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 박사의 바로 이 작가 - 이사라

이사라, Lucky Bear Collection, 33x33cm,oil onvpoly, 2017


[한경 머니 기고 = 김윤섭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대표·미술사 박사]나는 지금 얼마나 행복할까.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진정한 행복은 숫자로 측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가장 구체적이라고 믿는 행복의 정답들이 종종 가장 불명확하거나 모호한 이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행복이란 그 자체가 긴 인내’라고 정의하지 않았을까. 이사라 작가는 그런 행복을 좇고 있다.


이사라 작가의 작품에선 핑크빛이 대세다. 어떤 배색을 했든지 파스텔 톤의 화사한 화면은 핑크빛 유혹으로 넘실댄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핑크색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핑크빛에는 왠지 모르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력(魔力)이라도 담긴 듯하다. 흔히 우리말로는 ‘분홍색’인 ‘핑크(pink)’는 17세기 무렵부터 불리기 시작했다. 어원은 패랭이꽃과에 속하는 ‘pinks flower’ 꽃에서 왔다. 그 이전엔 장미를 뜻하는 로즈(rose)나 로사(rosa)로 불렸었다. 이 색은 짧은 역사에 비해 많은 사연과 반전을 품고 있다.


분홍색은 수줍음과 행복감으로 붉어진 볼을 연상시켜 보통은 ‘여성스러움’이나 ‘연애 전선의 긍정적인 기운’을 뜻하는 표현에 비유된다. 하지만 19세기까지 붉은색과 핑크색은 강함과 권위를 상징하는 남자들의 색이었다. 예를 들어 소년은 핑크 리본을 주로 맸고, 여자 아이들은 주로 푸른색 옷을 입었다. 화학적 염료가 개발되면서 의복에도 흰색 일색에서 대변화가 일어났는데, 1930~1940년대를 거치며 시장의 논리와 전쟁을 겪는 동안 핑크색은 어느새 여성의 색이 돼 버렸다.

이사라, wonderland, 97x145cm, Acrylic on canvas, 2019

이사라, Lucky bear-mini, 8x8x14cm,acrylic on poly


색채심리학에서의 ‘핑크―분홍’은 ‘치유와 휴식의 색’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의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1970년대 말 생태사회학자 알렉산더 샤우스 박사는 “교도소 내부를 온통 분홍색으로 꾸민 후 수감자들의 생활상 변화를 관찰한 결과 폭력 행사가 크게 줄어들고 성격도 침착해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샤우스 박사의 말대로 분홍색은 에너지를 서서히 약화시켜 진정 작용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된다.


이 작가는 핑크빛으로 어떤 효과를 연출하고 싶은 것일까. 그것은 ‘행복에 대한 질문’이다. 사랑(love), 동화(fairy tale), 동화나라(wonderland), 마법(magical) 등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행복(happiness)에 대한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특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재미있고 호기심 많던 따스한 동심의 세계로 향하는 과정을 ‘환상적인 원더랜드로의 여행’으로 표현한다. 결국 그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는 다양한 방식의 총합은 ‘꿈(dream)’인 셈이다.


“제 작품에는 항상 인형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인형들은 어릴 적 항상 옆에서 저를 지켜 주었던 인형들이며, 이는 곧 모든 이들의 유년 시절 순수했던 동심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과 환상을 나타내는 대상으로 수렴됐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기 위해 저는 날카로운 칼을 이용한 스크래치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스크래치 기법은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긁어내어 표현할 수 있으며, 작품 속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가의 평면 작품 <원더랜드(Wonderland)> 시리즈나, 입체 작업 <러키 베어(Lucky Bear)> 시리즈들은 모두 스크래치 기법으로 완성됐다. 수차례 물감을 덧입히고 다시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욱 신비롭고 동화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스크래치 기법의 완성도는 견고한 밑 작업이 성패를 가른다. 먼저 캔버스에 수차례 다양한 색의 안료를 섞어 바르는 과정을 반복한다. 컬러 배색 작업과 날카로운 칼을 이용해 덧입힌 컬러를 긁어내는 과정은 철저하게 그의 머릿속에서 계산된 결과로 나온다. 처음 색을 입힐 때부터 머릿속엔 완성된 이미지가 자리 잡아야 가능하다.


흥미롭게도 더없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행복의 컬러 매치’가 날카로운 칼날의 예민하고 섬세한 스크래치 기법으로 완성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런 상반된 감성의 조화로움 역시 이사라 그림의 남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이 밝은 분위기의 작품 스타일은 여러 대기업들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코리아나화장품의 패키지 디자인, 롯데 가나아트초컬릿, 삼성전자와 함께한 삼성 홈스타일 컬래버레이션 등 매우 폭넓은 소비층을 만나고 있다.


“저의 작품을 관람하거나 소장한 분들의 한결같은 말씀은 작품을 바라보면 ‘사랑스럽고 행복하다’입니다. 바쁘고, 힘들게 흘러가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제 작품을 통해 미소 짓고 행복함을 느낀다는 소감만큼 감사한 게 또 있을까요. 줄곧 호기심을 일깨워 주고, 따스한 동심과 재미가 가득한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안내자이자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이 작가의 <원더랜드>와 <러키 베어> 작품은 행복한 에너지를 나누는 선물과도 같은 상징이 됐다. “행복을 두 손 안에 꽉 잡고 있을 때는 그 행복이 항상 작아 보이지만, 그것을 풀어 준 후에는 비로소 그 행복이 얼마나 크고 귀중했는지 알 수 있다.” 러시아 혁명가이자 문학가 막심 고리키의 말이다. 꼭 이 작가가 좇는 ‘정답 없는 행복에 대한 질문’을 비유한 것 같다. 우리가 지금 당장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날 수 있는 그의 작품 가격은 회화의 경우 100호(160.2×130.3cm) 기준 1500만 원 선이다.



김윤섭 대표는…


김윤섭 대표는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19 안양국제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인천국제공항 문화예술자문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2020 경주국제레지던시아트페스타 전시감독, 아이프(AIF) 아트매니지먼트 대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