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나하나 인터뷰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데뷔 6년 차. 반짝이는 신예에서 이제는 명실공히 ‘믿보배’로 자리매김한 뮤지컬 배우 나하나가 2021년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 역에 도전한다. 그가 그려 낼 글린다는 어떤 모습일까. 사진 CJ ENM, 에스앤코, 한다프로덕션 제공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중에서

뮤지컬 배우 나하나의 그간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이 문장이 떠오른다. 2016년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2019년에 <시데레우스>, <테레즈 라캥>, <시라노>, <빅피쉬>에 연이어 출연, 작품마다 팔색조 매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2020년에도 , <리지> 등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기량을 보여줬다.

올해도 무대 위 나하나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시작부터 화려하다. 그는 2021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뮤지컬 <위키드>의 타이틀롤 ‘글린다’로 발탁됐다.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지금까지 16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6개 언어로 공연, 60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다.

<위키드>는 <라이언 킹>,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브로드웨이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으로, 세 작품 중 <위키드>만이 유일한 금세기 초연작이다.

단 한 번의 암전도 없는 54번의 매끄러운 장면 전환, 12.4m의 거대한 타임 드래곤, 날아다니는 원숭이, 350여 벌의 아름다운 의상 등 화려한 무대와 ‘Defying Gravity’, ‘Popular’ 등 아름다운 음악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토니상, 그래미상 등 전 세계 100여 개의 메이저 상을 수상했다.

초연 이래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 <위키드> 공연이 예정된 도시는 한국의 서울과 부산뿐이다. 이 소중한 무대에 나서는 나하나의 마음은 어떨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나하나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

2021년 상반기 기대작 뮤지컬 <위키드>에서 타이틀롤인 ‘글린다’를 맡았는데 소회가 궁금해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도 믿기지 않았지만 연습하면서도 매일 매일 ‘내가 이렇게 훌륭한 작품에서 이 역할을 맡다니’라며 믿기지 않을 만큼 감사하고 있어요.”

요즘 한창 연습 중일 텐데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위키드> 팀원들과 호흡은 어떤가요.
“요즘 제 하루 일과는 연습하고 집에 와서 고양이들과 지내는 게 전부인 것 같아요. <위키드> 팀원들에 대해서는 그저 감탄의 연속입니다. 훌륭한 팀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모두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건강관리에 힘쓰면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글린다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아직 연습 초반 단계라 글린다를 알아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잘 준비해서 글린다가 엘파바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드라마를 잘 표현하고 싶습니다.”

새해엔 30대가 되네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서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30대에는 그간 주로 나에게만 집중했던 관심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옮길 수 있는 성숙함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제니 힐과 비슷한 점을 언급하면서 밝지만 속내는 자신도 모르는 외로움과 결핍도 있다고 하셨더라고요. 혹시 그 외로움과 결핍의 정체를 발견하셨나요.
“외로움과 결핍이 어떤 이유를 통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에 그것이 어떤 이유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라면 그 이유를 내가 계속 취해야 하고 얻어 내야 하기에 더더욱 피곤한 삶이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원래 내 안에 함께하는 세포처럼 생각하고 별로 그것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또 가끔 발견할 때는 ‘안녕? 잘있었지?’ 하고 인사하는 정도랄까요?(웃음)”

그간 굵직굵직한 작품들 속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셨어요. 변화무쌍한 연기 변신의 원동력은 무엇이고, 앞으로도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요.
“사실 더 이상 무언가를 바란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과분한 역할들을 많이 만나 왔던 것 같아요. 굳이 ‘어떤 역할에 도전하겠어’라는 마음보다는 항상 ‘이 작품의 구성원이 돼 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얼마 전 ‘쉬어가는 노래’란 제목의 노래를 작사, 작곡도 하셨어요. 원래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으셨나요. 이 노래를 만든 계기가 궁금해요.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건 음악을 아무 목적 없이 사랑하고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뻐했던 순수한 마음을 찾고 싶어서였어요. 어떤 이익이나 평가와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음악,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낀 시기가 있었고 저에게는 이 작업이 쉬는 거랍니다.”

본인에게 ‘가장 편안한 쉼, 숨’은 어떤 순간인가요.
“가사에 썼던 것처럼 온전히 사랑하는 순간이 온전한 쉼이라고 느껴요.”
뮤지컬의 참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혹시 뮤지컬 무대 외에도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도 제의가 들어오면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도 있는지요.
“드라마를 음악으로 살아 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누군가에게는 연기하다가 노래하는 게 어색하고 오글거리는 일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 화법과 어법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니까요. 매체로도 캐릭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지만 무대에서 살아 있는 인물을 마주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정말 생명력을 서로 주고받는 순간 같아요. 매체의 제의보다는 제가 만약 연기의 영역을 넓히기로 마음먹으면 열심히 공부해야겠죠. 하지만 아직 무대예술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었죠. 공연계 역시 이루 말할 수 없고요. 배우들에겐 평생 기억에 남을 한 해였을 텐데, 어떤 한 해였나요.
“힘든 한 해였지만 동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연예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해였기도 해요. 공연예술에 보내주신 그분들의 응원과 마음들을 기억하고 그것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 보답하고 싶어요.”

늘 무대에서 굉장한 몰입을 보여 주는데, 실제로 무대 위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하시나요. 간혹 실수할 때 넘기는 자신만의 팁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무대에서 생각을 하는 부분은 일분일초 다 다른 것 같아요. 지켜야 할 약속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성적인 생각을 어느 정도 항상 열어 놔야 하거든요. 생각보다는 제가 반응해야 하는 대상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전 실수하면 티 나는 스타일이거든요.”
평소 자신만의 목 관리나 건강관리 루틴이 있다면요.
“잠을 7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말할 때 발성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고요.”

새해 꼭 이루고 싶은 것들 세 가지가 있다면요.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과 좀 더 꾸준하고 효과적으로 연습하는 부지런함, 그리고 52kg 달성? 하하하.”

마지막으로 한경 머니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한 마디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경 머니 독자 여러분, 뮤지컬 배우 나하나입니다. 새해에는 정말 건강한 일상을 되찾고 마음껏 사랑을 나누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할게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