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사랑이 더 간절하다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해 우리의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사람과 만나거나 사랑을 나누는 평범한 일들이 바이러스 감염의 공포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지배하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성과 사랑은 제대로 작동되고 있을까.

2021년이 밝았다. 2020년은 코로나19에 주도권을 빼앗긴 1년이었다. 우리는 사람 간 물리적 거리 두기로 가급적 대면하지 않도록 하면서 일상을 묶었다 풀었다 하는 통제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익숙한 생활양식을 흔들었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방법으로 살기’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 간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으나 인터넷 기기를 이용한 거리는 가까워졌으며, 직접 체험하기보다는 관망하고 듣기가 더 유용해지고 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강의를 하고 듣고, 공연을 보고, 가능하면 앞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고 식사를 하도록 권장된다. 사람이 모이면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기에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하도록 권고되고 있으며, 모인다 해도 마스크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려 눈만으로 사람을 알아내는 능력을 향상시켜야만 한다.

이렇게 쓰다 보니 마음이 암울해지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그렇게도 비효율적이라며 추천하지 않았던 재택근무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꽤 많은 일들을 문제없이 진행시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또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그간 소홀히 했던 가족 간 관계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온다.

아이들은 그간 학원에서 학원으로 시간차 왕복을 해야 했던 데서 벗어나 원격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집 안에서 천천히 가는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장소를 빌리지 않아도 컴퓨터 화상으로 회의도, 파티도 가능해졌다는 것은 우리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러 부문의 변화와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사랑과 성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므로 커플 간 갈등이 심화돼 이혼율이 오를 것이다’, ‘커플들이 아무래도 같은 공간에 오래 머물게 되므로 섹스를 더 자주 나눌 것이다’ 등 많은 예측이 나왔고, 실제로 지난여름에는 중국발 ‘코로나 이혼 증가’에 대한 뉴스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세계의 사람들은 어땠을까.
위로와 사랑이 더 간절하다

◆코로나 시대 더 대범해진 섹스

세계의 성전문가들이 모인 세계성학회(The World Association for Sexual Health)가 개최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최근 ‘코로나 시대의 사람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이 연구는 현재 전 세계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미국 킨제이연구소와 프랑스의 연구 결과가 먼저 공유됐다.

코로나19의 위기는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에게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라트비아의 경우 의료적인 접근이 어려워진 결과 여성들의 유방암 진단율이 떨어져서 이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졌다. 또 성병이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한 검진율이 떨어졌고, 지속적인 파트너가 있는 경우엔 성관계 횟수에 변화가 없었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독신들의 섹스는 많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상황 중 성관계의 만족도는 남녀 모두 떨어졌는데, 특히 관계에서 갈등의 유무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여성의 경우 성만족도는 더 많이 떨어졌다. 또 주변의 지인이나 가족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지게 되거나 우울증, 불안,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킨제이연구소의 연구에서는 예상됐던 이혼율은 높아지지 않았고, ‘코로나 베이비붐’ 역시 예측을 빗나갔다. 섹스 횟수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증가했으나 위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불안과 긴장도가 높아져서인지 지금은 오히려 성관계 횟수가 줄었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실제로 함께 살고 있는 커플들은 성관계 횟수 자체는 줄었으나 성관계의 방법은 다양해졌다고 대답한 것이다. 새로운 체위를 실험해 보거나 바이브레이터 등 도구들을 사용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의 성적 판타지를 공유하고 시도해 보거나, 새로운 섹스토이 사용, 섹시한 란제리나 속옷을 입었다거나, 파트너에게 마사지를 해 주거나, 함께 샤워를 하거나 포르노를 봤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킨제이연구소는 밝혔다.

커플과 달리 독신자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들이 70%가 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게 데이트 상대를 고를 것 같다고 답했다. 싱글 중 68%가 실제 데이트를 할 것인지 비디오 데이트를 통해서 결정했으며, 50%는 화상데이트를 통해 사랑에 빠졌다고 대답했다. 또 영상통화를 통한 비디오 섹스도 증가했다.

이 연구의 중요한 요점은 사람들은 어떤 악조건하에서도 섹스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려 하고 창의적으로 기쁨과 쾌락을 추구한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온라인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섹스를 통해서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감각적으로 연결되고 싶어 하며, 자신의 쾌락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팬데믹 시기를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요즘 어디를 봐도 트롯이나 노래하는 프로그램이 대세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려면 자신이 직접 부르는 것이 남의 노래 열 번 듣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포옹이나 키스나 섹스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다. 사람들은 1년여를 감염병 속에 살아오면서 너무나 건조해지고, 우울해지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마음에 온기를 가져오는 것, 위로가 되는 가장 초특급 일은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알몸 대 알몸으로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예쁘다고 멋있다고 칭찬하고, 결속력을 다지고, 위로하고 위로 받으면서 싸늘한 코로나19 시기를 견뎌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