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이동찬 기자]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는 떨쳐 버리고, 신선한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할 때. 풍수지리적으로 빼어난 명당에서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갈 것.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소원을 말해봐, 구례 사성암
사성암은 중국의 풍수를 한국에 맞게 토착화한 통일 신라 말기의 도선 국사와 더불어 원효, 진각, 의상 등 4명의 성인들이 도를 닦은 곳이라 그 이름이 붙었다. 사성암이 위치한 오산은 해발고도가 500m 남짓한 낮은 산이지만, 많은 명인들을 배출한 산으로 명산이라 불린다. 풍수지리적으로 3000리를 내려온 백두대간의 에너지를 받쳐 주며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응집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구(水口)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오산의 정상은 단단한 바위들이 밀집돼 있어 기운이 강하다. 4명의 성인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 바위들의 정기를 받으며 수련했다. 특히 사성암의 산왕전은 뒤쪽에서 바위 맥이 내려오고, 좌우로 바위 암벽이 지키고 있어 기운을 꽉 조이는 명당 중 명당이다. 새해에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이곳에서 정성 들여 기도한다면, 이뤄질지도.
주소 전남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길 303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평정심을 되찾다, 여수 향일암
향일암은 일출로 유명한 곳이다.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처럼 바닷가에 위치한 절은 그 나름의 매력과 장점이 있다. 물의 기운이 강해 머리로 화기가 치솟아서 발생하는 화병이나 공황장애 등의 정신적인 질환들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격정적인 파도가 치는 동해와는 달리, 잔잔한 남해를 관망할 수 있는 향일암에서 그 고운 바다를 보고 있으면, 본래의 무심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게다가 바닷가 끝 바위절벽에 위치해 흘러내려 온 지맥이 뭉쳐 터가 센 곳이다. 그만큼 ‘기도발’이 잘 먹히는 곳이기도 하다. 근심거리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진다면, 향일암 관음전에서 마음먹고 바라는 바를 소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소 전남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로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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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차 한 잔의 여유, 강진 백련사
신라시대 만덕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가 쇠락한 뒤, 고려시대 무신정권기에 요세 스님이 백련사로 재건했다. 불교계 정화운동인 백련결사가 발발했던 곳으로, 8명의 국사를 배출했다. 백련결사는 해상 물류의 중심지였던 인근의 구강포를 왜구의 노략질로부터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유배를 와 다산초당에 머물던 정약용이 백련사의 주지였던 아암 혜장선사와 돈독한 우정을 쌓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절 내에 차 밭이 있어 차를 마시며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고. 백련사는 바닷가에 위치한 절로, 기운이 좋으며 구강포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백련사 대웅보전 앞의 건물 이름이 ‘만 가지 경치를 볼 수 있는 누각’이라는 뜻의 만경루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약용처럼 차를 음미하며 그림 같은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세상살이의 시름을 달랠 수 있는 곳이다.
주소 전남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길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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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운의 중심, 공주 갑사
사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룡산이 익숙할 것이다.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계룡산은 지리적으로 사방의 정보를 수집하기 좋으며, 산 전체가 커다란 암괴로 이뤄져 있어 기운이 묵직하다. 또한 풍수지리적으로 산줄기와 흐르는 강물이 둥그스름하게 굽이져 태극 모양을 이루는, 매우 상서로운 조합인 산태극수태극의 형세를 보인다. 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수도자들이 공부를 했던 이유다. 계룡산에서도 가장 기운이 좋은 터에 갑사가 자리 잡고 있다. 임진왜란 때 처음으로 승병을 일으킨 영규대사를 배출한 곳이며, 호국불교 도량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주소 충남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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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신양명의 꿈, 과천 연주대
관악산의 관(冠)은 벼슬, 관직을 의미한다. 관악산 최고봉인 연주봉에는 크고 작은 절벽들이 솟아 있어 흡사 닭의 벼슬처럼 생겼는데, 그 위에 신라시대 창건된 절인 연주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의상 대사가 공부했던 터로 ‘의상대’라고도 불렸던 이곳은 한 발 앞으로 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백척간두’의 자리다. 즉, 목숨을 걸고 도사들이 수행했던 곳이다. 따라서 연주대는 시험의 합격이나 승진과 같은 입신양명과 관련된 기도를 많이 하는 곳이다. 서울대가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것도 흥미로운 점. 다른 명당들에 비해 서울에서 가까운 것도 매력적이다.
