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문혜원 객원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미술교육가 이소영 작가는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미술품 수집을 시작해 어느덧 수집한 작품 수도 100여 점에 이른다. 이 작가는 “미술품을 한 점 사는 것은 굉장한 고민과 자아성찰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미술을 통해서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간다”고 설명했다. 그의 교육원을 찾아 미술품 수집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이소영 작가의 미술교육원에는 벽면 가득 알록달록한 색감의 작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벽면을 모두 채울 만큼 많은 그림이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사회에 막 발을 들이고서 많지 않은 월급을 모아 데미안 허스트의 판화를 산 것을 계기로 미술품 수집에 발을 들인 그는 회화와 조각, 아트토이 등을 포함해 어느덧 작품 100여 점을 가진 수집가가 됐다.

“저는 수입의 99%를 미술품을 구입하는 데 써요. 돈을 벌면 사람들은 명품을 갖고 싶어 하지만 전 누구나 사는 것이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대신 미술품에 관심을 가졌죠. 미술품을 수집한다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이기는 하지만 꼭 돈이 많은 사람만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인생의 초점을 다른 것에 두지 않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예술에 중심을 둘 수 있는 거죠.”

많은 미술품 수집가들이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기 꺼리지만 이 작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으로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는 편이다. 2020년 11월에 열린 아트부산에서는 친구 부부와 함께 소장한 컬렉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저는 미술 교육이나 강의로 돈을 버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술품을 사는 것이 미술계의 선순환인 셈이죠.”

이 작가가 주목하는 건 1980~1990년대생 작가의 작품들이다. 동년배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고민을 느끼고 같은 세계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저는 미술작품으로 세상을 공부하고 있어요. 20대 때는 세계의 문제나 이슈에 별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작품을 통해서 세계를 많이 알아가는 것 같아요. 난민문제나 세상에 만연한 차별 같은 것들이요.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표현이 현대미술에 잘 녹아 있거든요. 현대미술을 공부하고 접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셈이죠.”

많은 수집가들이 그러하든 이 작가도 작품을 구매한 후 판매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화랑계에서는 젊은 작가의 작품은 쉽게 팔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술 애호가들이라면 리셀(고가에 되팔기)을 위해서 작품을 사지 않아요. 제가 주로 구입하는 작품들은 나중에 더 얼마나 가치가 오를까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 지금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나 제가 동경하는 작가들의 것을 사는 것이거든요. 제 지인들은 제가 구입하는 작품들에 대해서 유명 작가가 아니라거나 되팔 수 없다며 말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작품의 가치는 제가 정하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작품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가 최근 구입한 얀 베로니카 얀세스(1956년~)의 <블루하와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얼핏 물로만 채워진 것 아니면 빈 전시관 같은 이 작품은 유리관에 파라핀을 부어 만든 작품이다. 당시 4만 유로(약 6000만 원)에 산 이 작품은 설치도 까다롭다. 3명의 배송 설치기사가 기포가 생기지 않게 파라핀을 유리관에 붓는 것. 그걸로 끝이다.

“보통 개인 컬렉터라면 이런 작품을 사지는 않을 거예요. 실제로 미술관이 아닌 개인 컬렉터가 이 작품을 산 건 제가 처음이기도 하고요. 저는 얀센스의 파라핀 시리즈를 보고 옹달샘이나 오로라를 떠올렸어요. 그걸 갖는다는 것이 너무 매력 있었죠.”

얀세스는 자연의 현상을 오묘하고 미니멀하게 조각화하는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는 우주적 차원의 다양한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예술을 실험적인 수단으로 사용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얀센스는 2020년 초 방탄소년단(BTS)의 현대미술 프로젝트인 ‘Connect BTS’ 서울 팝업 전시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작가가 소장한 <블루하와이>라는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색깔이 나타나는데 투명하거나 오팔 혹은 블루 빛을 띤다.

