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부장] 미국 대선의 승자가 ‘바이든’으로 결정된 다음 날,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중간 결과가 공개된 11월 9일, 백신 개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던 유럽 주요국 증시가 4~7%대 폭등을 기록했고, 국제유가도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로 8% 이상 상승하며 5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효과 발표 이후 가파르게 오른 글로벌 주요 증시, 국제유가와 달리 코로나 수혜주라 불리던 언택트(untact) 관련 종목의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2%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11월 9일 단 하루의 시장 움직임을 볼 때,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산업 및 종목에서 트레이딩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은 많았지만, 구체적으로 백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말하는 투자자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스타일 로테이션, 즉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역사상 유례없는 전염병을 겪은 인류가 ‘백신’ 하나로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너무 성급해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외출을 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상당히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백신이 개발된다면 당신은 내년에 크루즈 여행을 할 수 있는가.” 그 누구도 쉽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서 살았던 것과 유사하다.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큰소리만 들려도 다시 포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놀랐을 것이며, 하늘의 비행기를 보면서도 혹시 폭격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을 것이다. 이런 공포감은 오랜 기간 인류를 지배했고, 이는 인류로 하여금 ‘냉전’이라 불리는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전쟁의 공포를 압도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이후 인류의 정상화 과정은 매우 서서히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과거와는 다른 관점으로 이러한 과정을 바라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투자의 방향성을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다. 11월 9일과 같은 시장의 움직임, 즉 저평가된 주식이 빠르게 반등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정상화의 과정에서 어떤 산업, 어떤 종목들이 수혜를 받을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단순히 가치주와 성장주 또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대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백신 가시화…2021년 투자 전략은

소비활동, 속도보다 소비 행태 변화에 주목
먼저,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은 미루었던 소비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비의 형태는 쉽게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편적인 예로 직장을 되찾고 봉쇄조치가 풀린다고 해도 해외여행을 바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저축해 둔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여행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서 크루즈 여행을 바로 시작할 수 있을까.”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크루즈 여행을 바로 시작할 만큼의 용기 있는 소비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소득이 적을수록 여가생활보다는 그동안 미뤄 왔던 내구재 구매를 고민할 것이다. 출퇴근을 위해 자가용을 구매하든지,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동네 카페나 식당에 다시 나가고,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티셔츠를 다시 구매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활동의 정상화는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산 배분 관점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서 모든 산업의 회복 속도가 동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식 포트폴리오의 섹터 비중을 조절할 때 무작정 대형 정보기술(IT)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그동안 오르지 못한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모두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 아닐 수 있다. 여전히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소비자들의 행동반경을 크게 넓히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재 섹터 가운데서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먼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외식, 스포츠, 자동차 등의 산업 내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적은 비용으로 장사를 잘할 수 있는 우량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게 유지해야 한다. 극심한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승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현상은 자주 관찰된다. 이번에도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재고를 효율적으로 줄이고, 신규 상품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우량 소비재 기업들의 빠른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 가동 재개, 수혜자는 亞 경기민감주
선진국 중심으로 소비활동이 재개되면 기업의 재고는 줄게 되고 신규 주문이 다시 증가하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다시 가동된다. 이로 인해 글로벌 교역량이 다시 증가하고,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아시아 지역 내 제조업체들이 수혜를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조 바이든의 당선은 전 세계 공급망의 핵심에 있는 중국,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지역 내 경기민감주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하는 요인이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을 이대로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 측이 높은 관세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가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아시아 내 기업들은 좀 더 편하게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더 나아가 바이든 당선인이 실제로 관세를 낮춘다면 아시아 지역으로의 자금 유입을 더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대형 성장주 중심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지향했던 투자자들의 경우, 아시아 내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국 주식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중소형주 및 코스닥보다는 수출 민감도가 높은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선호한다. 특히 한국의 대형 IT 기업들은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과 달리 글로벌 경기 민감도가 높은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백신 개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테크 기업들을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재무제표 정상화, 하이일드 채권 주목해야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재고 감소와 가동률 상승은 한계 기업들의 부채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회사채를 매입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까지는 그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투기등급(S&P 기준 BBB- 미만의 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리테일, 에너지 등의 경기 민감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이 시장이 얼마나 외면을 받았을지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채권은 주식보다 선순위의 자산이다.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았던 기업들은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부채 비율 정상화를 우선 과제로 두고 재무제표를 관리하게 되고, 이는 회사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연초 이후 미 국채 또는 투자등급 회사채 비중을 높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던 투자자들의 경우에도 채권 포트폴리오의 기대 수익을 높이기 위해 투기등급 회사채 즉,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을 권고한다.
국내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 수준인 현재,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연 6% 가까운 금리(만기 수익률)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다. 물론 여전히 디폴트 위험이 상존하지만, 공모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할 경우 수많은 채권에 분산투자 함으로써 부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인류는 오랜 기간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일부 금융기관이나 언론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화이자가 완전한 백신을 개발할지라도, 우리 인류는 백신의 공급, 운송, 처방의 방법에서 아직 완전한 솔루션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백신의 등장은 또 다른 양극화로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단기간 내에 인류가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지루하고 더딘 회복의 과정에서 투자의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소비 관련 기업’, ‘아시아 경기민감주’, 그리고 ‘하이일드 채권’ 등 세 가지 관점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2021년에는 시장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는 자산 배분 전략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