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자 시 알아야 할 규칙 3가지

[한경 머니 기고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최근 상장된 섹터 상장지수펀드(ETF)와 테마 ETF들 중에는 기존에 알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의 룰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 많다. 자칫 성장 스토리와 이름만 믿고 투자했다가 의외의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룰을 모르고 ETF에 투자하는 사람은 오프사이드 규칙을 모르고 경기에 나서는 프로축구 선수와 다르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이 급속하게 생활 속으로 밀려들어 왔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문제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인류는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모두 고갈된 다음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조만간 태양열,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대신할 것으로 믿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고령화는 바이오 산업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시장이라고 해서 이 같은 변화에 둔감하지 않다. 벌써부터 언택트, 친환경, 바이오 등 변화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와 테마주들의 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한 회사의 주가는 외면당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증시에 상장되는 ETF들도 코스피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처럼 전체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가 아니라, 특정 테마와 섹터를 대표하는 것이 많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는 457개인데, 이 중 테마와 섹터 ETF가 118개(25.7%)나 된다. 상장된 ETF 넷 중 하나가 섹터와 테마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 셈이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에서도 ETF 투자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들어 은행이나 보험사에 맡겨 뒀던 연금 자산을 증권사로 이체하는 직장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섹터와 테마 ETF에 적지 않은 노후자금을 투자하려고 한다.


펀드와 달리 ETF는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그래서 시장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투자하고자 하는 ETF가 어떤 종목에 얼마만큼 투자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도 않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이다. 미래 산업의 성장 스토리에 이끌려 ETF의 이름만 보고 투자하는 셈이다.


어린 시절 동네 축구 할 때를 떠올려 보자. 상대 골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친구가 한 명쯤 있었을 것이다. 골대 앞에서 공이 오기만 기다렸다가 골을 넣고 화려한 세리머니를 하던 친구. 하지만 동네를 벗어나 큰 시합에 나서면 그 친구가 발휘했던 기술은 무용지물이 된다. 오프사이드 룰 때문이다.


축구 경기에서 공격하는 선수가 상대편 진영에서 공보다 앞쪽에 있고, 골라인과 자기 사이에 상대팀 선수가 두 명 이상 없을 때, 후방에 있는 자기편에게서 패스를 받으면 적용되는 반칙이 오프사이드다. 수비하는 쪽에서는 상대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하려고 수비수들이 일렬로 서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만들고, 공격수는 이를 풀려고 노력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는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잘 뚫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프사이드 룰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축구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듯이, 정해진 룰에 따라 운용되는 ETF에 투자하려면 먼저 룰부터 익혀야 한다. ETF는 주식과 펀드의 중간 성격을 갖는 투자 상품이다. 포트폴리오 내에 다양한 주식과 채권을 담아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는 펀드의 성격을 갖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는 주식의 속성을 갖는다.


일반 펀드와 ETF는 운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반 펀드는 약관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펀드매니저의 능력과 재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정해진 룰에 따라 운용되는 ETF에는 그럴 만한 여지가 없다. 일반 펀드에 투자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펀드매니저의 경험과 역량을 살피듯, ETF에 투자할 때는 해당 ETF가 추종하는 지수를 살펴야 한다.


ETF는 추종하는 주가지수를 살펴라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시가총액가중방식, 주가가중방식, 동일가중방식이 그것인데, 이들 중에서 시가총액가중방식으로 산출한 지수가 가장 많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라고 할 수 있는 코스피와 S&P500이 바로 시가총액가중방식으로 산출된 것이다.


시가총액가중방식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시가총액’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시가총액이란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모든 종목의 주가에 해당 주식의 상장주식 수를 곱해서 얻은 금액을 합한 것이다. 기준 시점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해서 비교 시점의 시가총액의 배율을 구해 지수를 산출한다. 코스피는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보고 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이 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하면 편입 종목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일부 대형주의 주가 등락에 지수 전체가 휘둘리는 단점도 있다.


주가가중방식은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 대신 주가만 반영해 지수를 산출한다. 미국 다우지수가 대표적이다. 상장주식 수는 고려하지 않고 주가만 반영하면 되기 때문에 지수 산출이 편리한 것은 장점이지만, 편입 종목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단점이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이 동일한 회사 A와 B가 있다고 치자. A는 상장주식 수는 많지 않고 주가가 비싼 반면, B는 상장주식 수가 많고 주가가 싸다. 이 경우 A가 B보다 지수 내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수에 편입된 종목이 액면분할을 할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주식을 액면분할 하면 주가는 떨어지지만 그만큼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시가총액은 그대로 유지된다. 10만 원 하는 주식을 5만 원 하는 주식 둘로 쪼개더라도 시가총액은 그대로 10만 원이다. 따라서 시가총액가중방식으로 산출된 지수는 액면분할을 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주가가중방식은 다르다. 액면분할로 10만 원짜리 주식이 5만 원이 되면, 해당 회사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반으로 줄어든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와 높은 주가를 가진 종목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동일가중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이나 주가는 무시하고 모두 같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한다. 1억 원을 100종목에 투자한다고 할 때, 모든 종목에 100만 원씩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최근 한국거래소(KRX)가 내놓은 한 ‘KRX BBIG K-뉴딜 지수’가 동일가중방식을 사용한 지수다. 이 지수는 국내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분야에서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각각 3개씩 추려, 12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처음 지수를 구성할 때 편입 종목의 주가와 시가총액은 고려하지 않고, 비중을 균일하게 12분의 1씩 가져간다.