“혹자들은 파라핀만 부으면 되는 거라면 본인도 집에서 할 수 있겠다고 말하기도 해요. 작품을 똑같이 따라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 작가의 작품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태도는 아니죠. 저는 얀세스라는 작가의 개념과 예술관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고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작품을 구매한 겁니다. 지금 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이 작가는 예술품 못지않게 작가의 삶도 면밀히 관찰하는 편이다. 그 자신도 미술교육가 이전에 미술학도였지만 예술가의 삶에는 쉽게 뛰어들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빛을 보지 못한 채 수십 년간 예술에만 전념한 노인 작가들이 신과 같은 존재로 비춰진다.

“우리 대부분 월급 생활자잖아요. 한 달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예술가들은 달라요. 자신이 만든 작품이 바로 돈으로 환산된다는 보장이 없는 작업인 거잖아요. 뒤늦게라도 작품이 세상에서 인정을 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죠. 그럼에도 그러한 자기 확신과 용기 있는 삶이 제게 감화를 주는 것 같아요.”
1 	이소영 작가의 미술교육원 한쪽 벽의 모습.2	클라라 크리스탈로바, , 2014년3, 4    마치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이 작가의 자택 모습.5       갈라포라스 킴, , transfer stone, 2013년
1 이소영 작가의 미술교육원 한쪽 벽의 모습.2 클라라 크리스탈로바, , 2014년3, 4 마치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이 작가의 자택 모습.5 갈라포라스 킴, , transfer stone, 2013년
다음은 이 작가와의 일문일답.

가장 처음 수집한 미술품은 무엇이었나요.
“제일 처음 수집한 것은 유명 작가의 판화 작품이었습니다. 사회초년생이던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적은 월급을 모아서 데미안 허스트의 판화를 산 건데, 그때 50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 500만 원은 제게 큰돈이어서 갤러리에 ‘이 작품이 너무 갖고 싶은데 나눠 낼 수 없느냐’고 묻기도 했었죠. 다행히 갤러리 측에서 제 제안을 받아들여 줘 손에 넣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작품의 가치가 더 올랐겠네요.
“네. 맞아요. 지금 가치는 그때의 한 10배쯤 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제가 구입하는 작품들이 다 그렇게 가치가 올라가는 것만은 아니에요. 갤러리 측에서 거래가 없어 아예 팔 수 없는 작품이 대다수죠.”

예술품을 구입하는 철학, 철칙이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산다’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국내의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1980년대생이다 보니 동년배의 고민을 잘 느낄 수 있어서랄까요. 또 젊은 작가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국내 작가들은 작은 갤러리 전시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데요. 같은 작가의 작품을 한두 점 사고, SNS를 통해서 작업하는 것, 사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작가에 대해 더욱 애착이 생기게 됩니다.”

처음 미술품을 수집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저는 미술품을 처음 사는 이들에게 겨울 코트를 사는 것처럼 미술품을 사 보라고 조언해요. 비싼 겨울코트를 사는 돈으로 한번 미술품에 투자해 보라는 거죠. 똑같은 돈을 쓰고서도 작품을 샀을 때 신나고 좋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면 미술품 수집에 점점 발을 들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늘 하는 얘기가 있어요. 그림을 사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는 사람은 없다라고요. 그게 시작이 되면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봅니다.”

최근에 눈여겨보고 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비벌리 뷰캐넌(1940~2015년)이라는 흑인 대지미술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대지미술 작가들은 백인 남성이 대부분이에요. 흑인 그중에서도 흑인 여성은 예술계에서 철저히 소외된 편이죠. 그 점에서 저는 뷰캐넌의 작품에 관심이 생겨요.”


이소영 작가는……
소통하는 그림연구소, 빅피쉬미술 대표. 신나는 미술관 대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해설 도슨트. <그림은 위로다>, <명화 보기 좋은 날>, <출근길 명화 한 점>,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림>, <나도 아티스트> 등의 책을 펴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