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이버 트럭, ‘미래’와 만나다
[한경 머니=구상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l 사진 테슬라 제공]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은 전위적이고, 급진적이다. 한 걸음 더 다가선 미래의 실용적 차량을 미리 보여 주는 듯하다.

지난해 11월 테슬라는 마치 피라미드처럼 뾰족하게 각이 선 모습의 ‘사이버 트럭(Cyber Truck)’이라는 이름의 전기동력 픽업트럭을 공개했다. 테슬라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전기동력 차량을 주로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엔진으로 굴러가는 차량은 전혀 만들지 않는, 그야말로 새로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다. 그런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 주려는 것인지 사이버 트럭의 차체 디자인은 그야말로 아방가르드(avant-gard)라는 말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사이버 트럭을 나타내는 로고 역시 전위적이다. 두 가지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로고를 볼 수 있는데, 디지털적 감성으로 된 각진 형태의 문자들과, 그 문자들이 조합돼 마치 픽업트럭처럼 보이는 그림 글자가 있기도 하다. 게다가 마치 네임 펜으로 휘갈겨 쓴 듯한 손글씨 감각의 로고도 있는데, 감성은 사뭇 다르지만 역시 전위적이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 ‘미래’와 만나다
사이버 트럭의 측면 이미지를 보면 후드 앞쪽 끝에서 시작된 A-필러가 지붕의 중앙부(대체로 운전자의 머리 위치쯤 된다)까지 직선으로 뻗어 있고, 거기에서 시작된 또 다른 C-필러의 선이 뒤쪽 적재함 끝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차체 측면의 캐릭터 라인이 이들 직선형 A-필러와 C-필러의 선과 결합돼 완전한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매우 급진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트럭의 전면부는 길고 슬림한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가 좌우로 이어져 있어서 정말로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외계의 미확인비행물체(UFO)처럼 보일 정도로 생경한 이미지를 보여 준다.

무릇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형태, 특히 선(線)은 아무리 직선처럼 보인다고 해도 실제로는 곡률이 매우 큰 곡선을 쓰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곡선과 곡선이 만나 생성되는 곡면은 완전한 평면으로 구성된 차체보다 강성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감성적으로도 온화한 인상을 준다. 이를테면 둥근 곡면의 달걀껍질 면은 그런 단단한 성질의 역학적 맥락을 가진 자연의 법칙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은 왜 저렇게 완전한 직선으로만 형태를 구성한 것일까. 그것은 초기 계획 때 차체를 만드는 재료를 티타늄(titanium)을 쓰려고 했었기 때문인데, 초고강도 금속 티타늄은 구부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사이버 트럭의 제작에 사용된 재료는 스테인리스 강(stainless steel)이라고 한다. 본래는 단단한 티타늄으로 차체를 만들어 절대 부서지지 않는 안전한 차량을 만들 계획이었다고 한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 ‘미래’와 만나다
그런 이유에서 차체는 완전한 평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리창 역시 평면 유리가 끼워져 있다. 둥근 형태는 오직 바퀴뿐이다. 그러나 바퀴도 형태만 둥글 뿐이지 세부 형태들은 모두 직선이다. 이렇듯 직선으로만 구성된 사이버 트럭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매우 사이버(cyber)적 이미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캠핑 차량으로 쓰인 사이버 트럭의 이미지는 미래에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자동차를 변화시킨다고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하다. 첨단 시대가 온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바쁜 일상을 살면서 한편으로 자연을 느끼는 여가 활동을 원할 것이 틀림없다.

미래 향해 한 걸음 다가선 실용적 차량

전기동력을 쓰는 전기차량들은 제어 시스템에 당연히 디지털 기술이 쓰이고 있으므로, 차체의 내·외장 디자인의 감성은 디지털을 암시하는 형태가 쓰이게 된다. 보통의 엔진 움직임이 역동적이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준다는 점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점이 바로 전기모터의 회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기에 모터의 회전은 나긋나긋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강력하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의 기술적 내용을 보면, 한 번 충전으로 500마일(약 8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고, 시속 100km 가속까지는 2.9초밖에 걸리지 않는, 그야말로 슈퍼카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차체 치수를 보면 길이가 5885mm, 전폭 2027mm, 전고 1905mm로 거의 6m에 이르는 길이에 2m가 넘는 차체 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차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게 틀림없다. 물론 이렇게 넓은 차체를 바탕으로 실내는 전후 2열의 벤치 형태의 좌석을 가지고 있으며, 각 좌석의 중앙에도 좌석을 설계해 놓아서 6인승 차량이다.

사이버 트럭의 적재량은 3500파운드(약 1.5톤) 정도이고, 견인 가능한 무게는 1만4000파운드(약 6톤) 정도 된다고 하니 미국의 중형 픽업 정도 되는 성능이긴 하다. 차체 크기로만 본다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픽업트럭 모델인 포드 F150보다도 크다. F150은 미국에서는 중형 픽업트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픽업에 속한다. 사이버 트럭의 실내에는 17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이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매우 심플한 모습을 보여 준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은 한 걸음 더 다가선 미래의 실용적 차량, 즉 미래의 사람들이 짐을 옮기고 레저 활동을 하는 데 쓰는, 정말로 생활 속 차량이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인지 미리 엿보게 해 준다. 돌아보면 필자가 코흘리개였던 1970년대에 상상하던 40여 년 뒤 2020년은 화성이나 달에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고 그곳으로 여행을 가는 모습이었다. 물론 오늘날 여전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미래는 항상 희망적인 유토피아다. 그리고 그런 상상력은 기술과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우리가 만나 보는 사이버 트럭은 조금 생경한 모습이지만, 그것으로 사람들이 미래를 더 꿈꾸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다시 40여 년 후의 미래 2060년에는 정말로 화성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미래의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든지간에 사람들은 여전히 꿈꾸고 서로 사랑하며, 땀 흘리며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구상 교수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이른바 자동차디자인 교수로 유명하다. 기아자동차
미국 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2007년 자동차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대한 논문으로 서울대 공업디자인에서 1호 박사학위 수여자가 됐다. <스케치&렌더링 스튜디오>. <자동차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비밀> 등을 썼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