최근에는 시가총액가중방식과 동일가중방식을 혼합해 지수를 산출하기도 한다. ‘KRX 2차전지 K-뉴딜 지수’가 대표적이다. 이 지수는 2차전지 분야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고른 다음, 이 중 상위 3개 종목은 25%씩 동일한 비중으로, 나머지 7개 종목은 시가총액에 비례해서 비중을 두고 있다.


구성 종목과 투자 비중을 살펴라


지수 산출 방법과 함께 ETF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과 투자 비중도 살펴야 한다. 반도체 ETF를 예로 들어보자. 반도체라고 하면 대다수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반도체 ETF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삼성전자를 볼 수는 없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전망을 보고 투자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단순히 삼성전자의 실적 향상을 예상하고 반도체 ETF에 투자했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를 알려면 산업분류 기준을 알아야 한다. 글로벌산업분류기준(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 GICS)에서는 현존하는 산업을 11개 섹터, 24개 산업군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반도체 ETF가 추종하는 주가지수는 정보기술(IT) 섹터의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산업군에 속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같은 정보기술 섹터에 속해 있기는 해도, 하드웨어 및 IT 장비 산업군에 속해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이외에 가전과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반도체가 아니라 IT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ETF 투자 시 알아야 할 규칙 3가지
따라서 ETF에 투자할 때는 대충 이름만 보고 이런 종목이 편입돼 있으리라고 지레짐작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에 앞서 ETF를 구성하는 종목이 어떤 종목으로 구성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때 구성 종목뿐만 아니라 각각의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살펴야 한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ETF라고 하더라도 지수 산출 방식에 따라 구성 종목과 투자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TF 투자 시 알아야 할 규칙 3가지

ETF 투자 시 알아야 할 규칙 3가지

요즘 인기가 있는 2차전지 테마에 투자하는 ETF 두 가지를 비교해 보자. ‘타이거(TIGER) KRX 2차전지 K-뉴딜 ETF’는 10개의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데 반해, ‘TIGER 2차전지테마 ETF’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은 24개나 된다.


투자 비중도 차이가 난다. 2020년 11월 3일 현재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ETF’의 삼성SDI 투자 비중은 27.67%이지만, ‘TIGER 2차전지테마 ETF’의 투자 비중은 10.94%에 그친다. 전자가 2차전지 분야에 속하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압축해서 투자하는 ETF라면, 후자는 보다 넓게 분산투자 하는 ETF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을 알고 있으면 본인의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에 맞게 ETF를 고를 수 있다. ETF를 구성하는 종목과 투자 비중은 자산운용사에서 홈페이지나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기변경일을 확인하라


마지막으로 정기변경일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정기변경일에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과 투자 비중 조정이 일어난다. 앞서 예로 든 ‘KRX 2차전지 K-뉴딜 지수’는 매년 1월과 7월 마지막 거래일에 지수에 편입될 종목을 심사한 다음, 2월과 8월 마지막 거래일에 구성 종목을 변경한다.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는 셈이다. 따라서 심사일을 앞두고 지수에 편입된 회사가 기업 분할이나 주가 하락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은 없는지, 새로운 기업이 신규 상장해서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야 하겠다.


정기변경일에는 투자 종목뿐만 아니라 투자 비중도 재조정한다. 다시 ‘KRX BBIG 2차전지 K-뉴딜 지수’로 돌아가 보자. 이 지수에는 2차전지 분야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이 편입돼 있다. 처음 지수를 구성할 때 시가총액 비중이 큰 상위 3개 종목은 각각 25%씩 균등하게, 나머지 7개 종목에는 시가총액에 비례해 투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가가 오르내리면서 투자 비중에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왼쪽 표에서 보면, 삼성SDI의 비중은 27.67%로 처음(25%)보다 늘어난 데 반해, SK이노베이션은 23.4%로 처음(25%)보다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정기변경일에는 주가가 오른 종목은 일부 처분해 편입 비중을 25%로 낮추고, 처음보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추가로 매입해서 원래대로 투자 비중을 25%로 돌려놓는다.


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주가 등락 폭이 다르다고 할 때,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격이 크게 올라 투자 비중이 늘어난 종목을 일부 처분해 덜 오른 종목을 매수하기 때문이다. ‘KRX BBIG K-뉴딜 지수’를 구성하는 방법에 따라 2017년 2월 27일에 10개 종목으로 A와 B 2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해 보자. 이 중 A포트폴리오는 매 6개월마다 편입 종목의 비중을 원래대로 돌려놓았고, B포트폴리오는 그대로 두었다. 5년이 남짓 시간이 지난 2020년 10월 21일에 투자 성과를 측정해 봤더니, 6개월마다 리밸런싱을 한 A(133.8%)가 B(114.1%)보다 19.7%포인트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ETF 투자 시 알아야 할 규칙 3가지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고, 나를 알되 적을 모르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질 것이며, 적을 모르고 나도 모른다면 싸움마다 위태로울 것이라고 했다.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한 것만큼이나 투자 대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