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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마음은 몸과 분리돼 있지 않다. 마음 관리는 곧 몸 관리다. 마음 방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면역 기능의 문제가 생겨 바이러스 방어나 만성질환, 우울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서 건강한 먹거리가 중요하다.
‘먹거리’는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의 감초다. 그만큼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들이 난처해야 하는 환자들의 질문 가운데 하나가 “제가 아픈 것이 빨리 나으려면 도움이 되는 먹거리 알려주세요”다.
의사들은 근거중심의학, 즉 충분한 임상 연구 결과가 뒷받침된 근거에 기준해서 진료하는 것을 훈련받은 전문가여서 근거가 불충분한 내용에 대해선 추천이 꺼려지는 마음이 있다. 먹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여러 이유로 의약품처럼 충분한 연구가 돼 있지 못하다.
그런데 “우울증은 무엇을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란 질문은 드물다. 우리 생각 안에 몸과 마음은 분리돼 있다는 이분법이 존재하는 것이 한 이유일 것이다. 먹는 것은 몸으로 가는 것이라 몸과 연결돼 있지 않은 마음은 음식의 영향을 덜 받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직장 상사가 자기 맘대로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그 음식물 자체가 내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칠 걸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영양정신의학(Nutritional Psychiatry)이란 분야가 관심을 받고 있다. 무얼 먹어야 마음이 환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와 임상에 적용하는 영역이다. 마음이 담겨 있는 뇌(brain)는 쉬지 않고 일하고 있는 생체 컴퓨터다. 생각도 하고 감정도 느끼고 몸도 움직이고 숨도 쉬게 하는 등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잠을 잘 때도 뇌는 꿈을 꾸며 일을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뇌가 잘 작동하려면 연료, 즉 건강한 영양소가 가득한 먹거리가 잘 보충돼야 한다. 좋은 먹거리는 뇌를 지치지 않게 하고 활성산소 같은 체내 독소가 뇌세포를 망가트리는 것을 막아 준다.
충분한 과일과 야채, 잡곡류, 생선이나 해물의 함량이 높은 지중해식 식사가 가공식품이나 당분, 육류가 많은 전형적인 서구식 식사에 비해 우울증 위험도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장 연결(brain-gut connection)이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수면, 식욕, 감정 조절 등에 역할을 담당하는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의 상당량이 장에서 생산되고 신경세포가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에도 가득 분포돼 있어 장이 소화뿐만 아니라 감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내 착한 세균총이 음식물의 흡수뿐만 아니라 항염증 효과를 통해 감정 조절, 인지 기능 등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건강한 장내 세균을 회복시키는 물질을 미역 같은 해양 갈조류에서 추출해 항염증 효과를 통해 치매 치료에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울과 염증의 악순환을 끊어라
요즘 지구의 주인이 바이러스가 된 듯한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힘든 상황이다. 촘촘한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의 빠른 변화에 적응이 어렵다며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만나고 싶은 사람들조차 편히 볼 수 없는 비대면(untact) 사회마저 중첩되니 내가 살던 지구가 맞나 싶은 이방인 같은 느낌마저 든다는 분도 있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증가하니 심리적 허기가 찾아와 필요 이상으로 과식하게 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운동 등 즐기던 신체 활동도 줄어드니 체중이 증가하고 결국 건강검진에서 지방간까지 발견돼 우울하다는 걱정 등 코로나발 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염증에 걸린 마음>의 저자 볼모어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의 일부는 ‘염증성 우울증’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생긴 염증 때문에 심장마비가 일어난 사람은 이 후 몇 주 동안 우울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50%, 우울장애를 겪을 확률도 20%나 된다. 몸과 마음을 분리시키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심장마비처럼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으니 당연히 마음에 우울이 찾아오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연히 심리적 스트레스가 일부 영향을 주었을 것, 그런데 염증 자체가 우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정신의학(Immuno-psychiatry)은 마음과 뇌, 면역기관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분야인데 염증물질이 혈관을 타고 뇌에 영향을 미쳐 신경세포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염증성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염증성 우울증을 치료할 새로운 항우울제에 대한 기대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염증이 우울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울이 몸에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인데, 경제적 문제나 사회적 고립 같은 여러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이토카인 같은 염증생체지표들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울과 염증이 서로 치고 받으며 순환 사슬이 생기지 않도록 끊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앞의 예처럼 스트레스로 많이 먹어 살이 찌면 늘어난 비만세포에서 나오는 염증물질이 우울감을 일으키고 다시 심리적 허기를 더 키우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매일 건강식만 먹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몸에 좀 나쁜 것을 알아도 입에서 쾌감을 만드니 먹게 된다. 그 순간에 스트레스를 날려 주기도 한다. 종종 화끈하게 입이 즐거운 식사, 즐거운 삶의 콘텐트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같이 입의 쾌감만 좇으면 내 건강 파트너, 착한 장내 세균들은 괴로워 염증세포를 뿜어 낼 수 있다.
숙제처럼 식이습관을 통째로 바꾸려고 하면 실패하기가 쉽다. 여력이 될 때 2주 정도 ‘클린 주간’을 설정해 내 장내 세균, 건강 파트너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섭취해 보자. 그리고 느껴 보자. 가벼움과 기분 좋음 등 긍정적인 감정을. 좋은 느낌이 쌓이면 건강 행동도 실천이 쉬워진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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