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소통 기술은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코로나19란 녀석으로 세상이 요동친 올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직접 만나는 모임도 줄고 연말 송년회도 주는 등 대면 소통의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사람은 소통을 통한 연결 없이는 살 수 없다. 코로나 시대의 ‘소통 기술’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소개한다.


마스크 소통


상대방의 속마음을 파악할 때 우리는 언어적 소통 이상으로 미세표정 같은 비언어적 소통이 주는 정보를 활용한다. 그리고 비언어적 소통의 상당 부분은 얼굴이란 마음의 화면이 담당하는데, 요즘 마스크 소통으로 화면이 가려진 상태다.


표정을 숨기고 싶다면야 마스크 소통이 효과적이겠지만 일반적으론 신뢰 증진이 소통의 중요한 목적이기에 마스크를 낀 채 소통하는 것은 불편하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을 순 없는 상황이다. 마스크 소통 안에서 효과적으로 비언어적 소통을 강화할 요령들을 살펴보면, 우선 마스크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작고 웅얼거림이 계속 이어지듯 들려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볼륨을 조금 올려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또 문장이 끝나거나 이야기가 전환될 때 한 숨 쉬고 들어가는 시간을 더 넉넉히 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승전결 없이 이야기가 중얼거리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단어에는 조금 더 강한 악센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한 것은 오히려 소통에 장애가 된다. 너무 볼륨을 올려 전체적으로 모든 단어에 힘을 주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역시 과하면 좋지 않지만 손짓 같은 보디랭귀지도 평소보다는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눈을 통한 소통을 잘 활용해야 한다. SMIZE(smile과 gaze의 합성 신조어로서 ‘Smile with eyes’라는 뜻)가 중요한데, 얼굴이 웃고 있어도 눈이 화가 나거나 슬퍼 보이면 상대방은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만큼 눈 소통이 중요한데 눈가에 웃음을 짓는 것은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해 준다.


화상회의 피로


‘화상회의 피로’의 원인으로 우선 상대방의 얼굴을 화면을 통해 계속 쳐다보는 것이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얼굴은 상대방의 감정이 표현되는 화면인데 그 감성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뇌에서 처리하는 과정에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회의 때는 창밖 경치를 본다든지 짧은 휴식을 주고 다시 집중할 수 있는데, 화상회의 때는 옆을 보면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고 느껴 불쾌할 수 있으니 그냥 얼굴만 쳐다보게 된다.


화면에 상대방 얼굴과 함께 나오는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도 피로를 준다고 한다. 우리는 평소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멍한 표정이나 때론 짜증나는 표정도 지으며 내면의 감정을 발산하거나 쉴 수 있다. 그런데 화상회의에서는 자신의 얼굴이 계속 보이니 표정 관리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런 표정 관리에도 감성 노동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 오프라인 회의에서는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하나인데 30명이 함께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면 30개의 공간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 공간에 책이나 사진 같은 것이 배경에 놓여 있다면 내 주의를 끌게 되고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과거 오프라인 회의 시간 대비 반 정도의 회의 시간이 화상회의에는 권유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에서 회의를 60분간 했다면 화상회의에서는 25분 정도 진행하고 몇 분이라도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다시 회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내 얼굴을 보지 않고 주변을 보고 있어도 눈을 쉬면서 경청하는 것이라 이해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발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카메라를 꺼 처리할 자극을 줄여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을 위해 카메라에 비춰지는 내 배경을 단순화해 주는 것도 배려다. 마지막으로 화상회의를 하면서 이메일 등 멀티태스킹을 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 피로감이 더 크게 찾아올 수 있다. 화상회의에만 집중하는 것이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멀리 떨어진 사람과의 비대면 소통


‘Out of sight, out of mind’란 말처럼 보지 못하면 마음마저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홀로 해외 주재원 생활을 하고 돌아와 보니 가족과의 관계가 서먹해져 당황스러웠다는 호소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족 간이든 비즈니스 업무든 국내에 거주하는 상황에서도 대면 소통보다 원격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된 상황이다. 직접 보고 소통은 못 해도 마음이 멀어지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는 여러 팁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우선 문제가 있을 때만 연락하는 것보다는 아침이든 저녁이든 일정 시간을 정해 통화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배우자와 떨어져 홀로 해외 파견을 나간 경우로 생각해 보면 서로 바쁠 것이라 배려해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만 연락을 취할 수 있는데 효과적인 소통 같지만 떨어진 상태에서 문제 중심의 소통만 하다 보면 소통 자체가 버겁게 느껴지고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 일정 시간에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멀어지는 마음을 잡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소통의 내용도 중요하다. “별일 없지. 잘 자”만 반복하면 지속적인 소통의 동기가 떨어지게 된다. 매일 별일 없이 사는 듯하지만, 사실 별일이 없는 날은 하루도 없는 게 우리 인생이다. ‘내가 혼자서 고생하는 것은 알겠지. 힘들 텐데 이야기하지 말자’란 생각은 훌륭한 생각이긴 한데 잘못하면 나중에 부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치찌개는 김치를 묵힐수록 맛있지만 마음의 스트레스는 표현하지 않고 너무 묵히면 마음과 몸에 화가 된다.


가능하다면 오늘 좋았던 일 하나, 속상하거나 힘들었던 일 하나 정도를 서로 나누는 것이 좋다. 그리고 뭐든지 매일 똑같으면 지겹다. 변화가 필요한데 예를 들면 화상 통화를 이용해 커피 한 잔 또는 맥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사실관계에 있어 거리보다 중요한 것이 상호작용이라 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상호작용이 떨어지기 쉽지만 다양한 내용의 소통을 기획해 매일 진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면 오히려 함께 살 때 이상으로 애틋하고 강렬한 상호작용을 느낄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