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증시 급등락이 오히려 증권사 자산관리(WM) 부문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대거 풀린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상반기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 장세를 WM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미래에셋대우가 WM 사업부의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상품 개발과 마케팅 등 WM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WM사업본부를 신설하는 한편 은행, 증권, 보험업계를 두루 거친 이상걸 전 미래에셋생명 사장을 WM총괄 사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신설된 WM사업본부장 자리에는 영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한섭 본부장이 새롭게 영입됐다.
이는 업권 내 ‘WM 맞수’인 삼성증권의 약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의 WM 관련 수익의 하락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자산관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경 머니의 ‘2020 베스트 PB센터’ 설문조사에서도 2017년 이후 3년 만에 삼성증권
(2위→1위)과 미래에셋대우(1위→2위)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다만 올 들어 미래에셋대우의 WM 관련 수익은 소폭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몰려든 영향이다.
한섭 본부장은 이번 증시 반등을 내부 역량 제고 및 해외 자산 확대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한 본부장은 25년 금융업 경력 가운데 지점장 10년을 포함해 영업 일선에서만 12년 동안 고객 자산을 관리해 온 베테랑급 자산관리 전문가다.
그는 미래에셋대우 WM 사업부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고객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중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수익률 제고’를 꼽았다. 그는 “지점장 시절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저를 만나 높은 수익을 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라며 “마찬가지로 모든 고객들이 ‘미래에셋대우 PB를 만나 수익이 났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로 취임 직후 많은 고충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지난 6개월 소회가 궁금하네요.
“‘증권사 직원은 (시장) 변동성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죠.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변동성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고충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정신없는 상반기를 보낸 것 같네요. 취임 직후였던 연초에는 내부 제도 정비에 주력했는데,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3월부터는 리스크 관리와 함께 고객수익률 제고에 내부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
지난해 말 WM사업본부가 신설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부 신설 배경과 역할을 소개해 주신다면.
“현재 WM사업본부는 총 5개 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선 자산관리 업무와 관련된 제도와 평가를 담당하는 WM사업팀, 국내외 주식과 관련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글로벌주식마케팅팀, 그리고 금융상품과 관련된 WM상품마케팅팀, 해외주식운영팀, WM혁신프로세스TF팀 등이죠. 당초에는 각 팀이 분리 운영됐는데 자산관리 사업 전반의 방향성을 잡고 일관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들 팀이 한 본부 내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덕분에 신속한 사업 추진은 물론 업무 효율성도 크게 증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시장 안팎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WM 부문의 선전이 눈길을 끄네요. 선전의 배경과 비결을 설명해 주신다면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변동성 확대와 제로금리에 가까운 시장 환경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대규모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됐고 덕분에 신규 고객이 대폭 늘어난 거죠. 사실 대다수 증권사 역시 WM 부문의 선전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만의 차별성이라고 한다면 최근 2~3년간 해외 주식과 연금 부문의 양축을 통해 달성한 높은 수익률이 또 다른 배경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42곳 중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 1위를 차지했고, 개인연금 역시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 판매를 통해 비교적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 환경에 맞춰 우량 해외 주식에 대한 포트폴리오 편입을 지속적으로 권유해 왔는데, 높은 수익률 덕분에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해외 수익 다변화는 최근 수년간 미래에셋대우의 중점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과 중장기 목표가 궁금하네요.
“‘수익은 자산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는데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자산 확대는 수익 다변화 차원이라기보다 고객 수익률 제고 차원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지난 6월 초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주식자산이 10조 원을 돌파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국내 전체로 확대해서 보면 전체 자산의 97%가 국내 시장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 주식시장의 1.6% 수준에 불과하죠. 이런 현실을 감안해 미래에셋대우는 고객 자산의 30% 선에서 해외 분산투자를 꾸준히 권유해 왔습니다. 현재 10조 원 수준인 고객 해외 자산도 중장기적으로 20조~30조 원 수준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자산관리 사업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자산관리 시장에서의 비대면 서비스가 ‘기성복’이라면 대면 상담 서비스는 ‘맞춤복’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네요.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 환경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제로금리 상황에서 본인의 노후 준비나 자산 증식 등 개개인의 투자 니즈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준비된 프라이빗뱅커(PB)들이 고객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투자 솔루션을 가지고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결국 WM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저희의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더욱 복잡해지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 제공을 위해 상품 경쟁력은 물론 직원 교육에도 더 많은 시간과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기존 영업점의 대형 거점화도 추진 중으로 알고 있는데 진행 상황이 궁금하네요.
“일단 통합 초기의 179개 영업점이 오는 7월 말까지 77개까지 줄어들면서 1단계 대형화는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고객 불편과 업무 프로세스는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있는데, 향후 환경 변화에 따른 추가적인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 대선과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 연말로 갈수록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올 하반기 시장을 전망해 주신다면
“일단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완화된 것 같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각국 정부의 재정 확대와 중앙은행들의 과감한 통화정책이 시장 불안을 크게 누그러뜨린 형국이죠. 하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당분간은 시장 불확실성과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두 축이 교대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큰 폭의 지수 상승이나 하락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 대한 차별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자산가들을 위한 투자 팁을 주신다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또 위험을 수반하지 않는 투자는 존재할 수 없죠. 과거 변동성을 기반으로 한 저위험·저수익, 중위험·중수익 투자를 해 왔다면, 지금은 성장성이 높은 글로벌 우량 자산에 자산 일부를 분산투자 할 것을 권하고 싶네요. 이런 투자 원칙을 세웠다면 주위의 권유에 의한 ‘묻지마 투자’보다는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중장기적인 자산 운용 플랜을 짜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한섭 본부장은…
지난 1996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뒤 2000년 1월 옛 미래에셋증권의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구리·영통· 일산지점장 등 지점장 경력 10년을 포함해 12년간 일선 영업점에서 고객을 응대했으며, 본사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상품 마케팅, 영업 추진, CRM 업무, 인사, 인재 개발 등의 업무를 7여 년가량 수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WM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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