상 교육(이러닝)이 조금씩 진전됐지만, 이러닝은 늘 오프라인 교육의 보조 수단에 그쳤다. 성인·기업 교육 시장도 마찬가지. 신입사원 교육, 승진자 교육 등 전통적인 기업의 오프라인 교육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래의 교육으로만 여겨졌던 비대면 교육이 너무 갑작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찍이 교육의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 온 조영탁 대표는 “미래는 한발만 앞서가더라도 모든 것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닝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비대면 교육 방식의 성장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 대표를 만나 현실로 닥친 미래 교육의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무게추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의 비대면 교육이 갑작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2016년부터 이 같은 움직임이 예견됐습니다. 2016년 3월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혹시 기억하십니까.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등장했습니다. 저는 어떤 새로운 충격이 세계에 일시에 전파되는 것을 그때 처음 목도했습니다. 2개월 전인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죠. 알파고가 뜨면서 한국 사회 전반에 4차 산업혁명 광풍이 일었습니다.

2018년부터는 이 포괄적이고 어려운 단어 대신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이란 용어가 자주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권에서 특히 발 빠른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으로 앞서간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하다 보니 저항의 움직임도 컸습니다. 이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은 명확했지만, 사회는 디지털 전환에 저항하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진 겁니다. 강제 비대면 사회가 오면서 어쩔 수 없이 변해야만 하는 상황에 모두가 직면하게 된 것이죠.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엄청난 불행을 가져다줬지만,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자체는 굉장히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회가 찾아올까요.

“모두가 어려운 시대에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세계 경제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 자명한데, 저항의 시기가 길어져서는 안 됩니다. 일찍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시대에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반면 준비하지 못한 기업들은 ‘쇼크’를 입었습니다.

저는 2016년이 시장의 변곡점이었다고 봅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저항의 둑이 무너지면서 세상은 급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2개월 만에 2년이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루어졌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마침 한국은 그러한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나라이고, 선진 인프라도 갖추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죠. 우리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분야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좋은 기회인가요.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말을 했습니다. ‘2030년까지 가장 큰 인터넷회사는 아직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교육회사가 될 것’이라고.

교육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에듀테크(edu-+tech)’라고 하는데, 교육에 기술이 결합되면 할 수 있는 게 매우 많습니다. 변화의 정도를 단계로 단순하게 표현했을 때, 수천 년간 교육사를 지탱한 오프라인을 1이라고 친다면, 2000년대 온라인의 등장과 함께 탄생한 이러닝(온라인에서의 영상교육)은 10 정도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에듀테크가 가져오는 변화 혜택은 어떨까요. 최소 10만에 달할 것입니다. 교육에 충격적으로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휴넷은 일찍이 에듀테크로 전환했습니다. 발 빠른 선택이었는데요.

“2016년 설 연휴에 제임스 캡턴이 쓴 <퓨처 스마트>란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는 2030년 전 세계 학생 70%가 1명의 디지털 아바타에게서 수업을 들을 것이란 대목이 있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AI 시스템의 아바타는 10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활용해 전 과목을 가르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아바타는 학습자의 성취도와 목표에 따라 교육 콘텐츠를 조정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우리 사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곧장 연구소장에게 우리가 먼저 10년 앞을 내다보고 미래 교육 리포트를 발표하자고 했습니다. 핵심은 에듀테크 교육 혁명이었죠. 그때가 우리나라에 아직 알파고가 들어오기 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도 없었을 때였습니다. 그때부터 에듀테크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 왔습니다. 전체 300여 명의 직원 중 130명을 정보기술(IT) 인력으로 뽑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비대면 시대에 주목받는 교육 기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big story] 조영탁 휴넷 대표 “코로나19發 위기, 교육 혁명에는 기회”

에듀테크가 가져올 변화는 무엇인가요.