주소 경기도 과천시 자하동길 62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무병장수의 비밀, 장성 백양사 약사암
약사암은 질병과 번뇌를 없애 주는 약사여래를 모신 암자다.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사람들이 아프면 약사암을 찾았다. 약사암을 갖춘 사찰들 중 백양사의 약사암은 영험하기로 유명한데, 이는 거대한 바위인 백학봉 중간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학이 앉아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백학봉은 영적으로 높은 흰색을 띠며 좋은 기운을 뿜어낸다. 약사암 옆에 위치한 영천굴의 샘물은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들의 병을 치유해 왔다. 화강암 지대를 통과하며 석간수에 녹아내린 풍부한 미네랄 덕분이다. 백양사에서 약 4.5km를 걸어 올라가면 약사암에 다다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염려가 이만저만하지 않은 때, 트레킹 삼아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을 듯.
주소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인생은 아름다워, 해남 도솔암
한반도 땅 끝에 위치한 해남. 이 해남을 관통하는 달마산은 산과 바다가 만나 기운을 생성하는 곳이다. 즉, 산의 ‘화기’와 바다의 ‘수기’가 만나는 곳으로 예부터 바닷가에 있는 바위산들을 명산이라 여겼다. 도솔암은 이 달마산의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암자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에 의해 소실된 이후 400년 동안 비어 있었다가 2002년 법조 스님이 법당을 지었다. 일출과 일몰의 명소로도 유명한데, 특히 일몰이 장관이다. 불교 경전 <관무량수경>에 따르면 도를 닦는 법 중 첫 번째가 일몰을 보는 것이다. 장엄한 자연 속에서 해가 지는 경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인생의 공허함과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 모든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들을 이곳에서 날려 버리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면 어떨까.
주소 전남 해남군 송지면 마봉송종길 355-30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용의 기운이 서린 곳, 양산 통도사
영축산은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높은 바위산으로, 마치 소쿠리처럼 통도사를 감싸 안고 있다. 강건함과 포용력을 두루 갖춘 셈이다. 통도사는 신라시대 자장 율사가 개창한 절로, 당나라의 유명한 사찰들을 둘러본 뒤 생긴 국제적인 안목에 의해 세워졌다. 사실 이곳은 물이 솟아 수맥이 흐르기 때문에 풍수지리적으로는 금기시되는 땅이다. 하지만 토착신앙에 의하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물은 수신(水神)인 용이 다스리고, 통도사 터는 용이 다스리는 지역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통도사 극락전에는 지혜로운 용이 죽은 이들을 안전하게 극락으로 인도하는 배인 ‘반야용선’이 큼직하게 그려져 있다. 통도사는 불교사상에 토착신앙을 적절하게 녹인 곳으로, 신령한 기운이 감도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주소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하룻밤 동안 기운을 받아, 구례 쌍산재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며 풍수지리학적으로 훌륭한 곳이다. 운조루, 곡전재와 더불어 구례 3대 고택으로 알려진 쌍산재는 200여 년에 걸쳐 6대가 살아온 해주 오씨의 종가집이다. 실제로 쌍산재가 위치한 상사마을은 장수마을로도 유명하다. 관광명소로 몇 시간 둘러보면 그만인 다른 명당과는 달리, 쌍산재는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 숙박이 가능하다. 하룻밤 잠을 자는 동안 구례와 쌍산재의 좋은 기운을 받아 간다면, 새해도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장수길 3-2

새해 좋은 기운 받을 명당은
명당에 자리한 고택, 구례 운조루
풍수지리에서 금귀몰니(금거북이 진흙 속에 묻힌 터)와 금환락지(금가락지가 떨어진 터), 오보교취(다섯 가지 보물이 쌓인 터)는 3대 명당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 영조 때 낙안 군수를 지냈던 유이주가 지은 대저택인 운조루는 이와 모두 연관된 곳이다. 집터를 닦을 때 거북처럼 생긴 돌이 출토됐는데, 수륙양용 생활을 하는 거북이는 예부터 상서로운 존재였다. 운조루의 부엌 자리는 금귀몰니의 명당이며, 행랑채 밖 연못 자리는 대표적인 금환락지의 명당이다. 유이주가 면 소재지에 세운 돌탑 자리는 오보교취의 명당이라 불린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뒤 자손이 번창하고 재물이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주소 전남 구례군 토지면 운조루길 59

사진 한국경제DB | 참고 도서 <조용헌의 휴휴명당>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