“에듀테크는 교육의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 교육의 효과성이 몰라보게 개선되고, 대중성 또한 크게 확대됩니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파괴될 것이고, 교육의 경계는 완전히 무너질 것입니다. 예컨대 교육학에는 ‘어빙하우스 곡선’이 있습니다. 어제 배운 것은 하루 지나면 80%를 잊어버린다는 소위 망각곡선입니다. 망각곡선을 극복하기 위해 복습을 하는데, 복습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런데 기술이 뒷받침하면 이를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수강자가 수강을 끝내면 자동으로 2시간 후에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보내 주고, 이틀 뒤에는 관련 문제를 풀어 볼 수 있도록 자동으로 보내 주고, 2주일 뒤에는 실제 적용하도록 과제를 내줍니다. 망각곡선을 기계의 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교육학에서는 ‘완전학습’이란 개념이 중요합니다. 수험생이 모의고사를 반복해서 풀면 기계는 학생이 어느 문제에 강하고, 약한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분야를 계속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해 완전학습이 가능하게 하고, 남은 학습 기간에 따라 예상되는 내 점수, 시험 합격 확률,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 어떤 부분을 학습해야 하는지도 기계가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에듀테크가 할 수 있는 기초 중 기초입니다. 에듀테크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개인별 맞춤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나의 수준을 완벽하게 파악해 가르쳐 줄 개인용 가정교사 로봇을 보유하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휴넷에서 진행 중인 에듀테크도 궁금합니다.

“휴넷은 현재 국내 최초의 AI 학습관리 시스템 ‘랩스(LABS)’, 게임러닝 프로그램 ‘아르고(ARGO)’, 개인 맞춤형 경영학 석사학위(MBA) ‘아바타 MBA’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중 아바타 MBA는 휴넷이 2003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비학위 온라인 MBA에 AI를 활용한 것입니다.

AI 강사가 개인의 학습 이력과 성취도를 자동 분석해 최적의 학습 경험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이죠. 눈에 보이지 않는 강사가 아니라 버추얼 캐릭터로 제작해 직접 강의를 진행하고 학습자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AI 강사는 하루에 1000쪽의 분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고등교육에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AI 강사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로도 경영학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겁니다. 수강생을 테스트해 그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 모르는 분야를 먼저 가르쳐 줄 수도 있겠죠. 만약 아바타 MBA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전 세계에 있는 경영대와 MBA는 어떻게 될까요. 이미 전 세계에는 유명 교수들의 강의를 무료로 온라인상에서 학습할 수 있는 이른바 ‘무크’ 열풍이 분 지 오래입니다.

또, 휴넷에서는 이 같은 교육의 자기관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개인의 성장 활동을 지원하는 자기 관리 앱 ‘그로우(grow)’를 선보였습니다. ‘그로우’는 크게 ‘비전 관리’,‘목표 관리’, ‘감사 일기’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개인의 성공습관을 만들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기주도 학습을 도와줄 것입니다.”

교육은 그럼에도 ‘오프라인’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온라인은 보조 역할이라는 것인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비대면 교육이 우선될까요.

“교육 분야에서 오프라인은 정말 중요합니다. 문제는 그간 오프라인 교육 방식의 학습효과가 낮았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불가했던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수준이 다른 사람들을 한군데에 모아놓고 일정한 수준의 강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수업, 대학이나 기업체 강의도 마찬가지죠.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은 학습효과가 낮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묘수가 없었죠.

그런데 에듀테크가 가능한 지금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교육에 IT 기술이 더해지면, ‘플립러닝’이 가능해집니다. 쉽게 말해 온라인으로 사전에 미리 내용 학습을 하게 하고,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일방적 강의식 수업 대신에 학습효과가 높은 토론, 집단 과제, 발표, 시뮬레이션 등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온·오프라인이 같이 가면서 공부를 훨씬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조 대표가 꿈꾸는 에듀테크는 무엇인가요.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대면 교육을 하게 됐지만, 수동적으로 이 상황을 맞닥뜨리기보다 에듀테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원대한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고등교육에서도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에듀테크의 뚜렷한 미래에 투자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영탁 대표는…
금호그룹에서 구매, 회계, 영업, 기획, 회장부속실 등을 역임하며 ‘미래 경영’에 관심을 보였다. 이후 1999년 경영과 리더십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휴넷을 창업하며 경영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교육과 기술의 결합인 ‘에듀테크’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